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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과 전자민주주의
  • 여정현
  • 승인 2018.08.2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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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은 흔히 IT와 생명공학, IT과 기계공학 등 이종 기술간의 융합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이나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 소비와 생산의 융합, 개인과 집단의 융합, 과학기술과 경제사회의 융합이기도 하다.

제4차 산업혁명의 진행에서 신기술로 발생하는 개인적인 혁신과 기존 집단과의 이익의 융합 문제는 결국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대의기관이 나서서 해결하게 된다. 이글에서는 첨단기술의 등장으로 불고 있는 다양한 전자민주주의의 구현방법에서의 변화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전자민주주의의 등장

전자민주주의는 일반적으로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형태의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 수렴, 웹사이트, 블로그, 페이스북을 통한 홍보, 온라인 투표, 전자의회, 전자적으로 이뤄지는 정책공청회는 모두 전자민주주의의 한 형태이다. 청와대의 ‘국민청원 및 제안’이 활성화되면서, 국민들의 의사개진이 활발해졌고, 행정부와 언론, 국회까지도 관련 건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복제한 온라인의 세계는 점점 거대해지고 있으며 유권자들에게는 새로운 힘을 가져다준다. 유권자뿐만 아니라 정치인도 전자민주주의로 인하여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가 이번 주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게시한 트위터를 살펴보니, 게시 후 하루 만에 좋아요가 10만명이 넘는 글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1인 블로그가 정치인을 감시하고 유권자와 소통하는 효율적인 수단임이 알려지자, 일부 포털은 정치인들의 블로그를 검색결과 상당에 우선 배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인접 시군의 통합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주민들에게 물어서 결정하지만, 직접민주주의가 발전한 스위스의 경우에는 최대임금을 최저임금의 12배로 제한하는 사소한 문제도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서 결정한다. 전자민주주의의 선진국인 에스토니아는 2005년에 이미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에서도 이미 일부 당대표 선거는 제한적으로 전자투표로 시행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발한 전자투표시스템을 보면, 투표자는 투표용지 대신 투표할 권한을 탑재한 전자카드를 받게 되고, 투표자는 전자카드를 기기에 삽입하고 터치스크린을 누르는 것으로 투표는 매우 간단히 끝난다. 선거가 끝나면 복잡한 표계산이나 검표과정 없이 곧바로 선거결과가 공포된다.

전자민주주의의 발달로 유권자의 정보와 미묘한 성향은 이제 자동으로 디지털화되고, 빅데이터로 축적된다. 빅데이터는 클라우드에 고스란히 담기게 되고, 고도로 지능화된 인공지능은 이를 분석하여 유권자의 성향과 관심사에 따른 차별적 대응전략을 제시하게 된다. 미국의 한 선거 관계자는 지난 2016 미국대선에서 페이스북 이용자들 8700만명의 데이터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서 논란이 일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사용자 경험은 제조공장으로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이루어진다. 마찬가지로 입법이나 정책의 영향에 관한 평가도 이제는 정치권에 보다 빨리 전달된다. 정책입안자들의 태도는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보다 빨리 수정되고, 개별적 사안에 대한 의결 결과는 다음 선거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자민주주의로 인하여 다양한 계층에 있는 국민의 언어의 온도를 읽어 의사를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지만, 정보독과점 세력에 의한 여론몰이도 여전히 가능하고, 정보 접근성이 약한 노인층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위험도 있다. 사이버세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매체를 점령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전자민주주의에는 이러한 새로운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경우 디지털법을 제정하여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터넷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전자민주주의가 국민들을 광장으로 일일이 끌어내지 않고, 집안에서 편리하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성숙한 정치문화를 만들어주지는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유권자에게 취하는 네가티브 공세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쉽게 거부하지 못한다. 한국에서도 선플을 달자는 공익광고가 이어지고 있는데, 건전한 정치문화를 위하여 추가적인 교육이나 캠페인은 계속 이어질 필요가 있다.

 

메시지보다 그림, 그림보다 영상

초창기의 컴퓨터는 오직 텍스트만 처리했다. 그러나 점점 처리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내 천연색 사진을 처리하게 되었고, 불가능할 것으로만 보였던 동영상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네트웍의 속도까지 빨라져,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상파로 TV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망에 탑재된 신호로 TV를 시청한다. 그만큼 국민들의 의사형성에서 TV나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졌다. 30대의 젊은 케네디가 1970년대 미국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TV에 가장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TV에 출연하여 감미로운 색소폰 연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앙겔라 메르켈은 상대방의 거친 인신공격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는 겸손함으로 독일총리가 되었고 13년간 장기 집권하고 있다. 사람들은 TV토론회에서는 후보자의 명쾌한 주장보다는 때로는 소탈한 이미지에 매료된다. 사실 정치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이 복합한 정치적 이슈를 정확히 이해하기는 쉽지는 않다. 이슈에 영향을 덜 받는 다수는 결국 이미지에 영향을 받게 된다.

