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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현대차 추락 원인은 SUV 수요 간과”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8.11.0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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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중국 베이징현대 충칭공장에서 열린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 참석한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과 충칭시 장궈칭 시장이 충칭공장에서 시범생산한 현지전략 소형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리아뉴스타임즈]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가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면서 미국·중국 시장에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SUV 시장에서 뒤처지면서 시장점유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 응한 중국 충칭시 현대차 매장의 한 직원은 가격을 25%나 할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월 판매량이 100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인근 닛산 매장은 매달 약 400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그냥 차가 안팔린다. 우리 매장에는 손님이 두 명 뿐인데, 닛산 매장에는 수십 명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 중국 충칭 공장은 연 30만대의 생산력을 갖추고 있다. 프레스, 차체, 도장라인부터 엔진공장까지 갖춘 충칭 공장은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10억 달러를 투자해 야심차게 건설한 중국 시장의 전진기지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공장의 실제 가동률은 겨우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충칭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량은 지난 2009년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에 이어 3위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9위로 추락했다. 시장점유율 또한 당시 10%에서 현재 4%로 반 이상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현대차의 지난해 점유율은 4%까지 떨어져 지난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현대차가 지난달 발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이 68%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은 2.7%로 크게 떨어졌다. 2011년 10%의 영업이익률로 BMW에 이어 업계 2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로이터통신은 현대차가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것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SUV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하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큰 실책이다. 미국시장조사업체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고 중 SUV 비중은 불과 36%. GM이 기록한 76%의 절반 수준이며, 업계 평균인 63%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컨설팅 회사 오토퍼시픽의 에드 김 부회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4~2008년 현대차 미국법인에서 일했던 시절을 회고하며 “당시 현대차 본사의 경영방침은 세단에 집중돼있었다”며 “미국법인의 생산·마케팅 담당자들은 트럭, SUV에 더 주력하기를 원했지만 경영진을 설득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현지 법인에게 자율성을 주지 않고 본사의 경영방침을 고집한 결과 SUV 시장에서 경쟁업체에게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현대차 미국법인의 브라이언 스미스 최고운영책임자(COO) 또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형 차량으로의 빠른 시장 변화에 의표를 찔렸다고 인정했다.

소비자 선호를 고려하지 않은 급격한 디자인 변화도 문제다. 현대차는 지난 2014년 주력 플래그십 세단인 소나타의 스포티하고 곡선적인 디자인을 보수적이고 평범하게 바꾸면서 급격한 판매고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현대차 매장을 운영했던 스캇 핑크는 2014년 다른 미국 내 현대차 매장 사장들과 함께 서울 본사로 초청돼 새 디자인을 목격한 순간을 충격적이라고 회고했다. 핑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덮개를 벗기자 모여 있던 20명의 매장 사장들 중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브랜드이미지에 맞지 않는 가격도 문제였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에드먼드닷컴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소나타는 토요타의 동급 세단인 캠리에 비해 10% 가량 저렴했지만 2014년에는 오히려 가격을 추월했다. 결국 소나타의 미국 판매량은 2010년 약 20만대에서 지난해 13만1803대로 곤두박질 쳤다.

중국 충칭시의 현대차 매장 직원들은 시장흐름을 읽지 못한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소형SUV 엔시노(코나)를 출시하며 실적 회복을 노렸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매장 직원들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엔시노를 팔지 못하고 있다. 그저 중국 시장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중국인들은 더 크고, 저렴하고, 예쁜 차를 선호한다”고 판매 부진에 대해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현대차가 엔시노를 연간 6만대 가량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판매량은 겨우 6000여대뿐이라고 전했다.

세계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은 경영권을 승계받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에게도 큰 압박이다. 로이터통신은 정몽구 회장 체제에서 현대차는 파트너십을 확대하기보다는 철강부터 주요 부품 생산까지 그룹 내에서 해결하는 방식을 고수해왔으며, 연구개발 투자에도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2.6%. 이는 폭스바겐(6.7%), 토요타(3.8%), 비야디(3.6%) 등 경쟁업체에 비해 낮은 수치다.

정 부회장은 선대의 경영방침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아웃소싱, 자율주행차 업체와의 파트너십 강화 등 독자적인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시장 흐름을 먼저 읽어내고 연이은 실적 부진을 해결해 차세대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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