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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이야기] 공항색소폰동호회 정남숙 단장소외계층, 개척 교회 찾아 음악 봉사 펼쳐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8.10.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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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숙 공항색소폰동호회 합주단장.

[코리아뉴스타임즈추석 연휴가 이제 막 끝난 목요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공항색소폰동호회 연습실은 악기를 손질하는 회원들로 분주했다. 가을에 들어서 거리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지만, 반짝이는 색소폰을 들고 연습에 몰두하는 회원들의 한여름 같은 열기로 연습실 안은 가득 차 있었다.

공항색소폰동호회는 은퇴 후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거나, 혹은 정년을 앞둔 장년층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지난 2012년 구성한 관악기 동호회다.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 오로지 경제적 문제에만 집중된 척박한 국내의 문화적 풍토 속에서, 공항색소폰동호회는 음악을 통해 제 2의 인생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회원 간의 교류를 통해 삶의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갈고 닦은 실력을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함께 나누는 봉사활동을 통해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닌 더 큰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리아뉴스타임즈>는 공항색소폰동호회의 창립 멤버이자 합주단장을 맡고 있는 정남숙 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 단장이 처음 음악을 접하게 된 것은 약 10년 전, 중앙대학교 CEO과정에서 만난 지인의 권유로 드럼을 배우게 된 것이 계기였다. 정 단장은 같은 과정에서 동문수학한 지인이 드럼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 시절의 꿈이 되살아났다며 처음 드럼스틱을 잡았던 순간을 회고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소질이 있었어요. 시골집에서 부지깽이를 두들기며 혼자 노래를 부르다가 할머니 할아버지께 혼난 적도 많아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어렸을 때 품었던 음악의 꿈을 접고 있었는데 드럼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그 꿈이 되살아나게 된 거죠”

전공자 사이에서도 여성 드럼 연주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년에 들어 처음 접하는 악기로 드럼을 선택한 것은 의외였다. 정 단장은 “드럼 선생님도 처음에는 ‘여자가 드럼을 배우겠다고요?’라고 놀라셨어요. 보통은 섣불리 드럼을 배우겠다고 나서는 여자분들이 드물다고 하셨는데, 저는 마음을 먹은 날 바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늦게 시작한 연주지만 너무 좋아서 당시에는 미친 듯이 연습을 했었지요”라고 말했다.

지역 행사에서 동호회원들과 함께 합주를 이끌고 있는 정남숙 단장.

드럼에서 시작된 정 단장의 음악인생은 이후 색소폰, 오카리나와 같은 관악기로 이어졌다. 당시 정 단장은 ‘음악사랑봉사단’ 소속으로 요양원, 장애인 시설 등에 일주일에 두 세 번씩 공연봉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드럼은 이동하기도 어렵고 체력이 필요하다보니, 좀 더 휴대가 편한 색소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생님이 주신 운지표를 보고 독학으로 시작했어요. 독학을 하다 보니 잘못된 습관이 몸에 밴 것이 조금은 아쉽죠. 하지만 실력이 쌓이다보니 공항색소폰동호회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다른 회원들을 가르칠 정도가 됐어요. 경력이 다른 회원들보다 길다 보니 합주를 리드하는 단장 역할도 맡게 됐습니다”

공항색소폰동호회는 회원 개인들의 색소폰 연습이 주된 활동이지만, 합주에 참여하는 회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독실한 크리스천인 정 단장은 경제·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위치한 개척교회에 무료 공연봉사를 다니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흔히 한국 개신교라고 하면 대형 교회를 떠올리게 되지만, 개척교회의 경우 적게는 3~4명, 많게는 10~20명가량의 소외된 노년 계층이 모인 가난한 교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곳에서는 제대로 된 예배를 진행하기 위한 음악 장비도, 연주 실력을 갖춘 젊은 교인도 부족해 문화적 소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음악사랑봉사단 시절에는 요양원이나 시설 위주로 다녔지만 최근에는 주로 전국 각지의 가난한 개척교회에 봉사를 나가고 있어요. 대형 교회들은 대부분 자체 관현악단이나 합창단을 가지고 있지만 개척교회는 훨씬 힘들고 어려운 사정이죠. 교인들도 대부분 어르신들이고 신앙생활을 함께 할 젊은 친구들도 부족해요”

공항색소폰동호회 회원들은 전국 각지의 개척교회를 찾아다니며 공연봉사를 펼치고 있다.