40대는 아직도 TV로 정보를 얻지만, 젊은 20대는 손안의 인터넷이라는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수집한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스몸비가 늘어나 지방자치단체가 안전을 위하여 보도블록에 적색과 녹색의 LED신호등을 시범설치할 정도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손안의 동영상 중 먹방과 짤방의 영향력이 유난히 강하다. 예를 들면 밴쯔라는 날씬한 유투버는 짜장면 16그릇을 한꺼번에 먹는 영상을 찍어 순식간에 조회수 600만명을 기록했다. 현재 진행중인 모정당의 당대표 선거에도 후보자들이 먹는 방송을 찍으며 20대 청년들에게 자신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모 정당은 아기상어율동 동영상콘테스트를 했는데, 한 후보자가 노모와 같이 출연하여 엇박자가 나는 '아기상어' 율동을 추는 영상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모 정당은 정책과 공약을 아예 쇼핑몰 플랫폼에 탑재하여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제는 정치광고가 내용보다는 재미와 흥미를 쫓는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인지부조화 이론과 인공지능의 편향

페스팅거는 1950년대에 이미 인지부조화이론을 소개했다. 이 이론은 인간은 보편적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과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편한 경험을 느낀다는 것이다. 페스팅거는 실험에서 어떤 확정적 사실에 대하여 거짓된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은 인지적인 부조화를 피하기 위하여 이미 확정된 사실까지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쟁때 중공군의 포로가 된 미군들 중 담배 한갑을 받기 위해 공산주의를 미화하는 글을 작성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거짓된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공산주의가 옳을 수도 있다는 방향으로 사고까지 바꾸어간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 한국의 정가에서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과 자동화된 리트윗(RT)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러한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들은 처음 본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이에 대한 확증을 형성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강화하는 글을 보다 열심히 읽게 되고, 자신의 이념에 반하는 글을 애써 무시하도록 변화한다.

사람들의 이와 같은 확증적인 편향을 이해한 사람들은 가짜 뉴스를 새로운 사업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는 동유럽의 작는 나라 마케도니아의 한 고등학생은 특정 후보에 유리한 가짜 뉴스들을 게재한 사이트를 신설하였다. 그는 대선 캠페인이 진행되는 4달 동안 자동적으로 게재되는 광고 수익으로만 1800만원을 벌었다.

한편 사람도 구별하기 힘든 가짜뉴스가 범람하게 되면, 현실을 복제한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인공지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학습이 부진했던 한 인공지능이 흑인을 고릴라라고 판단하자 인공지능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스탠포드대학의 대만계 여성연구원인 페이페이 리는 이미지넷이라는 사진 인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5만명의 사용자가 167개국에서 10억장의 사진을 모아서 수작업으로 분류하고 처리했다. 최근에는 1500만장 넘는 사진이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하여 공개되었고 확대되고 있다. 세계인구의 61%가 아시아인이고, 아시아계 여성이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였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학습할 데이터에는 서구문명을 주도하는 백인 남성들이 자주 참가하면서, human 관련 검색에는 백인들과 남성이 먼저 그리고 더 많이 등장한다. 이러한 점은 인공지능도 편향을 가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인류는 인종적인 차별에 대한 의식을 줄이기 위하여 지난 몇백년 동안 노력해왔다. 필자가 거주했던 남미의 브라질에는 백인과 흑인, 아시아인들이 지난 몇백년동안 인종간 결혼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 한가정의 여러 자녀들이 3인종의 피부색을 모두 가진 경우도 나타냈다. 한국이나 미국과는 달리 브라질에서는 이러한 노력으로 인종적인 편향성이 많이 완화되었고, 다른 인종간 결혼은 이제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이러한 인류의 노력이 인공지능에게도 이식될지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 인간이 가진 편견과 선입견이 정치적인 결정에도 참가할 인공지능에게까지 전염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광고와 뉴스의 범람

수많은 분석가들의 예언대로 온라인에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비용과 새로운 뉴스를 읽는 비용은 이제는 0원에 가까워졌다. 그 대신 다수의 사람들은 광고의 영향에 빠진다. 다행히 한국의 경우 선거광고가 선거기간에만 제한된다. 이러한 제약이 적은 미국에서는 더 많은 자금으로 더 많은 광고를 하는 후보자는 유권자들의 평가를 보다 유리하게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결국 자금이 적은 사람과 많은 사람들이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없도록 만들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정치광고를 하는 경우 그 온라인 광고의 주체와 비용 등에 대하여 자세히 공개하도록 한다. 정치광고로 인하여 여론이나 의사의 왜곡을 막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국민들이 그래픽과 영상이 주는 단편적 이미지에 의하여 투표하는 성향이 점점 강해지는 지금, 유권자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후보자나 정책과 관련된 정확하고 풍부한 데이터가 적절히 제공되는지도 엄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전자민주주의는 분명히 오프라인에서 진행되었던 고비용의 정치구조를 온라인에서 보다 저렴하게 구현하는 장점이 있다. 오프라인에서 전개되었던 정치적인 논쟁은 이제 전자적인 온라인 세계에서 복제되고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사고를 강화하는 정보에 편안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방해받을 위험성에 대하여 누구나 주의해야 한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의 진행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혁신으로 창출될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분배를 효율적으로 조화시킬 엄중한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이 신뢰도 높은 사회적 안정망을 구축하면서도 지속적인 혁신과 투자를 견인할 합리적인 해법마련에 지혜를 모으기를 기대한다.

 

<필자 약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여정현  sanjose951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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