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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연금 거부 보험사, 약관 따져보니…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8.08.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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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코리아뉴스타임즈한화생명이 삼성생명에 이어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권고를 거부했다. 반면 금감원은 여전히 기존 일괄구제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생보사와 금융당국 사이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9일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불수용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화생명은 "다수의 외부 법률 자문 결과에 기초해 최종적으로 불수용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약관에 대한 법리적이고 추가적인 해석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문제삼고 있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보험 가입 시 보험료 전액을 일시 납부한 뒤, 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을 지급받는 상품으로, 만기일에는 원금 또한 함께 돌려받는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만기일에 환금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월 연금 지급액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왔다.

문제는 보험사별로 즉시연금 약관이 상이하다는 것. '연금 지급 시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지만, 일부 보험사의 경우 아예 관련 내용을 빠뜨리거나 모호하게 적어 분쟁의 소지를 남겼다.

생명보험사 중 만기환급금 지급재원 공제를 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농협생명 뿐이다. 지난 2007년 처음 즉시연금 상품을 출시한 농협생명은 약관에 “가입 후 5년간은 연금 월액을 적게 해 5년 이후 연금 계약 적립액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덕분에 농협생명은 생보사 중 유일하게 미지급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지난 7월 금감원의 일괄구제 권고를 거부한 삼성생명은 농협생명과 달리 해당 내용이 아예 빠져있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상품인 ‘파워연금’ 약관에는 “연금계약의 연금재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이라는 표현만이 적혀 있어, 가입자들이 연금 일부가 공제된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삼성생명은 부실 약관이 논란이 되자 지난 4월 해당 부분을 “연금계약 재원을 기준으로 공시 이율을 적용하여 산출방법서에 따라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제외하고 계산한 연금월액”이라고 수정했다.

한화생명은 만기환금급 관련 공제에 관한 내용을 빠뜨린 것은 아니지만 표현이 모호한 경우다. 한화생명의 ‘바로연금’ 약관에는 “연금개시 시의 책임준비금 기준으로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 이 상품의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하여 계약자가 선택한 기간 동안 지급”이라고 적혀 있다. 문제는 만기환급금을 ‘고려’한다는 표현이다. 한화생명은 약관의 다른 항목에서는 ‘고려’ 대신 ‘차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금감원은 이 때문에 ‘고려’가 만기환급금 재원 마련을 위해 연금월액을 차감한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다른 생보사들도 농협생명처럼 구체적으로 해당 내용을 명시한 경우가 드물다. KDB생명·하나생명 등은 즉시연금 상품 약관에 “책임준비금 기준으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연금액”이라는 내용을 명시했다. 만약 보험사들이 가입자에게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삼성생명·한화생명과 마찬가지로 금감원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금감원은 같은 주장을 펼친 삼성생명과 관련해 “산출방법서는 보험사 내부의 서류일 뿐 약관만으로는 연금액이 최저보증비율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며 반박한 바 있다.

교보생명의 즉시연금 상품인 ‘웰스연금’ 약관에도 만기환급금 재원 마련을 위해 연금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었으나, 올해 들어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4월에는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 등을 제외하고 계산한 금액”이라는 내용을 다시 추가했다. 올해 이전 가입자들에게는 관련 내용을 알렸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금감원 권고를 거부할 명분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의 삼성생명이 이미 “일괄 구제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이를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의 느슨한 약관이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가 보험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상품에 대한 사전신고제를 사후보고제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약관 검토를 소홀히 했다는 것. 사전승인제와 달리 사후신고제의 경우 상품개발의 자율성이 주어지는 대신 보험사가 개별적으로 약관 검토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제도 변경에도 불구하고 생보사들이 약관 심의를 위한 전문인력 보충을 등한시한 채 과거의 관행대로 약관을 만들다가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까지 권고 거부를 선언하자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생보업계 양대 보험사가 반기를 든 만큼 확실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금융당국으로서 권위가 서지 않기 때문. 금감원에서는 홈페이지에 즉시연금 분쟁조정 접수창구를 개설하고 직접 분쟁조정 신청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석헌 금감원장 또한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추진할 뿐”이라며 기존 일괄구제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윤 원장은 오는 16일 열릴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금감원이 어떤 수를 들고 나올지 생보업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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