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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언론 ‘미투’' 보도 달라졌다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9.01.0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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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선수를 비롯해 쇼트트랙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 <사진=뉴시스>

[코리아뉴스타임즈]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로부터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국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국내 주요 일간지들은 모두 심석희 선수의 ‘미투’ 사건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 ‘여검사 성추행’ 일변도였던 서지현 검사 미투 보도

특이한 점은 국내 언론들이 국내 미투 열풍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사실 폭로 당시와는 상당히 다른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코리아뉴스타임즈>는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 및 인사보복을 당했다며 JTBC를 통해 고백한 지난 2018년 1월 29일 이후 국내 언론들의 보도 행태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당시 국내 주요 일간지들은 “대검, ‘여검사 성추행’ 감찰 돌입”, “법무부,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 검찰에 엄정처리 지시”, “2015년에도 여검사 성추행 의혹 … 검찰, 사표 받고 덮었다” 등의 제목을 단 기사를 통해 해당 사건을 보도했다.

당시 국내 주요 일간지의 서 검사 미투 고발 관련 보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표현은 ‘여검사 성추행’이다. 이 표현을 관련 기사 제목으로 활용하지 않은 언론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부 언론은 ‘검찰 성추행’, ‘검찰 내 성추행’ 등의 표현을 사용하거나 가해자인 안 전 검사장의 실명을 제목에 포함시켰지만, 이마저도 ‘여검사 성추행’이라는 표현과 번갈아 사용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검사 성추행’이라는 문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유일한 일간지는 ‘검사 성추행’으로 표현을 통일했던 경향신문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사 제목이 가해자인 안 전 검사장이나 성추행 문제를 방관한 검찰 조직보다는 피해자인 서 검사에게 초점을 맞춰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검사 성추행’이라는 표현은 문제의 핵심인 가해자를 분명히 드러내기 보다는 오히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독자들로 하여금 책임 소재를 오해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일부 독자들은 국내 언론들이 검찰 조직 내의 구조적 문제보다는 피해자를 앞세운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해 서 검사에 대한 2차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지현 검사가 지난해 1월 29일, JTBC에 출연해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사진=JTBC 방송 화면 갈무리>

♢ 1년 간의 미투, 달라진 언론 보도

서 검사의 고백으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국내 언론의 미투 보도는 어떨까. 심석희 선수의 폭로에 대한 주요 일간지의 보도 형태는 1년 전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체로 가해자인 조재범 코치의 이름을 제목에 언급하거나, 심석희 선수가 피해자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는 제목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서 검사의 미투 고발 당시 ‘여검사 성추행’이라는 표현으로 일관했던 중앙일보・한국일보의 경우 “쇼트트랙 심석희, 조재범 전 코치 성폭행 혐의로 고소”, “심석희, 조재범 전 코치 이번엔 성폭행으로 고소”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제목을 통해 해당 사건을 보도했다. 해당 언론들은 다른 기사에서도 “심석희 17세부터 성폭행 당해…”, “고민 끝에 성폭력 피해 털어놓은 심석희”와 같이 심 선수가 피해자임을 명시하거나, “조재범 성폭행 엄벌 청원”, “조재범 혐의 확정 때 빙판 복귀 원천 차단” 등 가해자 이름을 앞에 배치한 제목을 사용했다.

서 검사 미투 폭로 당시 유일하게 ‘여검사 성추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던 경향신문 또한 “경찰, 조재범 '심석희 폭행후 성폭력' 연관성 집중 수사”, “심석희 추가 폭로 “조재범 전 코치, 17세 때부터 상습 성폭행” 등 2차 가해의 우려가 없는 제목을 사용했다.

이 밖에도 주요 일간지들은 대체로 ‘조재범 성폭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서 검사 미투 폭로 당시와는 달라진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부 ‘심석희 성폭행’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기사제목에도 뒤에 ‘폭로’, ‘고백’ 등의 표현을 추가하거나 앞에 조 코치의 이름을 기재하는 등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에서도 불분명한 제목을 사용한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등 3대 통신사에서는 여전히 ‘심석희 성폭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일부 발견됐다. 뉴스1의 경우 9일 “심석희 성폭행 파문 관련 긴급브리핑…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발표”, “문체부, '심석희 사건' 관련 브리핑” 등의 제목을 사용했다. 연합뉴스와 뉴시스 또한 일부 기사에서 가해자를 명시하지 않고 ‘심석희 사건’, ‘심석희 성폭행’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서 검사의 미투 이후 국내에서는 각계 유명인사에 대한 수많은 미투 고발이 이어져왔다. 이중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한 피해자가 유명인일 경우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앞세워 독자의 이목을 끄는 보도 행태가 반복되면서, 사회고발에 앞장서야 할 언론이 오히려 2차 피해에 둔감하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서 검사가 용기를 낸 지 1년 뒤 국내 언론의 보도 행태는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한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없다는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서 검사의 내부고발은 검찰 조직의 자정을 넘어, 성폭력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윤리적 기준을 한걸음 더 나아가게 만들었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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