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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마니아 여정현의 '4차산업혁명 속으로'
패자부활, 왜 한국에선 어려울까
  • 여정현
  • 승인 2018.08.29 10:55
  • 댓글 1

제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혁신으로 가속화 된다. 그러나, 혁신의 성공 확률은 겨우 20%밖에 되지 않고, 반대로 실패의 확율은 무려 80%로 높다. 한국에서 창업한 음식이나 숙박업소의 5년 후 폐업 확률도 대략 80% 정도이다. 실패는 벤처생태계에서는 흔히 발생하는 것이고,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라고 여겨진다. 무려 투자금의 5배를 돌려주며 명성을 날렸던 실리콘밸리의 성공적인 벤처투자가도 신생기업에 대한 다양한 투자 중 3분의 2는 실패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실패의 대가는 실리콘밸리보다 더욱 혹독하다. 사업에 참가한 당사자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여,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융자를 받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외부투자가가 있다면 배임으로 고소당할 확률마저 높아진다. 물론 선량한 관리자로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회사가 큰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제4차 산업혁명의 가속을 위해서는 실패는 성공을 향한 험난한 길의 한부분일 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 시장에도 실패한 혁신가가 재기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늘어난다면 혁신가들의 도전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실패는 재도전의 밑거름

실패에 관한 경험은 분명히 재도전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혁신가들이 동일한 실패를 반복했다면 그는 배움이 없는 사람이지만, 2~3차 시도에서 다른 형태의 실패를 경험한다면 그는 혁신의 원대한 과정에서 소중한 것을 지속적으로 배우고 있는 것이다. 에디슨은 필라멘트를 만들기 위하여 3,000번, 전구를 만들기 위하여 9,000번이나 실패를 경험했다. 누구든지 에디슨의 헛수고를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에디슨 이후 최근의 GE는 혁신을 두려워했고, 편안한 금융업에 집중했다. 손쉽게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업에 안주하다가 GE는 지난 6월 다우지수에서 퇴출하는 수모를 겪었다.

혁신의 상징이 되어 시가총액만 1,000조원이 넘는 아마존도 지난 22년간 70개에 가가운 사업을 시작했지만 무려 18개 사업을 실패로 접었다. 아마존은 ‘파이어폰’을 20만원선의 저렴한 가격에 출시했지만 팔리지 않았다. 판매가 부진하자 단돈 천원으로 가격을 낮추었지만 제품은 좀처럼 많이 팔리지 않았다. 파이어폰은 약 35,000대 정도 팔렸고 아마존은 한분기에만 파이어폰으로 2,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보았다. 아마존은 2015년 호텔 예약 서비스인 '아마존 데스티네이션'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때로는 우수한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였다고 하더라도 시장규모가 적거나, 시장에서 고객들이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지 않는다면 기술개발의 의미는 줄어든다. ‘아마존고’는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무인 편의점이다. “줄 서지 않고, 계산하지 않으며, 계산대를 두지 않는 상점”이다. 무인상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지하철 개찰구 같은 출입구를 지나면 된다. 편의점 내부에 있는 인공지능과 결합한 200여개의 카메라가 RFID태그가 부착되어 있지 않은 제품도 자동으로 계산한다. 뉴욕타임즈 기자가 허락을 받고 선반의 물건을 몰래 겨드랑이 사이에 숨겼지만, 아마존고는 정확하게 이를 계산했다. 그러나, 아마존 고는 대대적으로 점포를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 고는 분명히 혁신적이었지만, 기존 편의점에서 불편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쉽게 아마존고로 향하지 않는다. 앱을 설치하고 입장하고, 제품의 환불이 복잡해지는 것도 아마존고가 해결할 문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노트7의 리콜로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7,100만대의 휴대폰을 리콜하였으며 1조1,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그렇지만, 갤럭시 노트9는 스마트S펜을 탑재하고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출시되었다.

영화 ‘잡스’에서 나운 것처럼 애플의 초기 컴퓨터인 애플1의 경우, 애플은 메인보드만 겨우 175대 팔았다. 소비자들은 파워스플라이에서 키보드까지 따로 따로 구매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진은 애플이 아름다운 플라스틱 케이스를 채용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리사’ 제품의 실패와 외부회사에서 준비한 ‘넥스트 스테이션’의 판매 부진은 그를 소프트웨어에 더욱 집중하게 하였고 애플의 성공을 앞당겼다. 애플 제품의 디자인이 아름다운 것도 수많은 디자인이 실패로 부숴지며 이루어낸 혁혁한 성과이다.

