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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들의 전쟁’ 한국 노동시장의 미래는?
  • 여정현
  • 승인 2018.07.1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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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2019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올렸다. 사실상 2년간 29%나 올린 셈이다.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의 인상은 힘들다고 밝혔지만 자영업자들은 주휴수당이나 4대보험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라고 벌써부터 지급거부투쟁을 벌이고 있다. 영세사업자와 단기 알바생간의 을들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노동시장에서는 임금인상으로 일찌감치 인공지능과 로봇의 도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이글에서는 변모하는 노동시장의 미래에 대하여 살펴본다.

영화 <리얼스틸> 스틸컷. 인간 코치와 로봇 복서가 합을 맞추는 모습이다.

기술력 확대될수록 일자리 감소

이미 자동주문 자판기, 자동계산 무인상점, 로봇셰프, 로봇배달원, 로봇교사, 로봇정원관리사들이 등장하였지만 아직 자동화 수준은 인간이 만족할 만한 정도가 아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당분간은 기계화가 진행되지 않은 부분에 취업할 수 있다. 그런데, 비용을 절감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점차 고액연봉을 받은 사람의 일까지 자동화를 확대할 것이다. 결국 로봇과 인공지능의 지속적인 발전은 제품설계나 엔지니어링 부문의 핵심인력만 기업에 남게 하고 다수를 정리하게 만든다. 먼 미래에는 핵심 인력도 없어지고 결국 인간이 일하는 시간은 0으로 수렴할 지도 모른다.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또 다른 하나는 네트웍과 고도의 컴퓨팅 능력으로 무장한 소수의 스타들이다. 개인과외 대학생의 급여는 20년전과 동일한 30만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대학생의 공급과잉은 물가가 올라도 과외비를 결코 올리지 않는다. 그러나, 메가스터디의 작년 매출은 이미 1320억원을 넘어섰다. 사실상 소수의 인터넷강사가 다수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의료법에서는 아직 원격진료가 금지되지만 이것이 가능해진다면 화상회의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발급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환자들은 소위 명의라는 의사들로부터 진료를 받고자 할 것이다. 유통업에서도 온라인상점이란 스타는 이미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영업을 어렵게 하고, 이곳의 직원을 줄이도록 만들었다.

소소한 제품의 생산 문제에 있어서 다국적기업도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애플의 아이폰은 전세계의 어디서나 유통된다. 정보화가 없었다면 전세계 사업장의 관리자들이 쉽게 화상회의를 하고 온라인으로 실적을 실시간으로 보고할 수 없을 것이며, 그렇게 큰 성공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애플이나 삼성과 같은 걸출한 소수기업의 등장은 많은 소규모 스마트폰 회사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막았고 결국 조그만 회사들의 성장과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기술의 습득은 과거보다 훨씬 쉽게 되었다. 필자가 일하던 LCD분야에도 다양한 기술문서들은 이미 인터넷에서 중국어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과 온라인 강의의 발달로 이제는 개발도상국에도 전자제품나 기계 설계에 필요한 디자이너,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등이 충분히 넘쳐나고 있다.

과거 공산주의 체제는 자유로운 상업의 발달과 기술혁신에 장애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 국가도 정보화와 세계화의 진행으로 성장동력을 충분히 확보했다. 필자가 최근 방문했던 체코의 국민소득은 이미 23,000달러에 근접하여 러시아의 2배로 성장했다. 체코에서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유능한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는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 아세안의 국가들도 하나둘 무역장벽을 허물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보화와 세계화는 한국의 노동자가 누리던 부를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노동자들이 나누어 가지도록 만들 것이다. 물론 한국 노동자의 임금 인상은 상대적으로 느려지게 된다.

