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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에 열광하는 20·30대, 그 깊은 그늘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8.01.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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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아틀란틱 홈페이지 캡처>

[코리아뉴스타임즈] 가상화폐 버블이 젊은 세대를 잠식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지난 6일 ‘신 쩐의 전쟁-비트코인’이라는 주제로 국내에 불어 닥친 가상화폐 투기 열풍을 다루면서 비트코인 투자로 대박을 낸 젊은 투자자들을 인터뷰해 화제가 됐다. 제작진이 만난 한 23세 남성은 초기 8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현재 28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터뷰를 하던 2시간 동안에도 30억원의 자산이 늘어났다며 그중 2000만원을 현금화한 장면은 가상화폐 투자에 관심이 없던 시청자들의 눈길까지 사로잡았다.

이처럼 젊은 비트코인 거부들의 성공담이 소개되면서 20~30대에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0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거론하자 한 누리꾼은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 “가상화폐 투자자 300만명 거의 대부분이 젊은 세대다. 문재인 정부가 가상화폐를 규제한다면 지지율 하락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가상화폐 투자자 10명중 6명은 20·30세대

그렇다면 실제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세대별 분포는 어떨까? 아직 정확한 통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20~30대 투자자가 전체 투자자의 50~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지난해 11월 이용자 4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0대와 30대 이용자는 각각 29%로 전체 이용자의 58%를 차지했다. 40대(20%)와 50대(12%)는 20·30세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는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거래 관련 어플리케이션 사용자 2만3000명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32.7%로 가장 많았으며 20대가 24.0%로 그 뒤를 이었다. 40대와 50대는 각각 21.0%, 15.8%로 역시 20·30세대보다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이할만한 점은 가상화폐 거래가 금지된 미성년자가 대부분인 10대가 무려 6.5%였다는 것. 이들은 정부의 미성년자 거래 금지 방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부모 등의 명의를 빌려 계좌를 만들고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가상화폐와 같은 투기 열풍은 예전에도 자주 발생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발생했던 벤처투자 열풍이나 아직까지 꺼지지 않고 있는 부동산 투자 붐도 인생 역전을 노리는 한탕주의 사례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열풍의 특징은 투자를 위한 자산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젊은 세대가 더욱 열광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경제 송영규 논설위원은 지난 3일 “우리나라 가상화폐 투자자의 10명 중 6명은 20대와 30대다. 닷컴 버블 당시 20·30대가 창업에 집중했고 투기에 뛰어든 상당수가 40대 이상이었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 ‘흙수저’ 세대의 유일한 재테크 수단?

전문가들은 임금격차, 취업난 등에 시달려온 젊은 세대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이들을 가상화폐 투자로 몰아붙이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취업도 쉽지 않을뿐더러, 취업하더라고 엄청난 부동산 가격에 월급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체념적인 분위기가 젊은 세대에 만연했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 수십 배, 혹은 수백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상화폐가 젊은 층에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될 수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다’는 믿음이 사라진데다 한국인의 동조심리와 집단주의적 성향이 맞물린 결과”라며 “희망 없는 사회에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한탕주의가 만연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국대 정신건강의학과 임명호 교수 또한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고 불안감이 겹쳐 사행심리가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청년층의 작년 실업률은 9.9%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 또한 청년층은 2016년보다 0.7% 상승한 22.7%를 기록했다. 반면 ‘쉬었음’을 이유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청년층(15~29세)는 30만1000명으로 2016년보다 2만8000명 늘어났다. 이런 수치는 취업난에 지친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한 채 가상화폐 투자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 소액 투자 용이한 낮은 진입장벽

그렇다고 한국의 젊은 세대가 모든 것을 체념하고 가상화폐에 빠졌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20·30세대의 취업난이나 임금격차는 가상화폐와 맞물려 일어난 최근의 현상이 아니며, 이미 오래전부터 대두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닷컴버블이 기승을 부리던 2000년에도 젊은 층은 IMF사태로 인해 심각한 취업난을 겪었지만 벤처 창업에 나섰지 벤처 투자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당장 투기적 목적이라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처를 비롯해 카지노와 같은 도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젊은 세대가 가상화폐 투자에 빠져드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지난 8일 국민일보를 통해 “청년층은 소득과 자본이 부족해 부동산 투자는 어렵다. 이 때문에 비교적 손쉬운 가상화폐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본부장 또한 "지금까지 국내에서 투기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돈벌이 수단은 카지노와 코스닥뿐이었지만 가상 화폐가 구조를 바꾸었다"고 밝혔다. 목돈이 필요없는 데다 주식처럼 종목별 분석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젊은 투자자들이 쉽게 시도해볼 수 있었다는 것.