아마존과 애플, 삼성은 모두 실패를 통하여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 어쩌면 그러한 실패가 이들을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위대한 혁신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는지도 모른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사진 출처 = 플리커 (Donq question)

패자부활전의 제도화

실리콘밸리의 CEO들은 대략 2.8회의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버의 CEO 트래비스 칼라닉도 4번의 실패를 가지고 있다. 그는 저작권 소송으로 파산했고, 3년간 월급 없는 생활을 견디며, 비용절감을 위해 회사를 태국으로 옮기기도 하였다.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은 8번이나 실패했다. 마윈은 “최대의 실패는 포기”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한국은 CEO는 겨우 1.3회 정도 실패를 경험했다. 이점은 한국의 CEO가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사회가 그만큼 실패에 대하여 관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수의 성공한 기업가들은 탁월한 재능을 가졌고, 그 재능을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사업아이디어는 대개 이전의 직업의 경험에서 얻게 된다. 그들이 가졌던 이전 직장에서의 실패 경험은 다음 창업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창업에서의 실패의 확률을 낮추어 주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같은 국가들은 재능있는 사람들이 취업을 하기보다는 창업을 선택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재능있는 사람들은 제1순위로 공무원 합격을 생각하고, 다음으로 대기업 취업을 생각한다. 취업이 되지 않은 청년들이 불가피하게 창업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15~29세 청년고용율은 OECD 국가들 중 최악이다 아이슬란드 청년은 78.8% 이상, 미국은 60% 이상이 고용되지만 한국은 청년은 아이슬란드의 절반인 42.1%만 취업의 문턱을 넘는다. 경제위기로 유명해진 그리스의 29.2%와 큰 차이가 나이 않는다. 그런데,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27%에 불과하다. 73%에 달하는 청년들은 5년뒤 부모님의 품안에서 캥거루족으로 지내거나, 또 다른 창업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실패한 청년에게 기회를 주어야 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창업과 혁신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주만지2'에서는 주인공들이 3개의 목숨을 가진다. 그들은 3번의 기회가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때로는 자신이나 동료들의 목숨을 희생해서 이미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

한국의 정부는 청년들의 실패에 보상하기 보다는 징벌을 가한다. 다양한 개인회생 프로그램이 있지만, 실패자에 대하여는 사회적 낙인이 뒤따른다. 오늘날 이스라엘은 사막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만든 모범국가로 꼽힌다. 그들이 전세계로 흩어진 후 사막으로 돌아왔을 때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정부는 창업투자 손실을 최대 80%까지 보전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와 같은 정책에 힘을 입어 이스라엘은 인구 110명당 한 개의 창업기업을 보유하게 되었다.

유럽의회의 ‘소기업법’은 법률이 아니고, 일종의 이니셔티브이다. 그런데 이 소기업법의 2번째 조항은 "실패한 기업은 곧 2번째 기회를 가지도록 한다."고 천명하며, 실패한 소기업들의 제기를 돕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버드의 경영연구가들은 한번 실패한 기업의 성공율은 20%로 초기 창업기업의 성공율 18% 보다 다소 높아진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재창업기업의 부실률이 8.9%로 초기창업기업의 부실률 3.7%보다 두배나 높다. 한국에서도 최근 재창업자들에게 세금지원 등을 하는 법안은 발의되고 있지만, 이스라엘처럼 손실을 보존하는 정책은 아직 요원하다.

 

민간에서 불고 있는 청년 재기 프로그램

실리콘밸리의 창업환경에도 과도한 특혜는 없다. 청년창업가들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세밀한 사업계획으로 엄격히 평가 받는다. 그런데, 한국 정부에서는 실리콘밸리보다 많은 1,500개 이상의 다양한 창업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물론 정부의 다양한 창업지원정책과 민간에 형성된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앤젤투자가들, 벤처자본가들은 창업자들이 기술개발에 따르는 악마의 강, 상업화에 따르는 죽음의 계곡, 마케팅의 성공에 따르는 다윈의 바다를 건너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때로는 정부의 지나친 지원이 성장력을 약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의 경우 창업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다양하나, 창업자들이 보상을 받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인수합병시장이나 거래소상장은 적절하게 발달되어 있지 않으며, 결국 건강한 창업생태계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은 많지만 실패한 청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적은 편이다. 오히려 민간에서 다양한 지원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운영한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실패한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곳 중의 하나이다. 민간 재도전 전문기관은 재도전자들에 대한 교육, 컨설팅, 정책지원, 성공사례 발굴 등으로 재도전 문화를 만들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외딴 섬에서 힐링 캠프도 개최한다. 재기중소기업 개발원의 경우 창업실패자들에 대한 역량강화 과정으로 61%가 재창업하고, 21%는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전남 목포에서는 “괜찮아”라는 청년재기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실패한 청년을 위로하며, 황폐해지는 전남의 구도심이나 농촌에서 쉼과 새로운 재기의 기회를 제공한다.

매일 약2,500명에 달하는 창업자들은 고통스러운 폐업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년간 1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폐업으로 절망한다. 초기의 실패자들은 대개는 아이디어와 패기만 믿고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의 실패는 결국 성공을 향한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복잡한 아케이드 게임을 한번에 돌파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플레이어는 두번째의 시도에서 장애물을 돌파하며 더 멀리 앞으로 나아간다. 트럼프의 경우 4번이나 파산을 했고, 5번의 시도에는 5,000조원을 주무르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에디슨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실패와 같은 커다란 성공도 없다. 한국 사회에서는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혁신의 길보다는 공무원시험 합격에 목숨을 건다. 만약 우리 사회가 실패에 대한 다양한 안전망을 제공한다면, 더 많은 젊은이들이 원대한 혁신의 과정에 더욱 과감하게 뛰어들 것이다.

 

<필자 약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여정현  sanjose951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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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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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2018-08-30 02:17:10

    재대로된 기사를 쓰는군요.
    살면서 기사글에 처음 댓글을 답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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