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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역사상 가장 큰 충돌의 현장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 승인 2018.10.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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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공룡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물이었다. 약 1억6000만년간이나 지구를 지배했으며 모든 대륙에서 생존했다. 그런 공룡이 약 6500만년 전 갑자기 멸종한 원인은 바로 운석의 충돌 때문이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칙슐럽 지역에 있는 지름 180㎞의 거대한 운석구가 바로 그 증거다. 먼지와 파편이 지구를 뒤덮어 식물이 말라죽고, 먹이를 잃게 된 초식공룡의 쇠퇴는 곧바로 육식공룡의 멸종으로까지 이어졌다. 화석 기록에 의하면 당시 지구상 동식물의 약 2/3이 멸종했다.

칙슐럽에 남아 있는 흔적에 의하면 천체의 충돌로 인해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약 10억 배에 이르는 충격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그보다 2배나 강한 충격을 일으킨 운석구의 흔적이 있다.

브레드포트 돔은 단일 사건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한 현장이다. ⓒ UNESCO / Author : Francesco Bandarin

요하네스버그에서 남서쪽으로 약 120㎞ 지점에 있는 브레드포트 돔이 바로 그 주인공. 약 20억 2300만년 전에 소행성의 충돌이 일어난 이곳은 지름이 380㎞에 이른다. 충격 당시 소행성은 지각을 뚫고 지하 25㎞까지 파고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에서 확인된 200여 개의 운석구 중 지름이 가장 크고 구덩이의 깊이도 가장 깊다. 또한 단일 사건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한 현장이다.

이 정도의 큰 충격을 일으키려면 지름 약 10~12㎞ 이상의 소행성이 초속 약 20㎞의 속도로 충돌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로 인해 수십 입방㎞의 암석이 일시에 기화돼 없어졌다. 충돌한 소행성의 크기보다 훨씬 큰 운석구가 생긴 까닭이다. 보통 생성된 운석구의 지름은 충돌한 천체 지름의 20~50배쯤 된다.

그처럼 큰 천체가 충돌했어도 이곳에는 거대한 운석이 남아 있지 않다. 충돌시의 강력한 에너지가 운석을 증발시키거나 녹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운석구에서도 큰 운석이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며, 주변에서 매우 작은 파편으로 발견되곤 한다.

브레드포트 돔은 오랜 침식 끝에 현재는 지름이 약 140㎞로 줄어든 상태다. 인근에 위치한 브레드포트 시의 이름을 따서 현재의 명칭으로 불리고 있는 이 운석구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역사가 깊다. 가장 오래된 운석구는 러시아의 수아브야르비 크레이터로서 약 24억년 전의 것이다.

브레드포트 돔의 폭발이 일어난 20억년 전에는 식물이나 동물이 없었다. 살아 있는 유일한 생물은 원생생물계에 속하는 조류(藻類)였다. 하지만 이 충돌로 인해 대기의 산소가 증가함으로써 다세포 생명의 번영을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칙슐럽의 충돌이 공룡은 멸종시켰으나 포유류에게는 축복을 준 것과 똑같은 이치다. 공룡이 번성할 당시 가장 몸집이 큰 포유류가 10㎏에 불과할 만큼 억눌려 지냈다. 하지만 공룡 멸종 이후 모든 대륙의 포유동물 크기는 약 1000배 이상 커졌다.

예전엔 과학자들도 브레드포트 돔이 화산 폭발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천체 충돌의 거대한 현장임이 밝혀졌다. 운석구 자체는 오랫동안 침식되었지만 그 중심의 나머지 지질구조는 화구원 아래의 운석구에 관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완전한 지질 단면도를 보여준다.

충돌의 흔적으로 형성된 여러 개의 고리 구조에서는 충돌로 인한 암석의 변성, 결정 구조의 변화, 충돌에 의해 생성된 거대한 에너지의 원뿔형 암석편 등 거대 운석구가 가진 일반적인 성격이 모두 발견됐다.

브레드포트 돔은 외부의 개발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정한 폭 5㎞의 완충지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남아공 정부는 운석구 및 완충지역에서의 채광이나 개발사업 등을 법률에 의해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 대학의 연구진은 이곳에서 약 20억년 된 지르콘과 하프늄 결정을 발견했다. 지르콘은 자연계에서 산출되는 광물 중 다이아몬드와 제일 유사한 물리적 성질을 보이는 광물이다. 지구과학계에서는 이 광물에 포함된 핵종 원소들의 반감기를 이용해 암석의 생성 시기를 측정하기도 한다. 또한 이와 비슷한 성질의 하프늄은 초기에 형성된 지구 지각의 흔적을 담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아 지질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브레드포트 돔은 과학적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로서의 가치도 높다. 깊게 파여 가파르게 경사진 부분에서는 협곡과 계곡들이 나타나며, 낮은 지역은 목초지로 발달되는 등 지리학적 다양성이 동식물의 서식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올리브나무 숲 등 99종의 식물종이 이미 확인됐으며, 450종 이상이 서식하는 조류 관찰지역이기도 하다. 그밖에 이곳에서 서식하는 희귀한 나비 및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브레드포트 돔은 그 뛰어난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남아프리카자연유산협회에 의해 자연유산으로 선정됐으며, 200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운석구의 규모가 하도 커서 유네스코 선정 지역만 해도 301㎢에 이른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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