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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광개토태왕> 1부7장 서북풍 - 4제1부 광야에 부는 바람② - 7장 서북풍
  • 엄광용 작가
  • 승인 2017.12.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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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환과의 약속대로 석정은 전진의 사신단이 고구려로 떠나기 전에 역관 한 명을 소개해주었다. 고구려 말을 썩 잘하는 그 역관은 이번에 순도와 떠나는 사신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석정은 역관을 조환이 머물고 있는 진대인의 객사로 데리고 왔는데, 그 자리에는 손장무도 참석해 있었다. 양수(梁洙)라는 이름을 가진 그 역관은 전부터 손장무와도 안면이 있는 사이여서 자리가 더욱 자연스러웠다.

먼저 손장무가 양수에게 물었다.

“사신단은 언제 출발합니까?”

“열흘 후에 떠납니다.”

“그럼 바쁘시겠군요?”

“바쁘달 것은 없지만 가지고 갈 물목들을 챙기고 있는 중이지요.”

역관 양수는 고구려를 몇 번 다녀왔는데, 사신으로 갈 때마다 중원 각지에서 생산되는 특산품을 챙겨가서 고구려에 비싼 값에 팔고, 또한 올 때는 고구려의 특산품을 가져와 장안의 시장에 내다 팔아 쏠쏠한 재미를 보곤 하였다. 역관들이 개인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었다.

“스님, 실은 진대인께서 이번 고구려 사신단을 따라 여기 손행수를 보내고 싶어 하십니다. 그래서 특별히 역관을 소개해 달라 부탁드린 것입니다. 그런데 손행수도 아시는 분이로군요.”

조환이 손장무를 석정에게 소개하였다.

“손장무라 하옵니다. 저도 고구려 유민입니다.”

“오, 그래요?”

석정이 매우 반가워하였다.

“조대형에게서 석정 스님에 대해 들은 바 있습니다만, 저희 부모님도 오래 전 연나라 모용황 군대의 포로가 되어 용성까지 끌려온 고구려 유민입니다, 저는 용성에서 태어났습니다.”

“흐음,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빈도는 고구려 유민으로 모용황 군대의 포로가 되어 용성으로 끌려올 때 열 살이었죠. 나무관세음보살!”

석정은 손장무를 향해 합장을 하였다.

그때 진대인이 나타났다.

“진대인, 오랜만에 뵙습니다. 역관 양수, 인사드립니다.”

양수가 두 손을 맞잡고 진대인에게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오, 이렇게 다시 만나 반갑소. 이번에 고구려 사신단으로 간다구요?”

“여기 고구려의 석정 스님과 동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양수가 석정을 진대인에게 소개하였다.

“비단장사 진유량(陳庾亮)이라 하오.”

“비단장사라니요? 그 무슨 겸손의 말씀을. 장안에서 ‘진대인’하면 다들 인품이 넉넉한 대상이란 소문이 빈도의 귀에까지 다 들려오더이다.”

석정이 껄껄 웃었다.

“허허헛! 빈도라니요? 석정 대사의 명성이 지금 장안에 크게 떨치고 있는데요.”

진유량도 따라서 웃었다.

“그래요?”

“황제 폐하께서 석정 대사께 특별히 붓과 벼루를 하사하셨다는 이야기가 장안에서 이미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니, 그건 비밀인데! 그 소문을 아시다니, 진대인께서 정보가 아주 빠르시군요.”

“정보가 빨라야 장사도 해먹지요.”

이렇게 진유량과 석정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풀리면서 그 자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어우러졌다.

곧 산해진미가 가득한 음식상이 나오고, 술잔도 오가게 되었다.

“조행수로부터 석정 대사께서 곡주도 좀 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이거 실례가 되는 것은 아닌지요?”

진유량이 석정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술은 안 됩니다. 곡차를 주시지요?”

석정이 술잔을 받으며, 말은 그렇게 하였다.

“그럼 곡차로 따르겠습니다.”

진유량도 정작은 술을 따르면서, 그렇게 표현하였다.

이심전심으로 두 사람의 마음은 통하는 바가 많았다.

술과 음식을 나누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조환의 무술 솜씨로 넘어갔다. 진유량이 서두를 꺼냈고, 손장무가 직접 본 장면을 들려주면서 분위기는 무르익어갔다. 특히 조환이 화전의 옥상단을 이끄는 여자 대상 카라자나의 낭자군을 도와 복면 괴한들을 물리친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손행수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조환 무사가 우리 대상단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손행수처럼 조환 무사를 상단 행수로 전격 기용하게 된 것이지요. 앞으로 조행수는 이곳 장안과 서역을 오가며 우리 진상단을 이끌게 될 것입니다. 또한 고구려와도 연계하여 서역과 장안, 그리고 장안과 국내성을 잇는 무역로를 개척해나갈 생각입니다. 이번 사신단에 우리 진상단을 동행케 해주시는 일은 전적으로 석정 대사와 양 통사(通事)께 달려 있습니다.”

