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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강철 교량 '포스교'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 승인 2018.12.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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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영국 캠브리지 관용어사전을 보면 ‘포스교를 칠하다’라는 좀 특이한 표현이 나온다. 이 관용어의 의미는 ‘하나를 끝내고 나면 또 다른 일이 일어나서 결국 끝나지 않는 일’로 풀이되어 있다.

포스교는 스코틀랜드 동부의 포스강 하구를 가로지르며 파이프와 에딘버러 사이를 철도로 연결하는 교량이다. 대체 이 다리가 왜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일’의 상징이 됐을까. 1890년에 완공된 포스교는 지난 2011년 12월에야 페인트 작업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완공 이래 120년간이나 페인트칠을 계속한 이유는 종전에 사용하던 페인트의 수명이 거대한 교량 규모에 비해 너무 짧았던 탓이다. 따라서 다리 한 부분을 페인트칠 하는 동안 다른 부분이 부식될 위험에 처해 120년간 쉬지 않고 다리 보수 작업이 계속되었던 것. 하지만 최근 수명이 40년 이상 지속되는 페인트가 개발됨으로써 포스교의 페인트 작업은 마침내 종료될 수 있었다.

포스교는 강철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다리다. ⓒ Historic Scotland(Author: Duncan Peet)

인류는 자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로 다리를 처음 건설했다. 즉, 통나무를 강폭이 좁은 곳에 걸쳐 놓거나 아니면 수심이 얕은 곳에 돌을 놓아 만든 징검다리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 점차 기술이 발전해 마침내 가장 안정된 원자라고 평가 받는 철(Fe)로 다리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최초로 철기를 사용한 것은 기원전 1300년경 지금의 터키 지역을 통치했던 히타이트 제국이었다. 이후 철기문화는 급속히 퍼져나가 인류 문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런데 철이 토목 공사 재료로 사용된 건 생각보다 의외로 늦다.

1779년 영국 콜브룩데일에 건립된 ‘아이언브리지’가 세계 최초의 철교이기 때문이다. 이름 자체가 철교라는 의미를 지닌 아이언브리지는 세계 최초의 철교이긴 하지만 주철로 제작됐다. 주철이 아닌 강철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다리가 바로 포스교다.

주철(cast iron)은 고탄소철로서 탄소 함유량이 2% 이상이며, 강철(steel)은 탄소가 0.1~2% 들어 있는 철의 합금이다. 주철의 경우 용융점이 낮고 거푸집 안에서 유동성이 좋아 주물용으로 널리 사용되며, 강철은 열처리에 따라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어 기계, 선박, 건축물 등에 쓰인다.

포스교는 1882년 강변에 강철 제조공장이 먼저 건설된 후 다음해인 1883년 2월부터 기초공사가 시작됐다. 가장 인부가 많을 때는 약 4600명이 공사에 동시 투입됐으며, 교량 건설 기간 중 공식적으로 57명의 인부가 사망했다.

처음 3년간은 교량을 지지하는 화강암 교각을 건설하는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교량의 상부 구조 작업은 1886년에서야 진행했다. 1889년 12월에 완공된 포스교는 곧바로 엄격한 하중시험을 거쳐야 했다.

3대의 기관차와 석탄으로 채워진 50대의 마차로 구성된 2대의 열차가 교량 위로 천천히 이동해 하중을 측정했던 것. 열차에 실린 석탄의 양은 교량 설계 하중의 2배인 1880톤에 달했다. 그 같은 시험을 반복한 후 1890년 3월 4일 포스교는 공식적으로 개통됐다.

포스교의 개통으로 에든버러와 스코틀랜드 북동부 사이의 철도 소요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개통한 지 4년 후인 1894년에는 총 2만6451대의 여객 열차와 1만8777대의 화물열차가 통과했으며, 지난 2000년에는 총 5만4080대의 여객 열차와 6240대의 화물열차가 다리를 건넜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무렵 영국에 대한 최초의 독일 공습이 포스교 부근에서 일어났지만, 교량 자체가 목표가 아니어서 포스교는 무사할 수 있었다. 1964년에는 이 다리의 서쪽에 근대적 도로교가 건설돼 신구(新舊)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총길이 2529m의 포스교는 다중 경간 캔틸레버(외팔보) 공법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거대한 캔틸레버교로도 유명하다. 다리 상부 구조는 화강암 교각 기초에서 110m 높이에 이른 3개의 더블 캔틸레버 주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양편에 캔틸레버 날개가 있다.

캔틸레버 날개는 주탑으로부터 207m 뻗어 있고 각각의 길이가 107m인 2개의 걸린 경간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3개의 주탑에 의해 521m의 경간이 형성되는데, 그 각각은 28년 동안 세계 최장 기록이었다.

경이로운 공학기술로서 널리 인정받고 있는 포스교는 미적 가치면에서도 놀라운 창조성이 낳은 걸작이라는 평을 얻었다. 직선의 적용, 그리고 장식이 없는 구조가 바로 포스교의 외관을 지배하는 미적 요소다. 마름모꼴의 포스교는 양식과 자재, 규모 등 교량 설계 및 건축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포스교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경북 울진의 응봉산 자락에 있는 덕구계곡이 바로 그곳. 이 계곡에는 포스교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프랑스의 노르망디교, 호주 시드니의 하버브리지, 중국의 장제이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량 13개를 축소한 형태의 다리가 군데군데 놓여 있다. 이 다리들은 지난 2003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매미로 인해 기존 다리들이 모두 유실됨에 따라 새로 건설된 것들이다.

독특한 아름다움과 붉은 색상이 눈길을 사로잡는 포스교는 철도가 장거리 육로 여행의 주된 수단으로 떠오르던 시대에 완성된 혁신적인 교량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현재 포스교는 특별한 건축학적 또는 역사적 관심을 받고 있는 건축물로서 법률이 정한 최고 수준의 보호를 받은 대상인 A등급 목록에 등재되어 있으며, 근접한 주변 환경도 일련의 문화․자연유산 지정을 통해 보호받고 있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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