지난해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9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1.3%가 가상화폐 투자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투자이유 중 ‘적은 자본으로 투자가 가능해서’(47.8%)와 ‘투자 방법이 쉬워서’(25.4%)가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또한 이들 중 100만원 미만을 투자한 사람이 44.1%로 가장 많았으며 1000만원 이상의 고액 투자자는 12.9%에 불과했다. 평균 투자금액은 566만원이었으나, 고액투자자로 인해 평균이 올라가는 점을 감안할 때 중앙값은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인터넷 방송, 온라인 커뮤니티로 열기 확산

물론 투자 장벽이 낮다는 것만이 원인은 아니다. 20·30세대의 뜨거운 가상화폐 열풍에는 이들이 가상화폐와 관련된 정보나 논의를 접할 통로에 좀 더 가까이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방송, 온라인커뮤니티, 모바일 메신저 등 젊은 층이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나누면서 20·30세대 사이에 투자열기를 끌어올리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

현재 국내에서 가상화폐를 전문으로 다루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미 수십개에 이른다. 당장 ‘코인코리아’, ‘땡글’, ‘체인톡’에서는 투자자들이 투자 관련 정보들을 나누고 있으며 몇몇 전문가들이 해외 블록체인 기술개발 등과 관련된 전문적인 글을 정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이 밖에도 디시인사이드, 클리앙 등의 종합 커뮤니티에서도 가상화폐 관련 게시판이 신설돼 활발한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가상화폐와 전혀 관련이 없는 온라인 종합게시판에도 가상화폐 관련글로 소위 ‘도배’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관심이 없는 젊은 세대도 가상화폐 정보를 접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아프리카TV, 카카오팟 등 인터넷방송 플랫폼에서도 가상화폐 투자를 주제로 방송하는 방송인(BJ)들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일부 인터넷 방송인들은 시청자에게 자신의 수익을 인증하거나 투자와 관련된 조언을 하며 가상화폐 거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사회연결망서비스, 카카오톡 ‘단톡방’을 활용한 정보 공유도 흔한 사례다.

이처럼 젊은 층이 주로 접하는 온라인·모바일 매체에서 가상화폐 컨텐츠가 활발하게 생성되면서, 이를 접한 사용자들은 마치 주변의 모든 사람이 가상화폐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기 쉽다. 반면 이러한 매체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중·노년층의 경우 젊은 세대에 비해 가상화폐 투자열기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60대 이상 노년층의 경우 젊은 층과는 달리 온라인 거래소를 통한 자발적 거래보다는, 가상화폐 출시나 채굴사업에 대한 오프라인 설명회에서 다단계 사기에 피해를 입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 가상화폐, 젊은 세대의 새로운 “로또”

낮은 진입장벽과 온라인매체를 통한 열기의 상승효과가 젊은 층을 끌어들였다면, 가상화폐의 놀라운 수익성은 시험 삼아 발을 들인 젊은 투자자들을 붙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온라인매체 ‘쿼츠’(QUARTZ)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의 수익을 올린 가상화폐는 리플로 시세가 1년간 총 360배나 상승했다. 리플을 제외하더라도 특정 가상화폐가 몇 시간만에 두 배 가량 상승하는 현상은 이미 흔한 일이다. 이는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 비해서 수익의 규모도 속도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은 금액으로 빠른 시간 내에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가상화폐 열풍은 사실상 ‘로또’와 닮아있는 점이 많다.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가 성행하는 동안 로또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27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2017년 로또복권 판매액은 3조2571억원으로 2004년(3조2984억원) 이후 11년 만에 최고액을 기록했다. 증가폭도 6.8%로 2011년(14.3%)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젊은 세대의 가상화폐 열풍은 인생을 저당 잡힌 도박중독자 같은 식으로 묘사할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규모와 로또 판매액이 동시에 급상승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가 크다. 젊은 세대의 도박적 투자에 대한 비난보다, ‘로또’를 꿈꾸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이 선행되야 할 시점이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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