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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최저임금 보고서, 한국 분석한 것 맞나?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8.06.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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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보고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최저임금 속도조절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사진=한국개발연구원>

[코리아뉴스타임즈]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내놓은 한편의 보고서가 화제다. 이 보고서는 현재의 속도(연간 약 15%)로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2020년 약 14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동시에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감소 효과는 현재까지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일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안이 심각한 고용감소를 불러올 것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기업·자영업자들뿐만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9일 열린 청와대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에서 현재의 인상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달 31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발언을 했다가 통계조작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KDI의 보고서는 국책기관에서 나온 최초의 속도조절론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문제는 최저임금과 관련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같은 보고서를 근거로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것.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최저임금이 2018년 고용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자영업자 부담을 우려하는 측은 2020년 14만개의 일자리 감소를 내세우며 속도조절론을 펴고 있다. <코리아뉴스타임즈>는 최 위원의 보고서가 상반된 주장의 논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 알아봤다.

◇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2018 고용감소 여부 쟁점

최위원은 KDI 보고서에서 "올해 4월까지의 고용 동향을 살펴본 결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4월까지 고용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 보이지만 인구증가폭 감소, 제조업 구조조정 등 다른 변수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이를 배제하고 최저임금의 효과만 따질 경우 고용에 미친 영향력은 크지 않다. 

최 위원은 이어 일자리 안정자금이 완충 효과를 낸데다, 최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15~24세, 50대 여성, 고령층에서 다른 집단에 비해 고용감소 폭이 크지 않다며 최저임금의 고용 감소 효과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KDI 보고서의 주장에 대한 학계 의견은 어떨까.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발표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효과’에서 “실증분석 결과, 적어도 3월까지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25일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서 “실질 적용근로자 비중이 1% 상승할 때마다 고용 증가율이 추정 방법에 따라 0.4%p에서 2.2%p까지 낮아질 수 있다”며 2018년 고용감소를 예상했다.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또한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 소멸뿐 아니라 고용 창출을 억제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효과는 학계에서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다. 당장 고용노동부 자료만 봐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큰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경우 1월 605만7000명(-1.0%)에서 4월 492만명(-1.6%)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 자료를 보면 KDI 보고서의 주장을 신뢰하기는 어렵다. 일상에서 편의점과 식당을 오가며 체감하는 분위기도 보고서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또한 홍 위원은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상승에 대해 사업주들은 근로시간 단축, 노동비용 및 기타비용 절약과 같이 미세조정이 가능한 수단을 사용하여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장 고용감소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은 단순히 고용감소만으로 측정할 수 없다.

반대로 최저임금 외에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얼어붙은 소비심리, 중국관광객 감소, 타 산업으로의 이동 등 다양한 문제가 고용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켰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섣부르다.

결국 정확한 통계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한 주장은 어느 쪽이든 객관적 논거를 갖추기 어렵다.  KDI 보고서조차 “2018년도 통계조사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국제노동기구 이상헌 고용정책국장이 4일 페이스북에 KDI 보고서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사진=이상헌 박사 페이스북>

◇ 최저임금 속도조절 필요한가?

KDI 보고서의 두 번째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의 필요성이다. KDI 보고서는 2018년 수준의 인상률을 매해 유지할 경우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의 고용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최저임금이 높을수록 인상의 효과도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최 위원은 “(최저임금에 대한 고용)탄력성은 최저임금 근로자 비율에 따라 비례적으로 높아지는 구조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을수록, 조금만 인상해도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위원은 이어 “빠른 (최저임금) 인상은 조정에 따른 비용을 급속히 증가시킨다”며 “향후 급속한 인상이 계속되면 예상되지 못한 부작용을 초리해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김 부총리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회의에서 “가격(최저임금)을 올리면 수요(고용)가 영향을 받는 것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고용과 소득에 단기 충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정책적인 보완 방안을 내면서 반대 목소리를 달래야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할 수 있다. 또다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는 건 안 된다”고 주장했다.

KDI 보고서의 속도조절론에 대한 반론도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이상헌 고용정책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KDI 보고서에 대해 “부정확하고 편의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국장은 KDI 보고서가 한국의 향후 고용 감소치를 추정하기 위해 헝가리의 최저임금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사용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최 위원이 복수의 연구에서 나온 추정치의 평균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논문에 나온 수치만을 참조해 연구결과가 편향됐을 수 있다는 것. 이 국장은 이어 한국과 최저임금 상대수준(약 0.5)이 비슷한 영국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의한 고용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5일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용감소를 우려하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도, 일자리 안정자금도 고려하지 않았다”며, 외부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최 위원은 2020년 14.4만명의 고용감소를 예측하면서도 보고서에 “이 수치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이 없는 경우이다”라는 설명을 덧붙여 놨다. 최 위원은 14만명이라는 수치는 이론적으로 가늠한 고용감소의 최대치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결국 KDI 보고서로 인한 논란은 한 연구자의 의견을 두고 자신의 주장과 엮어 선별적으로 ‘정답’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과도하게 확대된 측면이 있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지지하는 측은 4개월 간의 데이터로 고용감소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KDI보고서를 확정된 결론처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는 측은 2020년 14.4만명의 고용감소가 이미 정해진 미래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최저임금 논쟁은 사회적으로 큰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지지층 내에서도 최저임금만큼은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 못할 정도로 이해관계가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다. 당장 산입범위뿐만 아니라 내년 인상폭 등 최저임금 해법을 찾기 위해 산적한 문제가 쌓여 있다. 연구자의 개인 의견을 입맛에 따라 '정답'이라 찬양하는 분위기에서 진짜 해법을 놓치게 될까 우려된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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