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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만년 전 베이징 원인의 진화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 승인 2018.12.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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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중국 베이징에서 서남쪽으로 약 50㎞ 떨어져 있는 작은 탄광촌 저우커우뎬(주구점․周口店) 근처에는 예로부터 ‘용골(龍骨)’이라 불리는 각종 동물의 뼈가 자주 발견됐다. 이 뼈들은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져 높은 가격에 팔렸으며, 이 때문에 뼈가 발견되는 언덕의 이름도 ‘용골산(영어명 : Dragon Bone Hill)’으로 불리게 됐다.

1918년 스웨덴의 지질학자 요한 군나르 안데르손은 이곳이 유적지임을 확인한 후 1921년 오스트리아의 화석학자 오토 츠단스키와 함께 그곳에서 사람의 어금니 3개를 발굴했다. 몇 년 후 안데르손은 그것이 초기 인류의 치아임을 발표했으며 과학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처럼 오랜 옛날 아시아에 인류가 살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929년 중국지질조사소의 신참 연구원이던 페이원중은 30m 깊이의 동굴 밑바닥에서 거의 완벽한 두개골 상부를 발견했다. 석회와 진흙이 잔뜩 묻어 있던 그 두개골에서 대나무 주걱으로 붉은 흙을 제거하는 데만 4개월이 걸렸다. 이 두개골의 주인공이 바로 베이징원인이다. 페이원중의 발견은 안데르손의 어금니에 대한 과학계의 의심을 종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베이징원인이 발견된 중국의 저우커우뎬 유적지는 고고학의 보물창고로 불린다. ⓒ 위키피디아(Siyuwj)

1935년에는 그곳에서 베이징원인의 두개골이 3구나 발견되어 학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1937년에 발발한 중일전쟁으로 인해 발굴 작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되자 중국 당국은 베이징원인의 화석을 미국으로 잠시 옮겨두기로 했다.

그런데 일본이 진주만 폭격을 감행하고 중국의 저우커우뎬을 점령한 직후 베이징원인의 화석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미국으로 옮기려고 했던 7상자분의 화석이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이후 이 화석들은 미국이나 일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아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중국의 고고학자들이 발굴 작업을 재개해 완전한 턱뼈 및 여러 개의 두개골 조각을 발견함으로써 그간의 고고학적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 이곳에서는 완전한 두개골 6구, 부서진 얼굴뼈 12구, 턱뼈 15구, 인체 유골 10여 구, 이빨 157개 등 총 40인분의 사람 뼈가 발굴됐다.

그 유골에는 약 70만년 전에 살았던 베이징원인을 포함해 약 1만8000년의 호모 사피엔스까지 인류 역사의 연대기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이밖에도 10만여 점의 석기를 비롯해 짐승 화석, 배설물, 식물 열매 등이 발굴됐다.

짐승 화석의 경우 100여 종이 나왔는데, 그중 포유동물 화석은 96종으로서 주로 물소, 멧돼지, 사슴, 양, 야생말, 비비원숭이, 곰, 하이에나, 코뿔소, 검치호 등이다. 특히 사슴 화석이 2천 구가 넘는 것으로 보아, 당시에는 사슴 사냥이 식량 획득의 주요 원천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체계적이면서 대량으로 고인류 발전사의 흔적이 완전한 형태로 발굴된 것은 저우커우뎬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특히 이곳의 유적은 인류의 진화 단계를 설명하는 결정적 증거들이 시기별로 온전히 보전됨으로써 ‘고고학의 보물창고’로 불리기도 한다.

베이징원인의 발견은 다윈이 주장한 인간의 유인원 진화설을 사실로 확정 짓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전에 발굴된 네안데르탈인이나 자바인의 경우 일부 골격이 원숭이와 가까운 등 유인원 진화설의 확신을 주기엔 미흡했던 것. 그러나 베이징원인의 유골 발견으로 인해 직립 보행을 한 호모 에렉투스의 생존 연대가 네안데르탈인보다 훨씬 오래됐음이 확인되면서 유인원 진화설을 사실로 확정지을 수 있었다.

또한 저우커우뎬 유적은 인류의 불 사용 시기를 수십만 년이나 앞당겼다. 베이징원인이 살던 동굴 안에서 불을 피운 흔적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학자들은 그 같은 흔적을 두고 자연적인 발화에 의한 것이라며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및 2015년에 중국 당국의 발굴팀이 재발굴 작업을 진행한 결과 잿더미와 불에 탄 뼛조각, 불에 탄 나무 부스러기 등 베이징원인이 불을 사용한 새로운 증거들이 밝혀졌다.

그곳에서 발견된 규소 성분 등을 분석한 결과 베이징원인들은 700℃ 이상의 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 것. 자연 상태에서는 그 정도의 고온이 나타날 수 없으므로 당시 인류가 불을 통제했을 것이라고 중국 발굴팀은 밝혔다.

용골산 정상에서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화석지에서는 조가비와 여우 송곳니 등에 구멍을 뚫고 엮어서 만든 장신구가 출토됐다. 그중에는 장신구를 착용한 채 순장된 두개골 3구가 발견됨으로써 약 1만8000년 전에 이미 원시종교의 시초가 싹튼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저우커우뎬 유적에서는 중기 홍적세부터 구석기시대 아시아 인류의 공동체 생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세계적 규모의 수많은 원시 인류의 예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오늘날의 인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다 일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 유적지다. 유네스코에서는 지금까지도 과학적 발견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저우커우뎬 유적지를 1987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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