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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치마, 그 영롱함에 대하여
  • 송정섭 박사
  • 승인 2018.01.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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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데다 전체의 63%가 산과 계곡으로 이뤄져 4600종 정도의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한다. 그래서 4월에 전국 어딜 가나 노란개나리를 볼 수 있고 5월엔 철쭉꽃, 여름엔 진한 녹음이 우거지며 가을의 노랗고 붉은 단풍철을 지나 겨울에 상록과 흰 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연중 아름다운 공간에 살고 있다. 지구상에 이런 다양한 식생을 가진 나라는 그리 흔치 않다. 꽃과 잎이 아름다운 야생화 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우리 생활주변에서 어떻게 가꿔야 하는지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

1500m 이상의 고산에서 만난 백색 처녀치마

처녀치마(Heloniopsis orientalis)

처녀치마, 이름이 재미있어 쉽게 외워지는 야생화다. 이름의 유래는 다양하다. 아래로 향한 꽃잎 모양이 처녀 미니스커트를 닮았거나 아래의 가지런한 잎들이 치마모양을 하고 있어 처녀치마라고 붙였다는 사람도 있다. 일본 이름을 잘못 번역한 것이란 보고도 있다. 처녀치마는 초본류 중 얼마 안 되는 상록성 식물로써 백합과에 속하며, 고산의 능선 북사면이나 보통 산의 웬만큼 습기가 있는 골짜기에서 흔히 자생한다. 자생지에서 보면 한 겨울 꽁꽁 언 얼음골 옆에서도 녹색을 유지하며 꿋꿋이 견뎌낸다. 연중 상록인 잎 모양도 예쁘지만 봄에 피는 꽃은 매우 아름답다.

한 겨울에도 녹색 잎을 그대로 유지할 정도로 추위에 강하다.

처녀치마는

잎은 둥그런 방석처럼 퍼져 끝이 아래를 향해 자란다. 잎의 길이는 6~20cm이다. 꽃은 4~5월 꽃대 끝에 여러 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핀다. 꽃색은 보라색부터 적자색까지 자라는 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거의 검은 색에 가까운 적자색도 있고, 미색도 있으며 종종 흰색도 발견된다. 씨앗은 여름에 익는 삭과형태로 3개로 갈라지며 안에 길쭉한 종자가 있다. 꽃대는 꽃이 필 때는 작지만 이후 점차 자라서 50cm 정도까지 길게 자란다. 후손들을 바람에 실려 보다 멀리 퍼뜨리려는 전략인 듯 싶다.

 

정원에서 가꾸기

처녀치마는 잎, 꽃 모양이 모두 좋고 한 여름이나 겨울에도 녹색 잎을 관상할 수 있어 화단이나 화분 및 분경용으로 적합하다. 야생화 분경 애호가들이 석부작 같은 작품을 만들 때 종종 쓰는 소재이다. 정원에는 어느 정도 습기가 유지되는 바위 틈 같은 곳이 좋으며 이른 봄에 햇빛은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번식은 씨앗을 뿌리는 방법과 포기를 나누는 방법이 있다. 7~8월에 잘 익은 충실한 종자를 따서 냉장고에 두었다가 이른 봄 파종상자나 정원에 부엽토층을 곱게 만들어 뿌린다. 씨앗을 뿌린 다음 흙 표면이 마르지 않도록 짚이나 바크를 덮어준다. 포기나누기는 늦은 가을이나 이른 봄 식물이 아직 본격적으로 자라지 않았을 때 한다.

 

어떻게 가꿀까

정원에 심을 때는 음지나 습기가 유지되는 정원석에 붙여 심으며 낙엽수 아래에 심는다. 처녀치마는 매우 더디게 자라기 때문에 주변 식물들이 너무 빨리 자라면 햇빛의 경합이나 통풍이 나빠져 죽는 경우가 생기므로 주변 식생이 너무 과하게 번성한다 싶으면 적절히 제거해 주어야 한다. 화분에 심을 때는 넓은 화분에 몇 포기씩 심어야 분화로써 볼륨감이 생긴다. 습도가 높은 골짜기나 계곡 주변에서 잘 자란다는 점에 고려하여 화분은 물 빠짐이 잘 되도록 바닥에 굵은 마사토를 깔고 그 위층은 마사토와 혼합토를 충분히 섞어 채워 심는다. 건조에 약하므로 물은 겉흙이 살짝 마른듯 하면 흠뻑 준다. 화분은 아침 햇빛이 드는 밝은 그늘이나 베란다에 둔다.

꽃이 거의 검은 색에 가까운 자흑색 종류도 있다.

(Tip) 봄에 피는 많은 야생화들이 그렇듯이 처녀치마도 혹독한 겨울을 나면 이듬해 피는 꽃은 훨씬 선명하고 아름답다. 전년도 가을 이전에 형성된 꽃눈이 겨울을 지나면서 일정기간 저온을 거쳐야(저온요구성) 제대로 발달하고 충실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저온요구성이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는데 처녀치마는 다소 큰 부류에 속한다. 우리 삶도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그만큼 성숙해지는 것을 보면 사람이나 야생화나 닮은꼴의 생이 아닐까 싶다.

반그늘 이상의 햇빛을 충분히 받는 물가에 자생한다.

<필자 약력>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운영(2016~)

송정섭 박사  koreanewstimes@kn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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