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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캐니언이 낳은 생태계 변화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 승인 2018.10.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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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미국 애리조나 주의 콜로라도 고원에 서식하는 해리스영양다람쥐와 흰꼬리영양다람쥐는 원래 같은 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교배도 불가능한 완전히 다른 종이다. 한 지역에 사는 두 종의 다람쥐가 이처럼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 이유는 지리적 격리 때문이다.

생물 집단이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 생식적으로도 격리되어 새로운 종으로 분화되기 마련이다. 그럼 두 종의 다람쥐를 지리적으로 격리시킨 장애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바로 콜로라도 강이 콜로라도 고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곳에 형성된 대협곡 ‘그랜드캐니언’이다. 해리스영양다람쥐는 그랜드캐니언 협곡 북쪽에, 그리고 흰꼬리영양다람쥐는 협곡 남쪽에 서식해 오랜 시간을 두고 완전히 다른 종족으로 분화해 버린 것이다.

약 1.5㎞의 깊이로 패인 그랜드캐니언은 두 주(州)에 걸쳐 445㎞나 뻗어 있다. ⓒ 위키미디어 Public Domain

콜로라도 강에 의한 침식으로 약 1.5㎞의 깊이로 패인 그랜드캐니언은 두 주(州)에 걸쳐 445㎞나 뻗어 있다. 깊게 패인 이 협곡 지대의 너비는 500m에서 넓게는 30㎞에 이른다.

세계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압도하는 경관으로 알려진 그랜드캐니언에는 다양한 지형이 존재한다. 고원 및 평원, 사막, 삼림, 분석구, 용암류, 개울, 폭포 등을 비롯해 미국에서 가장 센 급류가 흐르는 콜로라도강이 바로 그것.

따라서 생태계 역시 다양하다. 사막에서부터 산악에 이르는 다양한 기후의 협곡에는 광대한 5개의 다른 동식물 지역이 펼쳐져 ‘생태학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1000종이 넘는 식물종을 비롯해 76종의 포유동물, 299종의 조류, 41종의 파충류 및 양서류가 확인됐다. 많은 토종과 희귀종, 그리고 위험에 처한 동식물 종들이 상대적으로 방해받지 않고 남아 있는 생태적 피난처인 셈이다.

선캄브리아 시대부터 신생대까지 모든 지질학적 시대에 걸친 지구 진화의 역사가 펼쳐진다는 점도 이곳의 특징 중 하나다. 그랜드캐니언의 밑바닥을 이루는 고대 지형은 20억년 이전에 만들어져, 역동적인 지각 활동 결과 노출된 수평 단층이 선캄브리아대 초기와 말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등 크게 4개의 지질 시대에 대한 증거를 제공한다.

협곡의 형성은 판 운동으로 고대 지형이 융기한 뒤 약 600만년 전부터 강물의 침식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그랜드캐니언의 정확한 형성 연대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전 세계 지질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으로 남아 있다.

협곡 서쪽 끝부분의 지질 표본을 분석한 결과, 약 7000만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콜로라도 강이 현재의 그랜드캐니언을 만든 것은 맞지만, 그 당시에는 강이 지금과 반대 방향으로 흘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협곡이 형성된 후 지각활동으로 인해 땅이 기울면서 동쪽으로 흘렀던 콜로라도 강의 방향이 뒤집어져 지금처럼 서쪽으로 흐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뉴멕시코 대학의 연구팀이 열연대기를 이용해 그랜드캐니언 4곳의 샘플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이 두 가지 주장이 모두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협곡의 절반 가량은 600만년 전에 형성됐으며, 1/4은 1500만~2500만년 전에,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7000만년전에 형성된 것으로 밝혀진 것.

이처럼 연대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많은 지질학자들은 서로 다른 시기에 형성된 고대의 강들이 한데 모여 그랜드캐니언을 형성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대의 강들에 대한 지질학적 자료들이 아직 하나도 발견되지 않아 이 역시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북미 최초로 인간이 거주한 증거를 지닌 그랜드캐니언에는 2600개 이상의 선사시대 유적이 남아 있다. 코호니나 인디언과 아나사지 인디언이 이곳에 거주했으며, 후알라파이 인디언 등은 19세기 중반 유럽 이주민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협곡 내에서 방해받지 않고 살았다.

또한 후기 선캄브리아대의 초기 식물 형태가 화석 유물로 남아 있으며, 고생대의 해양 및 육지 화석에서부터 중생대의 초기 파충류의 자취도 화석으로 발견됐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자연 절경으로 꼽히는 그랜드캐니언은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그 관광객의 90%는 그랜드캐니언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사우스림’을 찾는다. 이곳에서는 절벽을 따라 전망대가 설치되어 협곡을 전망할 수 있으며, 노새를 타거나 걷는 트레일 코스를 비롯해 경비행기 관광도 가능하다.

특히 그랜드캐니언의 다채로운 단층들은 시간에 따라 색을 달리해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아침에는 금색으로 반짝이다 정오에는 연한 갈색, 그리고 해질녘에는 붉은색으로 바뀌는 것. 그리고 달이 뜨면 은은한 푸른색으로 변해 장관을 연출한다.

그랜드캐니언의 구체적인 내부 모습을 처음 밝혀낸 이는 1869년 존 웨슬리 파월이다. 그는 탐험대를 이끌고 나무로 만든 배를 탄 채 161개의 급류를 헤치면서 콜로라도 강의 지도를 작성하고 협곡 내부의 구체적인 모습을 파악했다.

1893년에는 채광 및 벌목, 사냥을 계속 허락한다는 전제 하에 숲을 보존하는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됐으며, 1906년에는 아생동물 보호를 위한 사냥감 보존이 강화됐다. 1919년 미국 의회법에 의해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이 탄생되었으며, 197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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