정 단장이 이끄는 공항색소폰동호회 합주단은 매달 전국 각지의 개척교회에서 무료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회원 사정 때문에 많은 인원이 참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 단장은 “오카리나, 색소폰, 보컬까지 저 혼자서도 1인 3역을 해낼 수 있어요. 사정이 안 되면 두세 명이라도 가서 도움을 드리고 오려고 노력해요”라며 “도움을 드리러 가지만 오히려 우리가 더 큰 감동을 받는 것 같아요. 소외된 지역의 교회를 돕고 나면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회원들도 많은 보람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동호회원들과 봉사활동을 다니며 인상 깊었던 기억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나이지리아 이주노동자 교회를 꼽았다. 정 단장은 “나이지리아 이주노동자 분들이 중심이 된 교회고 한국인도 몇 분 계세요. 일 년에 두세 번씩은 꼭 공연을 하러 가는 곳입니다”라며 문화도 피부색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교류를 나눈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나이지리아 교회는 한국 교회와 예배하는 방식이 달라요. 한국 교회가 ‘거룩함’을 중시한다면, 그곳은 축제 분위기죠.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예배를 드립니다”라며 나이지리아 이주노동자 교회에서의 봉사활동을 회고했다. 문화가 다르면 어떤 레퍼토리로 공연을 진행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정 단장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함께 부르는 보편적인 찬송가나 영가를 선곡해요. 나이지리아 분들도 알고 있는 곡으로요”라고 답했다. 정 단장은 “가는 곳에 따라 청중의 기호에 맞게 레퍼토리를 달리 합니다. 지자체 행사나 노상 공연을 할 때는 흘러간 팝송이나 가요를 부르기도 해요”라고 덧붙였다.

공항색소폰동호회 합주단 공연 모습.

약 30명 남짓한 규모의 공항색소폰동호회 내에서도 정기적으로 연습에 참여하는 여성 회원은 불과 4~5명. 합주단에서는 사실상 홍일점이라 할 수 있는 정 단장은 동호회 활동의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정 단장은 “원래 상당히 얌전한 성격이었는데 합주단장을 맡은 뒤로는 와일드한 사람으로 바뀌게 되더라고요. 서로 다른 사람들과 만나 박자를 맞춰야 하는 합주를 리드하다보니 와일드하지 않으면 단원을 이끌기가 어려워요”라며 합주단장을 맡으면서 바뀐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 단장은 “독주를 할 때는 음을 늘이거나 줄이면서 조절할 수 있지만 합주는 다른 단원들과 박자를 맞춰야 하잖아요. ‘내가 독주실력은 더 나은데…’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어려워요”라며 합주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정 단장은 “그래도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합주가 독주에 비해 훨씬 연주하는 맛이 살아나요. 예전에 대전의 한 지자체 공연에서 합주를 한 뒤 녹음한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너무 착착 잘 맞아서 뿌듯했던 기억이 나요”라며 다른 회원들과 어우러지는 합주의 매력을 강조했다.

뒤늦은 음악인생에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정 단장은 첫 음악생활을 가족도 모르게 비밀스럽게 시작했다. 두 아들은 모두 어머니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했지만 남편에게는 설득이 필요했기 때문.

“처음에는 남편 몰래 음악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공원에서 드럼을 치는 제 모습을 남편의 지인이 발견하는 바람에 이야기를 털어놓게 됐죠”

하지만 점차 공연을 통해 삶의 보람을 얻고 건강한 미소가 늘어가는 정 단장의 모습을 보며, 처음에 부정적이었던 남편의 태도도 바뀌어갔다.

“제가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라 남편이 공연활동에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공연을 할 때마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훨훨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에요”라며 “제가 떳떳하게 나오니 남편도 이제는 이해해주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뉴질랜드에 공연을 다녀왔는데, 이야기를 꺼내니 잘 다녀오라고 하더라고요”

공항색소폰동호회 합주단원들의 모습.

정 단장은 음악을 배우기 시작한 후 삶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정 단장은 “음악을 시작한 뒤로는 어디가도 뿌듯한 마음이에요. 악기를 연주할 줄 알고, 그것으로 봉사도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죠”라며 “주변 친구들도 자기들은 시도할 생각도 해보지 못한 일이라며 부러워해요”라고 음악활동의 기쁨을 설명했다.

정 단장은 오랜 어린이집 생활을 정리하고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던 음악이라는 새로운 무대로 나가고 있다. 개인의 성취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오카리나를 교습하기도 하고, 어려운 곳에 공연봉사를 다니며 뒤늦게 펼치기 시작한 재능을 소외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음악을 시작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스스로 발전하는 것을 느끼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동호회에서 여러 사람들과 합주와 봉사를 함께 하면서 새로운 친구도 많이 사귀고,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는 기쁨도 알게 됐지요”

남들보다 조금 늦은 시작이었지만 음악을 통해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얻었다고 말하는 정 단장의 얼굴에는 오늘보다는 내일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 차있다. 앞으로 음악을 전공한 전문지도자를 초빙하고 좀 더 폭 넓은 합주단을 꾸려 질 좋은 공연으로 더 많은 이웃에게 봉사하고 싶다는 정 단장은 자신과 같은 세대들이 음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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