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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CO2 유출사고로 본 '위험의 외주화'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8.09.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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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리아뉴스타임즈]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로 인해 ‘위험의 외주화’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CO2) 유출로 협력업체 직원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협력업체 직원들은 사업장 내 이산화탄소가 저장돼 있는 실린더가 파손되면서 가스가 유출돼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협력업체 직원들은 사업장 내 기존에 있던 소화설비를 새로운 장비로 교체하던 중이었다.

사고 위험이 높은 업무를 하도급업체에 맡겨두고 관리책임을 소홀히 하다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달 27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하청업체 OO강업 소속 직원 A씨가 지하수로 청소 작업 중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도 지난 5일 탈황 공정 반응기 촉매 교체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  B씨가 반응기 내부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원청이 외주화한 위험 업무를 담당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다. 노동계에서는 대기업과 재벌이 직접 부담해야 할 책임을 하청, 재하청에 떠넘기면서, 결국 모든 위험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전가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안전의 문제는 고용형태와 관련이 없으며, 안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전문 외주업체에게 업무를 위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위험의 외주화, 사실일까?

‘위험의 외주화’는 일부 사례때문에 부풀려진 소문일까, 아니면 실재하는 현상일까? 통계는 원청과 하청 근로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위험부담에 극명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조선·철강·자동차·석유화학·전자 등 5개업종 약 40만명의 근로자를 조사한 결과 2015년 기준 원청의 재해율은 0.79%로 상주 사내 하청업체(0.20%), 비상주 사내 하청업체(0.08%)에 비해 오히려 높았다.

하지만 근로자 1만명 당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인원(만인율)을 살펴보면 상주 사내 하청업체는 0.39로 원청(0.05)의 8배에 달하는 높은 비율을 보였다. 산재현황 기준으로도 상주 사내 하청업체의 업무상 사망사고 만인율은 0.55로 원청(0.05)의 11배에 달한다. 산업재해의 빈도 자체는 원청이 더 많을지라도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사고는 하청업체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

문제는 이러한 수치가 실제보다 훨씬 축소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청업체 근로자가 작업과정에서 사고를 당할 경우 산업재해로 처리되는 비율이 심각하게 낮기 때문. 지난 2015년 금속노조가 현대제철 당진ㆍ순천ㆍ포항ㆍ인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7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철강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상 부상 및 질병을 경험한 비율은 44.3%였으나 실재 산재처리된 경우는 겨우 8.6%였다.

원ㆍ하청의 수직적인 관계 때문에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산업재해를 당해도 문제제기를 하기가 어렵다. 금속노조 조사에 따르면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소속 업체나 원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봐(54.6%), 또는 소속 업체의 강요때문에 (17.8%) 산재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원청과의 관계에 따라 고용규모가 달라지는 하청업체 입장에서 소속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고용이 극도로 불안정한 하청업체 근로자가 직접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노동계, "산안법 개정안, 만점짜리 해답 아니다"

위험 업무의 외주화는 직접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절감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들이 대부분 선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물론 경영계 주장대로 해당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외주업체를 고용할 경우 오히려 안전 수준이 한층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피라미드형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위험의 외주화는 대체로 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원청에 의존적인 영세 하청업체들이 일감을 따내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기간을 단축하고 도급단가를 낮추는 상황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 게다가 영세 하청업체가 자기 사업장도 아닌 원청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작업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위험을 가장 취약한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작업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원ㆍ하청의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3월 산재사고에 대한 원청의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하고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안이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범위가 일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한정돼있다. 예를 들어 배달종사자의 경우에도 정부안에는 ‘이륜차 배달노동자’라고 특정돼있어, 다른 형태의 배달종사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할 여지가 있다. 또한 위험 상황 발생시 현장 근로자들의 판단에 따라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한 부분에서도, 작업중단이 필요한 상황을 ‘급박한 상황’으로 제한해 모호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현장 근로자들이 직접 안전감독관을 선출해 작업환경을 관리하도록 했지만, 정보요구나 작업중지의 권한이 제대로 규정돼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지난 3월 열린 산안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에서 “법안은 적용 대상이나 내용이 협소하거나, 하위 법령이나 위반 시 규제가 없고 현장 노동자 참여가 배제되어 있는 내용이 상당수”라며 “소수 전문가들의 논의 중심으로 진행된 법안은 현장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보호에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위험이 가장 취약하고 불안정한 근로자들에게 외주화되는 현 상황에서 정부안이 최선의 대안이 되기는 어려워보인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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