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스페셜 기획
'성범죄 화학적 거세' 시행 7년, 효과는?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8.09.13 16:06
  • 댓글 0
국내 첫 화학적 거세 대상이 된 전남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 고모씨. <사진=뉴시스>

[코리아뉴스타임즈국내에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법안이 시행된 지 벌써 7년이 지났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을 아시아 최초로 제정하고 이듬해 7월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성충동 약물치료법 제정을 두고 인권침해라는 반대의견과 성범죄 방지라는 지지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후 조두순·김길태·김수철 사건 등 연이은 성범죄 사건으로 인해 약물치료를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여론은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 급증하는 성범죄와 높은 재범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약물요법과 같은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

◇ 화학적 거세, 해외는 어떻게?

미국 일부 주와 유럽에서도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화학적 거세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은 당시 화학적 거세 도입을 지지하던 측의 주요 논거였다. 미국은 지난 1996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플로리다, 조지아, 루이지애나, 몬타나, 오리건, 위스콘신, 아이오와, 텍사스 등에서 화학적 거세와 관련된 법안을 도입했으며, 지난 2월에는 오클라호마주에서 릭 웨스트 주의회 의원(공화당)이 8번째로 화학적 거세 법안(HB2543)을 제출했다.

주별로 세부적인 사항은 다르다. 화학적 거세를 최초 도입한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루이지애나·아이오와·위스콘신주 등에서는 약물요법 대상을 아동성범죄자로 제한하고 있으나, 플로리다·오리건·몬타다주 등에서는 피해자 연령에 대한 규정이 없다. 국내의 경우 화학적 거세 조치를 적용할 수 있는 피해자 연령이 16세 미만으로 12~13세인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또한 캘리포니아·아이오와·플로리다 주에서는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자 석방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규정돼있는 반면, 다른 주에서는 법원의 자유재량에 맡기고 있다. 루이지애나·플로리다·텍사스주 등에서는 범죄자의 선택에 따라 화학적 거세 대신 물리적 거세를 택할 수 있다.

유럽에서도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는 독일,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폴란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1969년부터 성범죄자에게 징역형과 외과적 거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체코는 1966년부터 범죄자 동의 하에 성충동 억제 약물 투여를 허용하고 있다. 2009년 화학적 거세를 도입한 폴란드의 경우 유럽에서 유일하게 범죄자 동의 없이 법원 판단에 따라 강제적으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화학적, 또는 외과적 거세를 도입한 해외 국가의 경우 실제 적용사례가 많지는 않다. 독일의 경우 외과적 거세는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성범죄자가 화학적 거세를 선택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편이다.

◇ 화학적 거세 효과는?

화학적 거세의 효과에 대한 국내 논의는 아직 부진한 편이다. 최근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성 충동 약물치료 효과의 문제점과 법적 요건’을 내고 화학적 거세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비판 의견을 개진했다.

박 교수는 화학적 거세에 사용되는 약물 4종(MPA, 루프롤라이드, 트립토렐린, CPA)에 대한 여러 임상실험 및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만으로는 화학적 거세의 효과에 대해 과학적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무작위 대조 실험(RCT)이 필요한데 이러한 연구가 거의 없으며, 일부 연구의 경우 대상 수가 너무 적거나 조사기간이 짧고 지나치게 오래 전에 시행된 연구여서 조사 과정에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것.

박 교수는 또 일부 연구에서는 화학적 거세로 인한 골밀도 감소, 무력감, 통증, 남성유방 등의 부작용이 확인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성충동 약물치료가 재발방지 효과는 명확하지 않은데, 약물치료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하다면 성충동약물치료는 재범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처분이 아닌 부작용의 두려움을 주는 잔인하고 비상식적인 형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화학적 거세가 재범 방지에 확실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015년, 화학적 거세를 받고 출소한 성범죄자 6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충동 조절 주사제(루프로렐린)를 1년 이상 투여한 결과 성적 충동행동 조절 효과가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임 교수는 화학적 거세에 따른 부작용도 경미한 체중변화, 피로감, 가려움증 정도였으며 이마제도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JTBC도 지난해 7월, 국내 화학적 거세 대상자 36명중 실제 약물을 투여한 16명의 재범률이 0%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들 조사는 박 교수가 주장한 무작위 대조가 아닐뿐더러, 화학적 거세가 시행된 지 아직 충분한 기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여서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도 화학적 거세를 통해 재범 방지 효과를 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999년 화학적 거세 법안을 도입한 오리건주에서 치료대상 79명과 거세요법 불응자 55명을 2000년부터 4년간 조사한 결과, 치료대상의 재범률은 0%였던 반면 불응자의 재범율은 18.2%였다. 성범죄 관련 준수사항 위반률도 치료대상은 1.2%인 반면, 불응자는 21.8%로 큰 차이를 보였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저작권자 © 코리아뉴스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해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오늘의 뉴스
이언주 '자국중심 주의' 주창, 트럼프 벤치마킹?
이언주 '자국중심 주의' 주창, 트럼프 벤치마킹?
민주당-노동계 대립 심화, '탄력근로제' 해법은?
민주당-노동계 대립 심화, '탄력근로제' 해법은?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