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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호수 물고기 '진화의 비밀'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 승인 2018.08.0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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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아프리카 남동부에 있는 말라위 공화국은 호수의 나라다. 말라위 호수가 국토의 2/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라위와 탄자니아, 모잠비크의 세 국가에 걸쳐 있는 말라위 호수는 세계에서 9번째로 큰 호수이며, 아프리카에서는 빅토리아 호와 탕가니카 호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또한 말라위 호수는 최대 깊이 700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수심이 깊으며, 물이 가장 맑은 호수로도 유명하다. 물이 맑다 보니 매년 1만톤 이상의 담수어가 잡힌다. 토양이 척박하고 곡물 생산에 실패할 때가 많아서 현지 주민들은 이 같은 어로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말라위 호수는 전 세계 어떤 호수보다도 물고기의 종류가 많은 곳이다. 이 호수에 사는 물고기들은 고유종이 많은 것이 특징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시클리드 과의 물고기들은 5종을 뺀 350종 모두가 말라위 호수의 고유종이다.

말라위 호수에는 진화학계에서 핀치 새만큼이나 가치가 높은 시클리드라는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 UNESCO / Author : Lazare Eloundou Assomo

현지에서 ‘음부나(mbuna)’라고 불리는 이 물고기는 대부분 암컷의 입 안에서 알을 부화하거나 새끼를 기르는 특징을 지닌다. 시클리드는 말라위 호수 외에 탕가니카 호와 빅토리아 호에도 서식하는데, 이 호수들은 모두 동아프리카 대열곡 지대에 형성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 균열 지역인 동아프리카 대열곡 지대는 길이가 약 5960㎞, 폭이 약 48~64㎞ 정도다.

이 지역의 시클리드는 찰스 다윈이 언급한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 새만큼이나 진화학계에서 가치가 있는 생물로 꼽힌다. 독특한 적응방산과 종의 분화를 보여줄 뿐 아니라 생태 과정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세 호수에 사는 500여 종의 시클리드는 불과 1만5000년 만에 한 종에서 모두 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종이 단시간 내에 그처럼 급속히 많은 종으로 분화한 가장 큰 이유는 지형적 고립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 호수는 수십만 년 동안 몇 번의 수위 변동이 있었는데, 저수위가 됐을 때 작은 호수나 연못으로 나뉘어져 물고기들이 갇혀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처럼 혁신적인 진화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시클리드의 ‘인두 턱’이다. 이는 목구멍에 있는 여러 개의 뼈를 융합시켜 단단한 먹이도 손쉽게 깨뜨릴 수 있는 ‘제2의 턱’을 일컫는다. 인두 턱을 진화시킨 덕분에 시클리드는 다른 종의 물고기는 먹지 못하는 단단한 껍질의 다슬기나 비늘 등을 먹이로 삼아 더 많이 번성하며 종의 다양성을 확장시켰다.

최근 들어 시클리드는 의학적 관점에서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말라위 호수에 서식하는 시클리드 중에는 이빨이 거의 없는 것도 있고 이빨이 매우 발달해 있는 종도 있다. 예를 들어 플랑크톤을 먹이로 삼는 종은 이빨이 거의 없지만, 바위에 붙은 조류를 뜯어 먹고 사는 종의 경우 이빨은 물론 맛을 구분하는 미뢰가 발달해 있다.

그런데 이빨이 발달한 시클리드에서 평생 이빨을 재생시키는 종이 발견됐다. 이 물고기들은 어쩌다 이빨이 빠져도 빠진 자리에 완벽하게 새로운 이빨이 자라서, 다 성장한 후에도 수백 개의 이빨이 새로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과 영국의 공동 연구팀은 이 물고기들의 유전체 지도를 연구한 결과, 이빨과 미뢰는 매우 다른 해부학적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시클리드의 배아 발달 과정에서 같은 종류의 상피세포로부터 유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물고기들은 인간과 달리 혀가 없으므로 미뢰가 이빨과 결합해 있거나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다. 따라서 연구진은 상피세포에 이빨이나 미뢰로 각각 변화시키는 일종의 유전자 스위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만약 그 스위치의 비밀을 밝혀낸다면 인간에게도 새로운 치아를 재생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한편, 미국 시러큐스대학의 크리스토퍼 숄츠 교수팀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말라위 호수가 위치한 동아프리카 대열곡 지대는 2500만년 전에 형성되어 지역의 강과 호수 및 기후를 변화시키고 영장류와 인간의 진화를 이끈 무대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

육지에서 발견되는 좁고 긴 골짜기인 열곡은 지구 내부의 확장에 의해 인장력이 생기고 그 힘에 의해 단층으로 둘러싸인 부분이 주저앉아 형성된다. 지난 수백 년간 말라위 호수의 수위는 약 2~12배나 내려갔는데, 숄츠 교수팀은 열곡의 갈라진 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넓어지는 지구 표면의 균열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말라위 호수는 바위투성이 호숫가에서 모래사장, 나무가 우거진 언덕 비탈, 습지 및 석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지형을 품고 있다. 덕분에 하마, 다이커, 개코원숭이, 부시피그 등의 포유류를 비롯해 악어와 왕도마뱀 등의 파충류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한다.

또한 아프리카물수리를 포함해 많은 조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흰목가마우지의 중요 번식지도 있다. 유네스코는 말라위 공화국에 있는 말라위 호수 국립공원을 1984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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