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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마니아 여정현의 '4차산업혁명 속으로'
일본 벤처기업의 요람 ‘비트밸리’
  • 여정현
  • 승인 2018.02.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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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미터 경기에서, 이상화선수가 일본의 고다이라선수에게 아깝게 패하여 은메달을 차지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진행으로 국가 간의 기술개발이 치열해지는데, 한국은 주력산업의 일부가 겹치는 일본과는 필연적으로 경쟁 관계로 맞서게 된다. 작년 스위스은행 USB 등이 발표한 주요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도를 보면 일본은 12위로 한국의 25위보다 상위에 있다. 일본은 이미 로봇분야의 강자로 알려져 있고, 사회간접자본에서 세계5위, 혁신역량 및 활동성에서 세계8위, 법률시스템에서 세계16위로 차지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는 한국을 살짝 앞서고 있다.

소치나 리우올림픽과 달리 평창올림픽 선수촌의 최대 불만 중 하나가 LCD터치스크린으로 제어되는 전등을 켜고 끄기가 어렵다는 것일 정도로 한국은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우수한 IT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한국은 18일까지 금메달3개로 종합9위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은 금메달2개, 종합 10위로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전체 메달 수는 10개로 한국의 메달수 6개를 살짝 앞지르고 있다. 일본의 고다이라는 네덜란드에서 훈련했다고 알려져 있고, 평창에 머무르다보면 JAPAN 패딩을 입고 있는 사람들 중 여러 명은 유럽인일 정도로 일본이 동계올림픽에 일찍부터 상당한 투자를 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의 메달이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모글스키, 스키점프, 노르딕복합 등에 분산되어 있고, 메달시상식에서 프랑스어로 '자뽕'이‘꼬레’보다 자주 불리어지는 사실은 한국인들을 더욱 분발하게 만든다. 이 글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국가간 전쟁에서 일본의 대응전략에 대하여 살펴본다.

 

일본의 장인정신과 오타쿠문화

일본은 이미 23개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일본에 연고가 있는 수상자를 합치면 26명에 달한다. 그 중에는 시마즈제작소의 다나카 고이치, 나치아화학공업 연구원으로 일하던 나카무라 슈지 등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했던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수상의 배경에는 일본인들이 사소한 것에 불과해보지만 한가지 분야에 대하여 전문성을 꾸준히 쌓는 장인정신이나 오타쿠 문화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의 연구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내고 교수와 동등하게 독자적으로 연구를 하는 풍토도 일본의 노벨상 문화에 일조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과거 도쿄의 아키하바라에서 철도모형을 보며 일본인들의 오타쿠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들은 철도에 대하여 더욱 넓은 이해를 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방문하며 사진을 찍으며 자료를 모으기까지 한다. 한국의 협궤 열차에 대한 자료는 한국보다는 일본에 더 많이 있을 정도라는 말도 있다. 일본이 장기간의 불황에도 기초 과학 등에 대한 연구비를 줄이지 않고 한우물을 파는 노력을 계속한 결과는 노벨상과 같은 성과로도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제조환경의 변화와 제조업 유턴

일본은 인구감소에 따른 국내시장 감소, 노동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한국보다 일찍 경험했고, 동남아 등으로 일찌감치 생산거점을 이전했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다시 살아나자 2012년 510개의 기업이 유턴했고, 2015년 724개의 기업이 일본으로 유턴했다. 반면, 비록 선정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한국의 유턴기업은 2014년 이후 42개 정도에 그친다.

일본기업이 본국으로 급격히 유턴하는 이유는 일본이 기업 환경을 바꾸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나친 수도권 규제를 없앴고, 노동시장을 유연화시켰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금맥으로 불리는 빅데이터 분야에서도, 일본은 2015년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여 ‘익명가공정보’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였고, 빅데이터 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드론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여 작년 1미터크기, 8kg의 물건을 우체국 2.4킬로미터 반경에 배달하는데 성공했고 올해에는 우편물을 드론으로 배달하는 것을 상용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의 캐논 공장은 과거 중국공장에 10미터 높이의 담장을 쌓고 기술유출을 예방했지만, 결국 일본의 기술은 중국으로 새고 말았다.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와 3D프린터 등을 활용한 제조업 환경의 변화는 일본기업의 리턴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법인세를 낮추고, 엔저 환경을 유지하며 기업 유턴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유턴하자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소니의 인공지능 애완로봇 아이보.

고령화 문제를 극복할 ICT전략

일본은 지난 2015년 '사회전체 ICT'화란 액션 플랜을 발표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과 그 이후의 지속성장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고령화시대를 일찍 겪었다. 도쿄 인근의 다마 신도시는 이미 유령신도시로 변했고, 집값 폭락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대출금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일본은 오래지속된 고령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ICT기술의 발전을 통하여 찾고자 한다.

