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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 장관이 이끄는 프랑스 디지털혁명
  • 여정현
  • 승인 2018.05.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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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전 파비아 페논 프랑스 대사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세계 GDP 6위의 강대국 이미지와 달리 실용적인 자동차를 이용하고 있었다. 대사는 필자가 거주했던 알제리에 대하여도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의 이웃나라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전략으로 이미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제조강국인 일본은 제4차산업혁명 시기에 자동화와 로봇으로 새로운 돌파구로 찾고 있다. 프랑스는 제4차산업혁명에 대응하여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을 기본으로‘디지털 공화국’이란 원대한 국가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글에서는 문화와 예술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가 제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사진 출처 = 에꼴 42 홈페이지>

프랑스병 치유 나선 마끄롱

프랑스는 19세기말 20세기초 화려한 시대란 벨 에포크(Belle Epoque)를 겪었다. 제1차 산업혁명으로 프랑스에는 풍부한 자본가가 많아지고, 넘쳐나는 자금으로 우아한 복장을 한 사람들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 후 프랑스는 세계적으로 ‘예술과 문화의 나라'로 불리게 되었다. 이웃인 독일의 경우 제조업이 강하지만 프랑스는 이러한 이유로 서비스업이 더욱 강하게 발달했다.

독일산 제품들의 가성비가 높다면, 프랑스산 제품은 심리적인 만족도인 가심비가 높은 제품들이 많다. 프랑스의 명품가방은 사회적 계급이 없어진 지금 세계인들의 과시욕을 자극하며 60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팔린다. 프랑스 기업들은 이러한 비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하여 유통되는 가방의 수를 줄이기도 한다. 그들은 오래된 제품들을 공인회계사들의 입회하에 소각하며 제품의 희소성을 높인다. 일부 프랑스의 가방회사는 한국에서만 년간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었고 4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프랑스로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점을 볼 때 프랑스는 스마트팩토리를 활용한 제조업의 효율성강화보다는 화려한 문화적 콘덴츠를 활용하여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역량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국회에서 68시간이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였고 이로 인하여 사회적인 진통을 겪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일찌감치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줄여 ‘일자리 쪼개기’로 고용을 늘리고자 하였다. 그러나, 유럽평균보다 40%나 높은 임금은 줄지 않았고, 많은 기업들은 동유럽으로 이전했다. 프랑스는 방위산업, 화학, 원자력 등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세계적인 혁신기업을 내놓지 못하고 ‘프랑스병’은 깊어만 갔다.

마끄롱 신정부는 이러한 병을 치유하고자 철저히 반포퓰리즘 개혁에 대한 실험을 단행했다. 마끄롱은 기업규제를 줄이기 위하여 공무원 12만명을 먼저 감축하는 과감한 정책을 폈다. 또한 "게으름벵이들에게 굴복하지 않겠다”며 종업원들에 대한 해고요건을 완화하였다. 기업은 자금난이 없어도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해고에 대한 규제를 축소했다. 퇴직보상금에 대한 상한선도 새로이 설정했다.

특별히 스타트업에 대하여는 채용 후 8개월 이내에 해고가 가능하도록 하고, 경제적 이유로 보다 손쉽게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35시간 근로에 대한 예외조항도 마련했다. 그러자, 프랑스의 기업들은 프랑스로 돌아왔고, 외국기업들은 프랑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경제가 모처럼 활력을 얻고 있다.

 

라 프렌치테크 전략

프랑스의 올랑드정부는 2012년부터 ICT기술을 융합하여 미래산업을 육성하는 ‘라 프렌치테크’전략을 추진했다. 새롭게 등장한 마끄롱 대통령도 라 프렌치테크의 전략을 잘 계승하고 있다. 이 전략은 프랑스의 미래를 선도할 의료기술, 환경기술, 바이오기술, 핀테이크, 빅데이터 등을 주로 다룬다. 프렌치테크의 3가지 접근방법은 연합, 가속화, 확산으로 간단히 요약된다. 젋은 마끄롱은 33세의 젊은 벤처창업가인 무니르 마주비를 디지털경제부 장관에 임명하여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라 프렌치테크의 첫 번째 접근방법은 연합전략인데, 강으로 구분된 다양한 지역과 각종 산업생태계를 서로 연결하며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두번째 접근방법은 가속화전략으로 민간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를 발굴하고 스타트업을 위한 시드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와 같은 전략을 실현하기 위하여 81개나 되는 공공기관의 지분을 과감하게 매각하여 13조원이 넘는 혁신펀드를 만들었다. 그 후 연간 1만개가 넘는 스타트업 기업이 프랑스에 설립되었다. 공공기관 지분매각은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을 감축하여 작은 정부를 만드는 효과까지 부수적으로 달성했다. 프랑스 정부는 창업을 촉진하기 위하여 창업을 위하여 직장을 그만둘 경우 2년간 실업급여를 제공하는 새로운 정책도 추진하였다.