“진대인께서 고구려와의 무역로를 열어주신다니 그런 광영이 다시없습니다. 허나 빈도는 힘이 없고 양 통사께서 선처를 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석정의 말을 역관 양수가 받았다.

“석정 대사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갑자기 책임이 무거워집니다, 그려. 석정 대사께서 말씀하시면 더 수월할 수 있는 일인데, 제게 떠넘기시니 대신하여 정사께 말씀을 올려보겠습니다.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결정이 되는 대로 사람을 보내 가부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석정과 양수가 돌아가고 난 후 진유량은 손장무와 조환을 따로 불렀다.

“이번에 우리 상단이 사신단을 따라 고구려에 갈 수 있게 된다면 고급 비단을 많이 가져가도록 하시오. 그리고 고구려에서 귀국할 때는 인삼을 바꾸어 가져오도록 하면 좋겠고.”

진유량은 오래 전부터 고구려 인삼의 효능에 대하여 들은 바가 있었다.

“대인 어른! 고구려의 특산품이 인삼인 것은 사실이나, 지금 인삼 생산지인 부소갑을 백제에게 빼앗겨 교역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루 빨리 부소갑을 되찾게 되면 고구려와의 인삼 교역이 가능해지겠지요.”

“오, 그래요? 인삼 교역을 강남의 동진에게 빼앗기면 안 될 터인데. 어서 빨리 고구려가 백제로부터 부소갑을 되찾기를 빌어야 하겠군.”

조환의 설명에 진유량은 아쉽다는 표정을 짓더니 껄껄대고 웃었다.

“대인 어른! 제가 고구려 대사자 우신 대감을 잘 압니다. 이번에 우리 상단에서 사신단을 따라갈 수만 있다면, 제가 우 대감에게 편지를 보내 여러 가지 편의를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환은 며칠 전부터 마음먹고 있던 생각을 털어놓았다.

“오, 그래요? 그렇다면 나는 따로 이번 고구려에 파견되는 사신단의 정사를 접촉해 볼 테니, 우리 상단이 함께 가는 것으로 알고 두 사람이 제반 준비를 철저히 해두도록 하시오.”

진유량은 조환이 상단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구상으로 고구려와의 교역을 확대해 나가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장안과 서역의 거래만을 생각해 왔었는데, 조환이 말하는 고구려에 대한 이야기들 듣고 나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눈을 뜨게 된 것이었다.

이미 진유량은 장안과 서역의 교역보다 오히려 장안과 고구려의 교역이 훨씬 수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서역까지는 사막이 가로놓여 왕래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고구려로 가는 길은 육로와 해로 두 길이 있어 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사막보다는 훨씬 수월하였다.

진대인이 그렇게 작심했다면 이미 진상단에서 이번에 고구려 파견 사신단을 따라가는 것은 결정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조환은 그날 밤 두 통의 서찰을 썼다. 하나는 대사자 우신에게 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를 통하여 동부욕살 하대곤에게 보내는 서찰이었다.

동부욕살 하대곤에게 글을 쓸 때 조환은 감회가 새로웠다. 아마도 그는 백제와의 수곡성 전투에서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드디어 고구려 사신단을 따라가는 행렬에 진상단도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손장무가 상단을 이끌고 떠날 때 조환은 가슴 속에 간직해 두었던 서찰을 꺼내 그에게 주었다.

“고구려 대사자 우신 대감에게 전하십시오. 그리고 돌아올 때 반드시 우신 대감을 찾아가 인사를 하도록 하십시오. 제가 부탁한 것이 있으니 그것을 받아오면 될 것입니다.”

손장무가 서찰을 간직하고 뒷모습을 보이며 떠날 때, 조환은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자신은 언제 고국의 땅을 밟아볼 것인가, 기약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저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었다.

 

<엄광용 약력>

-1954년 경기도 여주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단국대학교 사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90년 『한국문학』에 중편소설 「벽 속의 새」가 당선되어 문단 데뷔.

-창작집 『전우치는 살아 있다』, 장편소설 『황제수염』, 『사냥꾼들』, 『꿈의 벽 저쪽』, 『사라진 금오신화』 등이 있음.

-2015년 역사소설 『사라진 금오신화』로 류주현문학상 수상.

*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novelky

엄광용 작가  koreanewstimes@kn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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