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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의 클래식 산책 / 슈베르트 악흥의 순간>
  • 피아니스트 김별
  • 승인 2018.02.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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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슈베르트 피아노 소품집 '악흥의 순간' (Op.94 D.780) 3번 '러시아의 노래'입니다. 국내에는 배우 이은주의 유작 주홍글씨(2004)에서 그녀가 직접 연주한 곡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슈베르트가 사망한 1828년 봄에 2권 형태로 출판된 '악흥의 순간'은 아름다움과 슬픔에 대한 그의 탐닉을 함축적으로 담은 작품으로, 각기 다른 시기에 작곡된 개별적 곡 구성에도 그러한 요소로 강한 유기성을 띠고 있습니다. 간결한 형식 안에 심연의 감정을 투영한 이런 소품 모음집은 먼저는 그가 숭배하던 베토벤의 '바가텔'에서 발아, 슈베르트에서 꽃이 피고 멘델스존의 '무언가' 슈만의 '노벨레테' 브람스의 '인터메초' 라흐마니노프의 '악흥의 순간' 등 여러 열매를 낳습니다.

고난과 역경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가 바흐와 베토벤이라면 슈베르트는 비참한 삶의 대표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실제 그는 늘상 가난했고 예술적으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으며, 31세의 나이에 요절했습니다. 그의 음악 활동을 반대하던 아버지와의 불화로 평생 가족과 떨어져 유리하였고 죽기 전 가족들과 화해가 이루어졌으나, 이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어떤 병에 걸려 사망합니다.

그러나 그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후원하던 이들이 실은 그의 곁에 언제나 존재했었고, 그들이 슈베르트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불운의 반복들로 그것은 끝내 실패하게 됩니다. 돈에 지나치게 관대하고 얽히기를 거부한 슈베르트 본인의 가치관도 그것을 부추겼습니다. 그는 사후에야 그의 작품성을 알아본 로베르트 슈만의 헌신으로 마침내 합당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

차이콥스키와 함께 멜로디의 영역에 독보적 천재성을 보여준 슈베르트는 특유의 직관적 작곡법으로 유명했습니다. 덕분에 그는 짧은 생애에 무려 988개의 작품을 완성했고, 그의 작품은 형식적으로는 느슨하고 정교한 구조와도 거리가 있으나 그 어느 작곡가보다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중성과 깊이 어느 하나 한치의 모자람 없는 차이콥스키와 슈베르트의 그 멜로디는, 여전히 침범 불가의 고유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일생 동안 베토벤의 숭배자였습니다. 그는 베토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 재능을 진심으로 사모했습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와 같은 소나타를 남기는 것을 일생의 목표점으로 두기도 했습니다.

슈베르트는 베토벤이 사망한 바로 이듬해 사망했습니다. 그는 죽으면서까지 베토벤의 이름을 불렀고, 사후에는 그의 유언 대로 베토벤의 무덤 곁에 안장 되었습니다. 어쩌면 가곡보다 진정한 그의 자아가 담긴, 한 예술가의 위대한 혼이 고스란히 보존된 그의 22곡의 피아노 소나타(미완성 한 곡을 포함한) 중 최후 3곡은, 바로 베토벤 사망과 자신의 사망 사이 짧은 시간에 완성된 것이었습니다. [19번 다단조 D.958] - [20번 가장조 D.959] - 그리고 최후 소나타인 [21번 내림나장조 D.960]은 피아노 음악 역사의 가장 위대한 작품들로, 또 동시에 그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마침내 뛰어넘은 한 예술가의 숭고하고 위대한 유산으로, 인류 역사에 남아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별

부모님의 영향으로 유년기부터 다양한 음악을 접했고 초등학생 때 미국 힙합에 이끌리며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활동을 하였고 현재는 ‘마음 연주회’라는 개인 소극장 콘서트를 205회째 열고 있다. 김별 씨는 건국대 병원에서 환자와 아이들을 위해 8년째 연주 봉사를 해오고 있다. 그는 관객이 연주를 듣고 위로와 힐링을 느낀다고 말할 때 큰 기쁨을 느낀다.

피아니스트 김별  koreanewstimes@kn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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