세번째 접근방법은 국제화전략으로 요약된다. 이 전략은 프렌치테크 인증을 받은 커뮤니티를 세계화하고, 혁신적인 창업을 기획하고 있는 외국인 기업가를 프랑스에 유치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외국인들의 유입을 확대하기 위하여 창업자, 투자자, 엔지니어와 그들의 가족이 4년간 프랑스에 머물 수 있도록 출입국 제도를 개선하였다. 프랑스는 ‘프렌치테크티켓’이란 혁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작년에 실시된 시즌2에서는 70개의 외국팀을 선발하여, 6,000만원 정도의 자금과 일할 공간, 비자를 제공했다. 선발된 팀중 55개팀이 프랑스에 법인을 설립했다. 작년 수상자들을 살펴보니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선진국과 브라질, 인도, 중국의 다양한 팀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한국기업은 없다.

이러한 프랑스의 부단한 노력은 결국 빛을 발하여 미국의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에는 올해도 274개나 되는 기업들이 출품했다. 출품업체 수로는 미국에 필적한다. 최근 수년간 주요 출품업체에는 드론을 만드는 ‘패롯’, 홈오토메이션 기업인 ‘네타모’, 오디오 전문기업인 ‘드비알레’, 헬스케어 업체인 ‘위딩즈’도 포함된다. 올해는 30개가 넘는 기업들이 'CES 혁신상'을 수령했다. 프랑스의 위와 같이 노력은 해외직접투자의 증가로도 나타났다. 작년에는 무려 3조원이 넘는 자금이 프랑스로 몰렸고, 이 금액은 인더스트리 4.0 전략으로 활발하게 투자금을 유치하는 독일의 2배나 된다.

 

자유와 평등 담은 디지털공화국법

프랑스는 2016년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여 디지털공화국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디지털공화국법의 목적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경제적 자산으로 이용하고, 프랑스의 가치를 반영한 사회발전의 원천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디지털공화법은 의회에서 일부 정책가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최근 스타트업들이 초기창업자금을 모으는데 사용하는 크라우드 소싱으로 제정되었다. 18,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하여 그들의 의지를 법안에 녹여냈다.

이 법은 디지털 기술발전과 소비자권리 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그러면서도 이법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건국이념을 법안에 충실히 담고 있다. 취약계층의 인터넷 접근이나 시각장애인의 인터넷접근 등이 그것이다.

자유에 대한 프랑스의 이념은 데이터의 개방을 촉진한다. 프랑스 정부는 이 법을 통하여 더 많은 공공빅데이터를 일반에 공개하고, 개인들은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지원을 받는다.

평등에 대한 이념은 망중립성과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개인정보의 보호로 도출되었다. 한국의 경우 특정 통신사가 다른 통신사 가입자의 페이스북 이용속도를 사실상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프랑스의 디지털공화국법은 유럽연합의 규정을 인용하면서 망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망중립성은 정보의 성질이나 내용, 송수신자와 관련 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개인정보보호도 강화하여 미성년자가 업로드한 게시물은 성인이 된 후에 손쉽게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사망에 대하여도 규정하여 사망자의 디지털 유언은 인터넷서비스 제공자가 서로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박애에 대한 프랑스의 이념은 광케이블망 구축으로 실현되었다. 한국에서는 도심지역에서는 어디서나 손쉽게 광케이블 인터넷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각종 규제는 광케이블망의 원활한 구축마저 방해하고 있었다. 개정된 법안은 프랑스의 구리전선을 쉽게 걷어내고, 광케이블을 설치에 장해가 되는 건축물을 과감하게 변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판 실리콘밸리

프랑스 이동통신회사 프리의 회장인 자비에 니엘 회장은 900억원을 투자하여 ‘에꼴42’와 같은 무료기술 교육기관을 먼저 열었다. 이곳은 코딩 등을 가르치는 사관학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니엘 회장은 또 작년 파리에 세계 최대규모인 스타트업 창업공간 스타시옹 에프를 열었다. 스타시옹 에프는 사용하지 않는 화물철도 역사를 개조하여, 1000개나 되는 스타트업들을 입주시켰다. 34,000제곱미터 크기인 이곳에는 현재 3,000여 명이 근무한다. 스타시옹 에프는 혁신과 경쟁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하여 초기 창업기업 200개 중 3분의 1을 외국계 기업으로 채웠다. 필자가 거주했던 상파울루시가 사용하지 않는 철도역을 시장으로 개조한 것에 비하면 보다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발상이다.

프랑스에서 미국과 같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의 전통은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프랑스는 외국의 선례를 적절히 참고하였으며, 국영기업의 지분을 팔아 스타트업 펀드를 만들었다. 노동구조조정을 단행하였고, 외국인투자를 확대하였다. 프랑스의 이와 같은 과감한 개혁정책은 ‘라 프렌치테크’가 오늘날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도록 하고 있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여정현  sanjose951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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