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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박물관' 제주도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 승인 2018.04.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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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어느 날, 제주도 김녕초등학교 부종휴 교사는 제자들인 6학년 학생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꼬마탐험대’ 발대식을 가졌다. 꼬마탐험대의 도전 대상은 동네 주변에서 우연히 발견한 용암 동굴이었다.

탐험대는 변변한 장비 하나 없이 짚신을 신고 횃불에 의지한 채 수차례 지하 동굴을 탐사한 끝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 지하 동굴은 오래 전부터 주민들 사이에 ‘만쟁이굴’이라고 불려온 지상의 굴과 동일체의 굴임이 확인되었던 것.

꼬마탐험대는 졸업식을 하기 며칠 전 자신들이 발견한 지하 동굴에 ‘만장굴’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명명식을 개최했다. 이렇게 발견된 만장굴은 1958년 이후 세계에 널리 공개되었으며, 1962년에는 근처의 김녕굴과 함께 천연기념물로 제정됐다.

만장굴은 총 길이 7416m, 최대폭 23m, 최대높이 30m에 이르러 길이와 규모면에서 세계적인 용암동굴이다. ⓒ 문화재청

약 30만~100만년 전에 형성된 만장굴은 총 길이 7416m, 최대폭 23m, 최대높이 30m에 이르러 길이와 규모면에서 세계적인 용암동굴이다. 만장굴과 김녕굴은 원래 모두 연결돼 있었으나 동굴 천장이 붕괴되면서 분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같은 추정이 가능한 것은 이 동굴들은 모두 거문오름에 의해 형성된 형제 동굴이기 때문이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소재하는 해발 456m의 거문오름은 분화구 둘레가 4551m로 한라산 백록담보다 2.6배나 더 크다. 이곳에서 분출된 용암은 낮은 지형을 따라 북동쪽 월정리 바닷가까지 15㎞를 흘러내렸고, 그 과정에서 만장굴․김녕굴과 벵뒤굴․용천동굴․당처물동굴 등이 탄생했다.

거문오름의 용암동굴계는 천장과 바닥에 형형색색의 탄산염 생성물이 장식되어 있으며, 탄산염 침전물은 어두운 용암 벽에 벽화를 그린 것처럼 군데군데 덮여 있어 독특한 볼거리를 연출한다. 특히 벵귀굴은 미로형 동굴로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통로의 형태를 보인다.

또한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내에는 용암동굴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석회질 동굴 생성물이 성장하고 있는데, 이들 동굴 생성물의 규모 및 형태, 분포, 밀도는 가히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당처물동굴의 경우 규모가 매우 작지만 여기에서 발견되는 석회질 동굴 생성물은 세계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제주도는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으로서, 섬 전체가 거대한 ‘화산 박물관’이다. 높이 1950m로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 역시 용암이 분출하여 형성됐다. 방패를 엎어놓은 듯한 한라산은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움직이지 않는 대륙 지각판 위 열점에 생성된 제주도 순상화산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생태계의 보고로 일컬어지는 한라산은 해안에서부터 정상에 이르는 지역에 난대식물, 온대식물, 한대식물, 고산식물 등 갖가지 식물이 분포한다. 특히 정상 부근에는 좀민들레, 갯취, 한라황기, 솔비나무 등 세계적으로 제주도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 있다.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 전경 ⓒ 문화재청

지금까지 알려진 한라산의 자생식물은 1800여 종에 이르며, 동물 또한 대륙계 및 일본계, 남방계 등 다양한 종이 서식한다. 한국의 멸종위기종 및 보호야생종의 약 1/2이 제주도에 분포한다. 또한 한라산은 남태평양에서 북상하는 태풍의 진로를 막거나 태풍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바람벽 구실을 하기도 한다.

성산일출봉은 약 5천년 전 바다에서 일어난 수성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응회구로서, 높이는 179m에 달한다. 특히 성산일출봉은 1963년 아이슬란드의 남쪽 바닷가 한 곳에서 만들어진 ‘섯시(Surtsey)형 화산’의 탄생 과정과 구조를 잘 보여주는 세계적인 화산체로 꼽힌다.

화산 분출이라고 하면 보통 높은 화산의 분화구에서 붉은 용암과 뜨거운 화산재가 나오는 모습을 상상하기 마련이지만, 섯시 화산처럼 바다 속에서 일어나는 수성화산 분출로 인해 사람들은 전혀 다른 양상의 화산 분출을 처음 인식할 수 있었다.

수심이 낮은 바닷가에서 수성화산 폭발로 형성된 성산일출봉은 화산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 문화재청

성산일출봉은 본래 바다 위에 떠 있는 화산섬이었는데, 신양리 쪽의 땅과 섬 사이에 모래와 자갈이 쌓이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애초엔 숲이 무성하고 울창해 청산(淸山)으로 불리다가 거대한 접시 모양의 분화구 둘레에 빙 둘러선 봉우리들이 마치 성벽처럼 보인다고 해서 성산(城山)으로 바뀌었다.

성산일출봉은 수심이 낮은 바닷가에서 수성화산 폭발로 형성된 전형적인 응회구로, 분화구의 원형이 잘 보존돼 화산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한 일출봉은 형성된 후 수천년 동안 바닷물이 화산재층을 깎아 침식절단면을 만듦으로써 섯시형 화산의 다양한 구조들과 내부구조를 잘 보여주는 세계적인 화산체이다.

2007년 6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와 한라산, 성산일출봉의 세 구역을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 하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3개 유산지구의 면적은 총 1만8845㏊(핵심지역 9475㏊, 완충지역 9370㏊)로, 제주도 전체 면적의 10.1%에 이른다.

전 세계의 화산 활동을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지질학적 특성과 발전과정 등 지구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제주도는 2010년에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기도 했다. 특히 수월봉, 산방산, 용머리해안, 주상절리대, 서귀포층, 성산일출봉, 만장굴, 선흘곶자왈, 한라산 등 12곳은 핵심 지질 명소로 선정됐다.

제주관광공사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2011년부터 수월봉 지질 트레일 코스 개설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4개의 지질 트레일 코스를 개발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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