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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한 마리 새였다천수만의 새조개
  • 유성문 여행작가
  • 승인 2018.02.0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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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천수만에서 나를 닮은 새를 보았다/ 조개 속에 살고 있는 새를 보았다/ 나도 한때는 한 마리 새였다/ 내 단단한 날개 속에 갇혀 날지 못하는 새였다/ 제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비상의 꿈을 보려고/ 연한 황갈색 조개껍데기의 날개를 열고/ 살며시 머리 내미는 나를 보았다/ 바닷물처럼 쏟아지는 햇빛과 바람을 피해/ 흑갈색 말랑한 부리와 뽀얀 얼굴을 소리 없이 거두는 나를 보았다/ 언젠가는 삶의 뜨거운 햇빛도 칼바람의 고통도 겁내지 않아야 한다고/ 단단한 이 조개껍데기도 날개가 될 거라고/ 꿈꾸는 조개를 보았다/ 겨울 천수만에 가면 나를 닮은 갈매기 한 마리 살고 있다/ 바다의 짙은 안개를 뚫고 푸른 바닷물 날개로 뚝뚝 떨구는/ 갈매기조개 하나 푸드덕대고 있었다 -김윤하 ‘갈매기조개’ 전문

천수만 어부는 밤새 쳐놓은 그물을 끌어올리고, 갈매기들은 그 주변에서 때를 기다린다. ⓒ유성문

겨울의 한복판에서 천수만 일대를 떠돌 때, 입은 오랜만에 호사를 누린다. 천혜의 어패류 서식처이자 황금어장이었던 천수만이 둑으로 가로막혀 절반쯤 간척지로 변한 후, 천수만의 새로운 주인은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철새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AI(조류독감)의 주범으로 철새들이 지목되면서 그들의 위세는 현저히 기가 꺾였고, 그 대신 그 수효가 급격히 줄어들던 어패류가 해산물을 선호하는 시중의 기호에 따라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간월도의 어리굴젓이야 새삼 이를 것도 없고, 석화와 대하, 새조개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스테미너식에 웰빙식임을 내세워 탐조(探鳥) 대신 탐미(探味)에 나선 사람들의 발길을 다투어 붙잡는다. 다 같은 천수만 연안이니 어느 곳인들 그 맛이 특별한 차이가 있을 리 없지만, 나는 급속히 관광지화한 안면도 쪽보다는 비교적 한갓지고 값이 헐한 남당포구 쪽을 즐겨 찾는다. 그래야 홍성방조제 건너 천북굴단지와 키조개로 유명한 오천항이나 광천의 새우젓토굴까지 이어 다니며 맛의 순례를 즐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새조개, 대하, 석화. 안타깝게도 최근 천수만 일대의 새조개 작황은 좋지 못하다. 수질악화와 가뭄이 겹치면서 개체수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유성문

더구나 남당포구는 십여 년 전 내가 처음으로 새조개와 입맞춤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리어 포구에 늘어선 간이횟집 가운데 하나인 ‘영실네’에서 처음 맛본 새조개 샤브샤브의 맛은 그저 황홀하기만 했다.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구수하면서도 달착지근한 그 맛도 맛이었지만, 키다리 아줌마의 소박한 인심과 앞바다로 지는 노을이 내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는지도 모르겠다.

새조개는 왜 새조개인가. 물속에 있는 동안 새조개는 가끔씩 조가비를 벌리고 ‘발’이라 불리는 속살을 밖으로 길게 늘여 빼는데, 그 생김새가 새의 목과 부리를 쏙 빼닮았다. 그 까닭에 바다 밑바닥에 사는 조개에 ‘새’자가 붙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새조개의 주산지인 남해 바닷가에서는 ‘갈매기조개’ 또는 ‘오리조개’로도 불린다.

사실 새조개가 발을 늘여 빼고 있는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조가비의 몇 배나 되는 발로 주변을 슬금슬금 더듬는 모습은 때론 징그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바로 이 발 때문에 새조개는 수중에서도 날아다니듯 잽싸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그 모습은 바닥을 기면서도 하늘을 날기를 꿈꾸는 시인의 몽상을 끝없이 자극한다.

남당포구의 해거름. 남당포구는 아직 잠자리가 조금 불편하다는 흠이 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면 잠자리 불편쯤이야. ⓒ유성문

<필자 약력>

-여행작가

-편집회사 투레 대표

-한국기록문화연구협동조합 이사

-<문향을 따라가다>(어문각) 간

유성문 여행작가  meonbi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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