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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채광기술의 모태, 고슬라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 승인 2018.11.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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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 하르츠산지의 북쪽에 위치한 람멜스베르크와 고슬라에는 중앙유럽의 금속 생산 지역에서 가장 크고 오래 유지된 채광-야금용 복합구조물이 있다. 유럽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도시-산업 복합구조물인 이곳은 수세기 동안 유럽 경제에서 중대한 역할을 해왔다.

고슬라에서 남동쪽으로 1㎞ 떨어진 곳에 위치한 람멜스베르크는 아주 오래 전부터 광석 채굴과 은․구리․아연․납 등의 금속을 생산한 광산이다.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이곳에 엄청난 광맥이 숨어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전설에 의하면 이곳을 최초로 발견한 이는 중세의 전설적 기사였던 람(Ramm)이다. 그가 우연히 이곳을 지나칠 때 타고 있던 말이 발굽으로 긁은 곳에서 은광맥이 발견되었다는 것. 광산 이름은 바로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오베르하르츠 물 관리 시스템은 채광 기술 및 산업적 물 관리 분야에서 인간의 창조성을 보여주는 우수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문헌상으로 람멜스베르크가 최초로 언급된 것은 11세기 초였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이곳의 광산 개발 역사는 청동기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3천년 전부터 이곳에서 광석을 채굴했다는 것이다.

약 3천만톤의 광석이 매장되어 있는 람멜스베르크는 애초에 사다리를 타고 들어가는 형태의 단순한 노천 광산이었다. 파낼 수 있는 자원이 고갈되자 광부들은 불로써 암석을 약하게 만들어 부순 후 곡괭이로 조각내며 지하 갱도를 파기 시작했다.

이처럼 갱도를 파고 작업하던 1150년 무렵에 지하수로 인해 홍수가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1㎞에 달하는 배수구를 만들어 지하수를 뽑아냈다. 1250년 무렵 지하수가 다시 고이자 우물을 파서 거대한 수차가 지하수를 퍼올리도록 하는 배수시설을 설치했다.

이 설비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 방재시설로서, 나중에는 유용한 동력자원으로도 사용됐다. 1572년에는 가장 깊은 곳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암벽에 2350m에 달하는 배수 통로를 팠다.

이곳의 풍부한 은 광석 매장량 때문에 작센왕조 최후의 독일 국왕이자 신성로마 황제였던 하인리히 2세는 람멜스베르크 산기슭에 황제 관저를 두었다. 그는 1009년에 이곳에서 첫 번째 제국의회를 개최했으며, 고제 강을 사이에 두고 궁전 맞은편에 펼쳐진 고슬라 시는 제국의 실질적인 수도로서의 역할을 했다.

그의 후임자 콘라드 2세도 6번에 걸쳐 이곳을 찾았으며, 특히 하인리히 3세는 여러 교회와 견고한 궁전을 건설했다. 고슬라 시는 13세기에 유럽 북부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경제 공동체인 한자동맹의 중요한 일원이 되어 1450년경에는 번영의 정점에 달했다.

채광, 금속 생산, 무역 등으로 얻은 수입으로 요새, 성당, 공공건물, 저택 등이 건축되었으며, 이 건축물들은 오늘날에도 남아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특히 15~19세기에 지어진 1500개가량의 목조가옥들은 거의 완전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다.

고슬라의 가옥은 1층보다 2,3층이 더 넓은 특이한 형태를 지닌다. 잘못하면 주저앉을 듯이 가분수 형태로 지어진 이유는 바로 세금 때문이다. 당시에는 세금 산출 기준이 1층의 면적에 따라 정해졌기 때문에 1층은 좁은 대신 2,3층이 더 넓도록 지어진 것이다.

고슬라 시의 남쪽에 위치한 ‘오베르하르츠 물 관리 시스템’은 비철금속 제작용 광석의 채굴에 활용할 목적으로 80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개발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중세의 시토회 수도사들에 의해 최초 건설된 후 16세기 말에서 19세기에 걸쳐 크게 발달했다.

오베르하르츠 물 관리 시스템은 광활한 지역에 수많은 인공연못과 도랑, 하수시설, 지하 수갱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해 중세부터 20세기 말까지 물을 관리하고 적절히 사용했는데, 특히 이유산은 물 관리 시스템이 채광에 있어 주요 요소라는 점을 보여준다. 채광 및 야금 작업을 위해 수력을 활용하는 이 시스템은 서구 세계의 혁신적 채광 기술을 대표하는 유적이다.

이 지역의 광산 채굴 및 물 관리 시스템의 채광 네트워크는 광물학자인 아글리콜라의 광산학 저서 ‘데 레 메탈리카(De re metallica ; 금속에 관하여)’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의 광산 및 야금술에 관한 권위 있는 저작이다.

20세기 초 전기가 들어와 광산은 더욱 활기를 띠었으나 자원이 바닥나자 1988년에 폐광되었다. 폐광 이후 광산 유적을 철거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시민들의 반발로 인해 광산 유적은 몇 년간의 안전성 검사 및 유적 검증을 거친 후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갱도의 일부는 관광객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람멜스베르크의 광산들과 중세도시의 모습을 간직한 고슬라 구시가지는 1992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2010년에는 오베르하르츠의 물 관리 시스템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었다. 이 유적은 채광 기술 및 산업적 물 관리 분야에서 인간의 창조성을 보여주는 우수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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