 

세계시장 통합으로 인한 노동력 과잉시대

서유럽의 기술적 진보가 지난 200~300년동안 서유럽의 일자리를 견인하였다. 지난 수십년간 일본과 한국, 중국의 기술적 진보는 우리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중국의 기술적 진보는 특히 주목할 만한데 1980년대 미국과 40배나 차이가 나던 1인당 소득을 불과 4배 수준으로 줄여놓았다. 그런데, 한때 우수했던 기술력도 점차 가격이 0으로 떨어지며, 더 효율적인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내어놓아야만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 서유럽의 기술적 진보가 끝나가자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이내 경제적 혼란에 빠졌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인근 나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기술적 진보의 중요성을 잘 아는 미국은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있지만, NIW프로그램과 같은 이민 유형으로 우수한 과학자나 기술자들은 지속적으로 흡입하고 있다. 이민자를 포함한 2017년 미국의 인구증가분은 220만명이나 된다.

한때 이민은 과거 한국을 포함한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확실한 방법으로 인정되었다. 부유한 부자동네에 살고 있으면 소득은 자연히 증가하기 마련이다. 필자는 얼마전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에서 이발소를 찾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발비가 3만원이지만, 인스부르크는 2만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인스부르크에서도 시리아 이민자로부터는 13,000원에 이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 정도인 방글라데시의 노동자가 한국에 이주하면 최저임금만 받아도 20배나 넘는 소득을 얻는다. 한국의 건설현장에는 이미 안전 관련 문구가 모두 중국어로 작성되어 있다. 심지어 6개 국어로 안전 관련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일본의 경기활황으로 인하여 한국의 IT인력은 상당수가 일본으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일하는 인력은 7,721명으로 늘었고 일본 20대의 10%는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 등 급속히 고령화로 치닫는 국가들은 향후 간병비를 낮추기 위하여 그리고, 자국 산업을 유지하기 위하여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문호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세계시장의 통합으로 인한 노동력 과잉은 근로자나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점차 약화시키고 있다. 벌써부터 북유럽의 노조들은 자국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결정에 동참하고 있다.

기업주들의 입장에서 해외직접투자나 아웃소싱은 최저임금 인상의 파고를 해쳐나갈 좋은 수단으로 간주된다. 노동자를 감독하는 일보다 국내외의 하청업체에 일 맡기고 품질검사만 하는 것이 더욱 간편하다. 그 유명하던 독일의 주방용품은 이제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삼성이 국내에서는 투자를 주춤하는 사이, 베트남에서는 삼성이 GDP의 2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매출의 87%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전체 세금의 81%를 한국에 납부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자유로운 무역과 이민이 더 많은 사람에게 부를 가져다줄 가능성은 높지만 경제적인 혜택을 충분히 향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치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이를 강력하게 막고자 한다.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하여 이들에 동조하면서 국제적 번영을 가져온 자유무역과 이민은 더욱 어려워진다. 미국의 트럼프는 이민을 막고 보호주의를 강화하려는 새로운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아프리카와 국경선을 마주보고 있는 이탈리아는 극우정당이 득세하더니, 한때 난민선의 입항을 거부했다. 영국은 아예 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하였고, 폴란드와 헝가리의 극우정당도 EU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민법을 시행하는 한국도 예멘 난민유입의 우려가 있자 제주도의 무비자입국을 곧바로 중단했다.

 

교육이 고소득 보장하던 시대 지나가

한국의 학생 중 68%가 이미 대학교육을 받으며 이는 OECD 최고 수준이다. 미국발 교육비 인상은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쳐 등록금마저 비싸졌다. 그러나, 과잉의 교육은 다시 과잉의 공급으로 이어져 졸업생들의 소득이 예상만큼 증가하지 않는다. 이미 한국의 교육부는 대학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대학들에 대하여 보조금을 중단하고, 학생 정원을 줄이도록 강제하고 있다. IT기술의 발달이나 정보의 공개로 의사나 변호사와 같이 전통적으로 고소득을 얻었던 직종에서도 소득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교육이 항상 고소득을 보장하지 않더라도 이를 게을리 할 수도 없다. 미국의 경우 숙련된 매니저가 이직을 하면 기업에는 1,5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나 서빙직원이 그만두면 2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여전히 교육은 젊은이들과 구직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제3차산업혁명 전개 당시 컴퓨터가 없이 잘 운영되던 기존 업체들도 불필요한 컴퓨터 운영자를 다수 채용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실직자들을 위하여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각광 받을 기술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단기적인 교육으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빅데이터 전문가나 인공지능전문가, 기계공학자를 배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노동자의 경우 첨단기술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준비와 학습이 필요하다. 노동자가 현직에서 근무하며 영입되면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실직한 후에는 교육을 받더라도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자리로 옮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유경제나 긱경제가 실직 문제를 일부 해결해줄 수 있고, 최적으로 일자리를 배분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이 고임금의 덫에서 빠져나오고, 위험을 외주화하며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은 긱경제를 가속화할 것이다. 그런데, 긱경제에 도입된 평가시스템은 연공서열이 아니라, 기술력의 차이를 기준으로 급여를 지급하여 근로자의 소득격차를 심화시킨다. 결국 근로자는 고소득전문가들과 저소득 단순노동자로 양극화된다. 한편으로 긱경제가 발전하면 노동자들은 사회보험에 취약하게 된다. 결국, 긱경제가 만능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알려진 테슬라는 최근 단기간 모집한 근로자들을 차량 조립에 투입하였으나, 품질문제로 시련을 겪었다. 긱경제는 산업전체의 품질저하마저 가져올 위험을 증대시킨다. 영업기밀이나 기업문화의 보호측면에서는 긱경제는 결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의 동방정책