일본은 구체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과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과거의 기술적 패권을 다시 거머쥐고자 한다. 사람의 표정, 음성, 동작과 생체신호 등을 통해 감정을 파악하는 일본의 인간친화적 로봇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이다. 일본에서는 애완동물로 로봇을 이용하는 사례마저 늘고 있다. 도쿄 긴자의 평범한 휴대폰 매장에는 이미 대화형 인공지능로봇 '페퍼'가 손님과 대화하도록 전시되어 있다. 일본의 첨단 휴머노이드 로봇 T-HR3는 32개의 관절과 10개의 손가락으로 사람과 거의 동일하게 움직이며 기술력을 뽐내기도 했다.

일본의 신로봇 전략의 핵심은 세계로봇혁신의 거점 확보, 로봇 활용의 사회적 확산, 사물인터넷과 결합한 로봇의 선도화로 요약이 된다. 일본은 2011년 대지진의 어려움을 겪은 후 로봇을 재해대응, 건축물의 안전점검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왔고, 고령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하여 의료간병 로봇의 확대를 추진해 왔다. 일본은 심지어 지구에서 떨어진 달의 남극지역에 로봇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까지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이 앞장 서 스타트업 지원

노후 준비의 필요성은 일본인보다 한국인들이 더욱 공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부 젊은이들에 욜로 바람이 불고 있지만, 일본인들은 여전히 노령기를 대비한 투자와 저축에 열심이다. 한국의 경우 주택소유에 대한 열망이 일본에 비하여 크기 때문에 주택시장에 상당한 자금이 집중된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를 이미 경험한 일본은 부동산 이외의 분야로 자산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호황기에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은 스타트업 지원을 더욱 용이하게 한다.

일본의 창업지원 특징 중 하나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창업생태계 육성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미국의 벤처기업들은 독립벤처자금을 선호하고, 대기업벤처자금의 지원은 특정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우려에서 꺼리고 있는데 일본에는 이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약 80%의 벤처기업이 대기업 벤처자금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일본 굴지의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하여, 이동통신 회사인 소프트뱅크, KDDI, NTT도코모와 방송국인 TBS와 후지TV도 스타트업 지원에 일조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인 KDDI를 보면 창업 초기부터 벤처정신으로 무장했을 뿐만 아니라, 벤처육성프로그램인 '무겐라보'를 설립하여, 청년창업자들에게 오피스공간, IT기기와 각종 자문을 제공해오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난 한국계 손정의씨가 창업하여 성공한 소프크뱅크는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일본의 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의 쿠팡, 미국의 우버, 스프린트, 인도의 스냅딜, 중국의 알리바바, 영국의 ARM 등 다국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일본의 노무라증권 강당 등 다양한 곳에서는, 매주마다 청년 창업기업들의 설명회가 열린다. 그런데, 경직된 조직으로 신속히 혁신하기 어려운 일본의 대기업들은 이 설명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일본은 작년 한국 1.8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진행하여 2016년 대비 한국투자액을 2배로 늘렸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개발로 중국, 유럽, 미국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줄인 것과는 선명한 대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기업의 창업에 대한 관심과 공격적인 M&A 시장은 일본의 창업자들이 초기 노력에 대한 대가를 회수하는 것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적극적으로 창업에 나설 동기를 제공한다.

일본 대기업의 노력에 더하여 일본정부는 창업활성화를 위하여 청년 창업비용 중 최대 3분의 2까지 지원하고, 대를 이은 가업, 해외시장을 겨냥한 창업에도 자금을 지원한다. 한국과 같이 벤처기업투자에 대하여 소득세 감면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 비교적 자발적으로 형성된 실리콘밸리로는 시부야의 비트밸리를 꼽을 수 있다. 시부야는 하루 유동인구 300만명을 자랑하는 곳으로 300개 이상의 IT기업들이 몰려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탠포드와 버클리처럼 와세다 대학교와 게이오대학교가 가까운 점도 비트밸리의 발전에 한몫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7년 포털업체인 라이브도어의 분식회계 사건 이후 벤처기업 투자는 다소 둔화되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일본재흥전략 2014'를 내놓고 일본의 거대한 내수시장과 R&D역량을 적극 홍보하고 있고, 일본의 경기호황에 더불어 비트밸리에도 창업의 열기가 전달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알려져 왔다. 정보통신분야에서는 다소 열세에 놓였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사물인터넷이 부각되면서 일본의 제조업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일본은 로봇과 소재기술 등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업의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진입한 지금, 한국은 일본의 첨단 로봇과 소재기술은 따라잡고, 일본을 한국의 IT기술수출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본은 흔히 한국보다 3배로 큰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장에서 소프트뱅크는 이미 조 단위의 재산을 축적했고, 네이버는 라인 매출의 70%를 창출했다. 선진국이 이미 진출해있고, 다소 폐쇄적인 일본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이 선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시차 없이 대응할 수 있는 한국의 해결능력, 세계적수준의 개발능력, 한국의 우수한 IT인프라는 한국기업의 일본시장 공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여정현  admin@koreanlawy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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