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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전쟁이 낳은 '지구 둘레값'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 승인 2018.11.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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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기원전 3세기 그리스의 수학자 에라토스테네스는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장으로 근무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나일강변에 있는 시에네(현재의 아스완) 지방에서는 하짓날 정오 때 햇빛이 깊은 우물 속 한가운데까지 수직으로 비친다는 이야기를 도서관 문헌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는 하짓날 정오 때 시에네에서 막대기를 수직으로 세우면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이 바로 머리 위에서 수직으로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살고 있는 알렉산드리아에서는 하짓날 정오가 되어도 막대기에 그림자가 생겼다. 그는 막대기와 그림자 끝의 각도 차이를 측정해 7°12′이라는 값을 얻었다.

알렉산드리아는 시에네에서 북쪽으로 약 925㎞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7°12′ : 360° = 925㎞ : 원의 둘레라는 공식으로 지구의 둘레 값을 구했다. 그 결과 그가 얻은 값은 약 46,250㎞. 이는 현재 밝혀진 40,075㎞보다 약 15% 많은 값이다.

스트루베 측지 아크는 자오선의 긴 부분을 처음으로 정확히 측정하게 해주었다. ⓒ UNESCO / Author : Francesco Bandarin

이후 많은 이들이 에라토스테네스의 이론을 적용해 지구의 크기를 산출하려 했으나, 방법 및 기기 등의 문제로 정확한 값을 계산하지 못했다.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삼각측량법을 이용한 방법의 등장과 함께 보다 정확한 측정 기기들이 개발되었다.

삼각측량법이란 두 점 사이의 거리를 구할 때 다른 거리와 각을 먼저 구한 다음 삼각법을 적용해 거리를 구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삼각측량은 유클리드 평면에서의 기하를 사용하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처럼 구면에서의 거리가 먼 지점 간의 거리 측정에는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엔 평면삼각법 대신 구면삼각법을 이용하면 보다 정확한 값을 계산할 수 있다. 요즘 널리 사용되는 내비게이션도 지구 궤도에 떠 있는 GPS 위성으로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공간에서의 삼각측량으로 그 지점의 위치를 알아내는 방식이다.

삼각측량법은 1740년대경 지구가 완전한 구체가 아니라는 사실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나, 지구의 정확한 둘레 값을 구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1815년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패한 후 사후 수습을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가 개최되었다.

전 유럽에 걸친 전쟁을 수습하기 위한 이 회의에서 오스트리아는 북이탈리아를 얻고 프로이센은 바르샤바 대공국의 일부와 작센․라인 지방의 영토를 얻는 등 프랑스가 포기한 영토의 처분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유럽 내에서 국경이 다시 확립됨에 따라 정확한 지도를 제작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는데, 바로 그때 등장한 이가 프리드리히 폰 스트루베(Friedrich Georg Wilhelm von Struve)였다.

독일에서 태어나 타르투대학(현 에스토니아 소재)에 입학하면서부터 러시아에서 살게 된 스트루베는 타르투 천문대에 근무하면서 자오선을 지나가는 측지학 아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아크(arc)란 일련의 연속된 점으로 표현되는 선을 말한다.

지도 제작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1세는 근대 측지학적 체계와 지형학적 지도 제작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는 스트루베의 측지학 아크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지원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스트루베 측지 아크는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부터 우크라이나의 흑해 연안까지 10개국의 2820㎞ 길이로 이어졌다. 258개의 주요 삼각형과 265개의 거점으로 구성된 스트루베 측지 아크는 지구 둘레를 측정하기 위한 연속된 삼각측량의 거점이다.

사실 스트루베와 그의 동료들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1816년~1851년에는 측지 아크가 스웨덴과 러시아의 2개국으로만 지나갔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이들에 속한 국가들이 모두 독립하면서 10개국을 가로지르는 기념비적인 거점이 된 것이다.

이들 거점은 다양한 형태로 표시되었는데, 바위 표면에 작은 구멍을 뚫거나 혹은 납으로 채우기도 했다. 또는 바위에 십자가 모양을 조각하거나 표식을 넣은 암석, 벽돌이 있는 돌무덤으로 표시되기도 했다. 특히 중요한 장소에서는 거점과 아크를 기념하기 위해 기념물을 세웠다.

2005년 유네스코는 스트루베 측지 아크 중 34개소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이 거점은 노르웨이 4개, 스웨덴 4개, 핀란드 6개, 러시아 1개, 에스토니아 3개, 라트비아 2개, 리투아니아 3개, 벨라루스 5개, 몰도바 1개 우크라이나에 4개가 위치해 있다.

스트루베 측지 아크는 자오선의 긴 부분을 처음으로 정확히 측정하여 지구의 정확한 크기 및 모양을 알게 해주었다. 지구과학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준 이 유산은 서로 다른 국가의 과학자들이 과학적인 협력의 형태로 인류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교류한 사례이자 동시에 여러 군주들이 과학적 대의를 위해 협력한 기술집합체의 훌륭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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