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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부른 사회적 현상 3가지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8.11.2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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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음사>

[코리아뉴스타임즈]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출간 2년여 만에 누적 판매 부수 100만부를 돌파했다. 국내 여성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82년생 김지영'의 100만부 판매는 미투운동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여성운동이 한국에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대중화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코리아뉴스타임즈>는 '82년생 김지영'이 100만부에 이르기까지 거쳐온 과정과 그 안에서 촉발된 논쟁들을 되짚어봤다.

◇ 노회찬 트위터에 '82년생 김지영' 소개

34세 전업주부 ‘김지영’의 삶을 통해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성차별 구조를 묘사한 ‘82년생 김지영’이 최초로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게 된 것은 정계에서 ‘김지영’ 읽기 열풍이 불면서부터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2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올해 세 권의 소설을 읽는다면 ‘82년생 김지영’ 이 책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글을 올린데 이어, 5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0권을 구입해 국회의원 전원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금 의원은 당시 장문의 편지를 통해 “우리 주위에 수많은 김지영들이 있다”며 “10년 후 92년생 김지영들이 절망에 빠지는 세상이 오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호소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국회의 성비는 약 2:1 수준으로 대표적인 남성중심 조직이다. 뚜렷한 남초 조직에서 김지영 읽기 열풍이 불면서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출간 7개월 만에 10만부를 넘어선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12월 50만부를 돌파하며 21세기 가장 흥행한 한국 소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17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0위 안에 든 국내소설은 2위에 오른 ‘82년생 김지영’ 하나뿐이다. 지난 2010년 이후 국내소설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 10위 안에 든 경우는 권비영 작가의 ‘덕혜옹주’,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 지난해 맨부커상 수상으로 이슈가 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정도다.

◇ 성차별 논쟁 한가운데 걸어온 '김지영'의 발자취

신경숙, 조정래 등 쟁쟁한 작가들 사이에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가장 ‘핫’한 국내소설로 떠오른 것은 무엇보다 현재 한국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 중 하나인 성차별, 또는 여성혐오의 문제와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성매매나 잔혹한 폭력을 묘사하며 성차별을 다룬 영화나 소설에서는 작중 인물과 자신을 쉽게 동일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82년생 김지영’은 극단적인 상황보다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미묘한 차별을 잔잔하게 그려내 수많은 여성독자들로부터 “나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 있다”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여성문제와 직결된 소설이다 보니 문학적 가치에 대한 평가와는 상관없이 남녀 독자 간의 평가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성별과 상관없이 쉽게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성매매나 물리적 폭력과 달리, 일상적인 대화나 태도에서 드러나는 성차별적 뉘앙스는 남성 독자들이 쉽게 공감하거나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 남성독자들 사이에서는 조남주 작가가 한국 남성들의 성차별적 의식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일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한 ‘79년생 정대현’, ‘90년생 김지훈’ 등의 창작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90년생 김지훈’의 경우 출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까지 추진해 당초 목표액의 346%에 달하는 금액을 모았지만 프로젝트 진행자의 사정으로 계획이 중단됐다.

이런 글들은 대체로 남녀 갈등에서 남자가 참아야 한다거나 남성이 힘든 일을 도맡아해야 한다는 등 사회적 압력에 대한 불편함을 담고 있다. 특히 군복무와 결혼비용 문제는 김지영 패러디물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다. 가부장제 하에서 강제되는 ‘남성성’의 부담과 억울함에 대한 호소는 사실 페미니즘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과열된 성별 대결구도에서 김지영 패러디물들은 남성성에 대한 성찰보다는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더 억울한가에 대한 비생산적 경쟁으로  좌초했다.

조남주 작가. <사진=민음사>

◇ ‘82년생 김지영’이 낳은 사이버 불링 현상

한편 미투 운동을 비롯해 혜화역 시위 등 각종 여성 이슈로 성별 대결구도가 극명해지면서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와 안티페미니즘을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연예인들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남성들에게 심한 욕설과 비난을 듣기도 했다.

유재석, 방탄소년단 랩몬스터 등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밝힌 남자연예인도 있었지만 비난은 주로 여자연예인들에게 집중됐다. 소녀시대 수영, 레드벨벳 아이린, 에이핑크 손나은 등 SNS나 예능프로그램 등을 통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밝힌 걸그룹 멤버들은 모두 과도한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아이린의 경우 일부 남성팬들이 사진을 불태우거나 앨범을 파손한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며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비난 여론은 하향 곡선을 그리던 ‘82년생 김지영’의 판매그래프를 다시 끌어올리는데 일조했다. 아이린이 “최근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밝힌 지난 3월 18일부터 20일까지의 판매량은 인터파크의 경우 약 300%, 예스24 약 100% 등 전주 동기간 대비 약 2~3배가량 급상승했다. 영화화가 결정된 지난 9월에는 누적 판매 부수가 90만부를 돌파했다. 논란이 될수록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은 결국 100만부 돌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민음사는 100만부 돌파를 기념해 ‘82년생 김지영’의 ‘코멘터리 에디션’을 선보인다. ‘코멘터리 에디션’에는 다섯 편의 평론과 작가 인터뷰, 집필 배경과 관련 논쟁 등 이 책이 가진 문학적·사회적 의미에 대한 다각적인 평가가 담겼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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