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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예능, 바람직한 트랜드인가?
  • 오건(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8.08.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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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

크로아티아, 베를린, 프라하, 빈, 베트남 다낭과 하노이, 일본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요즘 한국 여행객들이 몰리는 관광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위 TV에 방영중인 여행예능 프로그램들이 휩쓸고 간 지역이다. 실제로 TV 여행예능 프로그램이 국내 소비자들의 여행지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호텔스컴바인은 최근 방영한 tvN <꽃보다 할배>의 행선지인 베를린, 프라하, 잘즈브르크, 빈 등 유럽 여행지에 대한 검색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방송사의 <짠내투어>의 행선지였던 베트남 하노이 편 직후 30% 가까지 늘었다.

요즘 TV를 틀면 마치 전 채널이 여행채널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앞의 두 프로그램 외에도 <뭉쳐야 뜬다>(JTBC), <배틀 트립>(KBS2) 등 전문적인 여행예능은 물론이고 <나 혼자 산다>나 <비긴 어게인>, <윤식당>, <원나잇 푸드트립>은 물론이고 <도시어부>와 같은 낚시 프로그램이나 <런닝맨> 조차도 해외특집을 방영한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여행사들이 마련한 코스를 돌면서 풍물을 소개하고 맛집을 찾아나선다. 시청자들은 언젠가 한 번 가서 꼭보고, 꼭 먹고 싶은 욕구에 시달린다. 대개의 프로그램들은 각 국가별 관광청이나 대형 여행사들이 협찬으로 진행된다. ‘욜로족’이 유행하면서 여행에 올인한다는 한국인 여행자를 한 명이라도 더 잡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잡기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다. 방송사로서는 제작비를 절감하면서 시청률을 올릴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우후죽순으로 생긴 중저가 항공사들 역시 여행예능의 붐이 반가울 따름이다.

2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예인들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들르는 관광지마다 한 번 오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먹는 음식마다 엄지척을 내세우면서 맛있다고 선전한다. 폭염에 시달리면서 TV나 봐야하는 시청자들은 빚이라도 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의 2018년 7월 관광통계에 따르면 125만4,833명의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사드보복 등으로 줄어들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늘면서 작년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다. 7월 우리 국민은 1년 전보다 4.4% 증가한 249만5,297명이 해외로 출국했다. 그냥 산술적으로 숫자만 따진다고 해도 관광수지 적자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관광지들은 올 여름 최악의 고통을 겪었다. 대부분의 유명 관광지들이 유래 없는 폭염으로 관광객들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먹방’(음식을 소재로한 방송)을 규제한다고 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같은 이유로 ‘여행 예능’을 규제한다고 하면 똑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신문의 경제면이나 사회면을 장식하는 기사들은 한결같이 암담하다. 고용지표는 갈수록 악화되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청년실업으로도 모자라 중년들의 실업률까지 높아지고 있다. 그 와중에 방송사들의 프로그램을 보면 ‘딴나라 TV’ 같다. 그나마 국내의 문화유적지 등을 돌면서 인문학 지식을 전하는 <알쓸신잡>이나 제주도 여행바람을 불러온 <효리네 민박> 같은 프로그램이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가을에 해외 여행예능 프로그램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몇몇 프로그램들이 방영을 시작했거나 기획단계에 있다는 소식이다.

‘먹방’과 함께 ‘여행 예능’은 방송사의 편성권을 가진 이들이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손 안대고 코 풀고 싶은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사상 최악의 무더위에 생활전선에서 땀흘리면서 여름 휴가조차 잊고 사는 시청자들이 훨씬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

오건(대중문화평론가)  kntimes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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