국가의 부가가치는 경쟁력을 가진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인하여 다른 사람의 지갑이 열릴 때 발생한다. 정부로부터의 보조금수령이나 집값의 상승과 같은 이전소득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전세계적인 노동력 과잉의 시대에 기술적인 진보에 동참하고 경쟁력을 갖지 못한 저소득층은 낮은 임금에 더하여 세금으로 충당되는 보조금으로 살 수 밖에 없다. 부자들은 그들의 부의 원천이 금융시스템과 사회적 제도로부터의 누리는 부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더 내고자 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많이 받아도 계속해서 부자들과 비유하며 불평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보조금을 올리면 아예 일하기를 포기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나게 된다.

최근 한국 정부가 포스트 케인즈주의에 입각한 소득주도성장론을 외치며 최저임금의 인상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의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고, 물가상승을 견인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렴한 근로자를 구할 수 없다면 기업은 신규 창업이나 투자를 중단하고, 결국은 경제활력 감소로 인한 피해가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주장도 있다. 임금이 생산성에 비례하여 오르면 좋지만 한국의 경우 높은 생산성을 유발하는 자본이나 기술의 축적이 미흡하다. 일부 서구사람들은 근무시간에 일을 게을리 해도 축적된 자본과 기술력 때문에 생산성이 높게 나온다. 그동안 한국은 이 열세를 근면성으로 보완해왔지만, 생산성의 동반 없는 임금인상은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을 빼앗아 간다. 지나친 임금인상은 세계의 공장역할을 하던 동북아의 제조네트웍에서 한국을 서서히 탈락시키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편 최저임금과 별도로 기술력의 진보에 따라가지 못하는 가정에도 지급하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확대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최저생계비를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기본소득 도입시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은 늘어날 수도 있지만, 복지체계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인건비를 줄여 상대적으로 극빈층에 지급되는 금액이 늘어난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통적인 기업의 활동은 장애인이나 노약자, 한부모가정의 취업에는 부정적이다. 이들을 고용하여 지역특산물 등을 생산하는 사회적기업도 고용문제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동북아 경제가 점차 활력을 잃고 있다. 민간의 투자가 주춤한 지금,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는 것도 여전히 효과적인 일자리 확보 방법으로 검토된다. 주변국인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의 동방정책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추구하는 기술적인 진보를 움직이는 동력은 어쩌면 인간의 이기심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술진보의 원대한 목적은 인류 전체의 삶의 개선에 두어야 한다. 기술적인 진보가 영원한 난제인 일자리와 복지의 문제에도 개입하여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분간은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하는 근로자가 늘어날 수 있으며, 누구나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가는 긱경제에 함몰된 저임금근로자가 되거나,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급여나 기본소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편으로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인터넷과 세계적인 배송시스템, 국제적 금융시스템으로 연결된 글로벌 경제에서 살고 있다. 노동력의 과잉공급시대에 시야를 넓혀 글로벌 경제시스템을 면밀히 살펴본다면 근로자들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필자약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여정현  sanjose951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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