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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문학의 이중주
  • 김민준(작가·감독·연출가)
  • 승인 2018.12.21 09:00
  • 댓글 0
사진 출처 = 일러스트AC

술은 인간의 성품을 비추는 거울이다.

- 아르케시우스 (그리스 철학자)

일제 강점기 시절, 한 유명 신문의 사회부장으로 근무하던 그는 당대의 유명 문인들과 함께 곧잘 어울려 술을 먹고 했는데 사흘이 멀다 하고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지금의 종로구에 있는 창의문 고개를 넘어오고는 했다고 한다. 근처에 살던 사람들은 술만 먹으면 소리를 지르는 그의 술버릇을 잘 알았기에 그저 웃어넘기고는 했는데 그가 어느 날 자신이 일하는 신문사의 송년회 회식 자리에서 술에 잔뜩 취해 자신의 상사에게 ‘이놈아, 먹어, 먹으라고!’하고 술을 권하다가 급기야 뺨까지 때렸다고 한다. 그가 바로 ‘빈처’,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등을 지은 사실주의적 한국단편소설의 모형을 확립한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현진건이며 그에게 뺨을 맞은 상사는 당시 동아일보의 사장이었다.

비슷한 무렵 활동하던 어느 시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술꾼이었다. 그는 이미 여섯 살 때 술자리에서 주도(酒道)와 함께 정식으로 술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의 아버지는 어른들 몰래 술독에 기어 올라가 술 맛을 보는 그를 향해 나무라기는커녕 여섯 살이면 충분히 술을 즐길만한 나이라며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손수 서너 잔씩 따라 주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는 술에 관한 일화가 많은데 어린 시절 하루는 술에 취해 학교도 안가고 사랑채에 누워 있는데 아버지의 친구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가 대뜸 아버지 친구에게 ‘원숭이 왔냐?’며 별명을 부르며 반말을 지껄이자 대낮부터 취한 그를 보고 아버지의 친구가 나무라는데 그는 오히려 ‘술은 밤에만 먹는 거냐?’며 당당히 따지더니 어이가 없어 그냥 돌아가려는 아버지 친구에게 담배까지 달라고 술주정을 부렸다고 한다. 그가 바로 자신의 술 편력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명정(酩酊 : 술에 잔뜩 취함) 40년’이란 수필집을 쓰고 그 유명한 ‘논개’라는 시를 쓴 수필가 겸 시인인 수주 변영로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인 아픔과 전후의 극심한 가난과 질곡의 역사를 겪어 온 우리나라의 특수성 때문인지 한국의 문인들에게 술은 단순히 즐기고 기분 좋은 ‘마실 것’이라는 개념보다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의 탈출구로 여겨졌을 수도 있다. 월탄 박종화를 ‘박군’이라고 하대하며 부르던 한국 문단의 최고 기인인 김관식은 다 마시지 못한 됫병짜리 소주를 옆에 두고 시멘트 포대가 깔린 방에서 37세로 요절을 했고, 평생 시와 술을 벗하며 한 시대를 ‘소풍’처럼 풍미한 천상병 시인은 ‘몽롱한 것은 장엄하다.’며 그의 ‘주막에서’라는 시를 통해 일갈을 하기도 했다. 그런 천상병 시인에게 술을 얻어 마신 유일한 사람이라고 자랑을 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신 전설의 술꾼인 조태일 시인은 회갑을 얼마 안두고 간암으로 별세를 하기도 했다.

예전에 어느 잡지에서 술을 즐기고 좋아하는 여러 명사들에게 우리 역사상 주선(酒仙)으로 꼽을만한 술꾼들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통계를 낸 적이 있는데 그 결과 변영로, 조지훈, 김삿갓, 김동리 등 10위 안에 들은 사람들 대부분은 시인이거나 문인이었다. 술과 문학은 예전부터 뗄래야 뗄 수 없는 묘한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요즘의 현대인들에게는 더 이상 술이 낭만과 사랑의 감정에 불을 붙이고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묘약으로 치부되지는 않는다.

벌써 2018년도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은 술꾼이든 아니든 여러 모임과 회식 자리에서 술을 가까이 하게 된다. 역사 이래로 이어져 내려온 술의 신비한 마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라는 말처럼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정도의 절제된 음주가 필요한 때라고 여겨진다. 보람차고 행복한 연말에 어울리는 건강하고 건전하며 멋들어진 술자리를 기대해본다.

 

(필자 소개)

한국을 대표하는 공포 미스터리 작가다. 이십대에 유니텔 등 각 PC통신사로부터 최고의 공포 미스터리 판타지 작가로 선정됐으며, 뉴시스에 공포 미스터리 소설 ‘악령의 추종자’를 연재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고 연극과 영화 보기를 즐겨했으며 현재는 작가 겸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민준(작가·감독·연출가)  pigkm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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