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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의 클래식 산책 /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 김별(피아니스트)
  • 승인 2018.04.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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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BWV 988) 중 '아리아'입니다. 같은 곡의 '제7 변주'와 함께 영화 양들의 침묵(1991, 조나단 드미)에 삽입되어 한니발 렉터 캐릭터를 곧 상징하는 곡이 되었습니다. 불면증 치료를 위해 작곡하였다는 바흐의 작곡 의도 및 곡풍과 영화적 상징이 어우러져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영화음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널리 알려진 재미있는 일화처럼, 바흐의 후원자였던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은 심한 불면증으로, 자신의 건반 연주자였던 고트리프 골드베르크에게 매일 밤 음악을 연주하게 했으나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고, 바흐에게 불면증 치료 곡을 의뢰해 바흐는 이 곡을 작곡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곡의 실제 원제는 '2단 건반을 지닌 쳄발로를 위한 사장조 아리아에 의한 30곡 일련의 변주곡'인데, 백작의 연주자였던 '골드베르크'가 곡 제목이 된 데에는 여러가지의 설이 존재합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된 단일 작품 중 가장 긴 길이와 치밀한 구성을 자랑합니다.(사실 바흐 대부분의 작품이 경악스러운 치밀함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전체 연주에 걸리는 시간은 약 50분 정도이며, 음악의 수학성을 상징하는 바흐의 마지막 건반곡답게 견고한 구조와 작곡 기교를 한껏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곡 전체의 유기성과 완성도로 인해 이 곡이 카이저링크 백작의 불면증을 위해 작곡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어 왔습니다. 정확한 사실을 가려내기엔 어려우나, 바흐가 연습용으로 단시간에 작곡한 수많은 곡들에서도 미스터리할 만큼 치밀한, 정교한 완성도를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을 생각해낸다면 이 바흐의 역작 역시 '불면증 치료용'으로 만들어졌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바흐는 이 작품을 주제(아리아) - 30개의 변주 - 주제(아리아)라는 세 틀로 구성했습니다. 아리아를 뺀 30개의 변주는 수학 논리로 결합되어 있는데 3개의 곡이 한 조가 되어 10번 배열되고, 3의 배수를 이루는 변주들(3,6,9...)은 카논 형식으로 되어 변주의 흐름에 또 다른 변주를 선사하며, 이 카논은 3, 6, 9 변주로 진행될수록 음정이 1도씩 증가해 27번 변주에 이르면 9도까지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나 바흐는, 마지막 30번 변주 '쿼드리베트(Quodlubet)'에서 돌연 그간 엄격하게 지켜온 형식을 일순간 파괴해버리는데, 혹독한 규율의 마지막 순간 연주자와 독자에게 완전한 자유와 해방을 허용하는 이 지점에 바흐는 해학의 음악 장치를 설치해두었습니다.

곡의 위대한 예술성 만큼 곡의 '연주사' 역시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양쪽에서 장대한 여정을 걸어왔고, 또 여전히 다양한 연구와 시도, 계승이 멈추지 않으며 새 길을 써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절정의 순간에 역시 이제는 거의 전설이 되어버린, 글렌 굴드의 1955년 레코딩 음반이 여전히 자리해 있습니다. "명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감탄이 나오다가, 굴드의 연주를 들으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내가 존재하는 듯한. 우주 아득한 어딘가에는 분명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싸인다"라는 한 애호가의 말을 짧게 옮깁니다. 굴드는 이전 연주자들의 낭만 피아니즘 흔적을 모두 제거해냈으며, 음향 기술을 통해 피아노의 음색을 하프시코드 풍으로 밝게 만들고, 그 위에 자신만의 창조적 해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굴드는 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의 자아를 전면에 투영한 듯한, 1955년과는 전혀 달라진 해석의 두 번째 골드베르크 변주곡(1981)을 녹음하고, 이 곡과 닮은 듯한 생애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피아니스트 김별

부모님의 영향으로 유년기부터 다양한 음악을 접했고 초등학생 때 미국 힙합에 이끌리며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활동을 하였고 현재는 ‘마음 연주회’라는 개인 소극장 콘서트를 205회째 열고 있다. 김별 씨는 건국대 병원에서 환자와 아이들을 위해 8년째 연주 봉사를 해오고 있다. 그는 관객이 연주를 듣고 위로와 힐링을 느낀다고 말할 때 큰 기쁨을 느낀다.

김별(피아니스트)  kntimes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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