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마니아 교열기자 김선경의 ‘우리말 톺아보기’
<알쏭달쏭한 맞춤법> 유성룡의 후손, 류시원
  • 김선경 경향신문 차장
  • 승인 2017.12.07 09:00
  • 댓글 1

유성룡의 후손, 류시원

 “나와 탤런트 류시원씨는 14대조가 같다. 우리는 유성룡(柳成龍) 선생의 후손이다.”

유명 정치인에서 작가로 변신한 유시민씨는 오래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어떻게 ‘류씨’와 ‘유씨’로 성씨가 다른 이들의 조상이 같을 수 있다는 말인가. 또 축구선수 정성룡씨와 이청용씨. 이들은 같은 한자 ‘龍’을 쓰는데 한글은 ‘룡’과 ‘용’으로 달리 적는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이는 모두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았거나 잘못 적용해 생긴 문제다. 류시원은 유시원이 바른 표기다. 유명 탤런트 류시원씨와 유시민 작가의 ‘성’은 둘 다 한자로는 ‘柳(버들 류)’로 똑같다. ‘ㄹ이 첫머리에 오면 ㅇ으로 적는다’는 두음법칙에 따라 ‘유’로 적는 게 맞다.

그리고 이청용은 정성룡처럼 ‘룡’으로 써야 한다. 첫 음이 아니기 때문에 본음대로 적는 것이다. 두음법칙을 적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당연히 선동열도 선동렬, 김응용도 김응룡이 바른 표기다. 다만 기성용은 ‘기성용’이 맞다. 기성용의 용은 ‘庸(쓸 용)’으로, 본음 자체가 ‘용’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성씨 표기에 두음법칙의 예외를 인정했다. 이제 ‘류, 리, 량, 려, 렴, 룡’씨 등으로 쓸 수 있다. 자기가 원한다면 ‘류시원’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이름도 맞춤법을 따라야 한다며 두음법칙 규칙을 엄격히 지키자는 쪽과 이름은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대로 써 주는 것이 옳다는 쪽의 의견이 맞선다. 해서 신문의 방침에 따라 ‘김응용’과 ‘김응룡’, ‘선동열’과 ‘선동렬’ 등으로 달리 적기도 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이름도 반드시 두음법칙을 적용해야 하나?

 

수입산이라니?

 하루는 텔레비전을 켰더니 어느 방송에서 시골 장터를 소개했다. 시골 장터 한쪽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마솥에 국이 팔팔 끓고 있었다. 주인 할머니가 국밥을 맛나게 말면서 탐방기자에게 한마디를 했다. “우리는 재료를 절대로 외국산은 안 써.” 그러자 곧바로 “우리는 재료를 절대로 수입산은 안 써”라고 쓰인 방송 자막이 나타났다. 웬걸, ‘외국산’을 ‘수입산’으로 바꿔 적은 것이다. 주인 할머니는 ‘외국산’이라고 정확하게 말했는데 방송 자막은 엉터리로 나온 것이다.

 입말뿐만 아니라 글말로도 우리는 ‘수입산’이란 말을 자주 쓴다. ‘급식용 수산물, 수입산이 절반 이상’ ‘수입산 소고기’ 등의 글을 인터넷상이나 신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국내산’의 반대 개념으로 ‘수입산’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수입산’은 어색한 말이다. ‘산(産)’은 거기에서 산출된 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즉 생산지를 밝히는 접미사인 것이다. 따라서 ‘산’ 앞에는 제주산 흑돼지, 미국산 소고기, 중국산 배추처럼 구체적인 나라나 지역 이름이 와야 한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중국산이고, 미국에서 만들어지면 미국산인 것이다.

 국내 혹은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뭉뚱그려 말할 땐 ‘국내산’ 또는 ‘외국산’이라고 한다. ‘국내산(국산)’과 대비되는 개념은 ‘외국산’이 바른말이다. 다른 나라로부터 물품을 사들이는 게 수입(輸入)이기 때문에 ‘수입산’이란 단어 구성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수입산 소고기’는 ‘외국산 소고기’ 또는 ‘(나라 이름)산 소고기’로 적어야 한다. ‘수입’과 ‘산’은 절대로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짝이다. 짚신만 짝이 있는 게 아니다. 우리말도 다 제짝이 있다. 그래야 말맛도 제대로 산다.

 

얘들아, 놀자

 “얘들아, 너희들도 어려운 이웃 도와 ‘살 만한 세상’ 만들어 보지 않을래.”

 내가 일하는 경향신문 문화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오래전 이와 비슷한 제목이 실렸을 때 아무개 부장이 나에게 “한 독자가 ‘얘들아’가 아니라 ‘애들아’로 쓰는 게 맞지 않느냐며 e메일을 보내왔다. 우리 신문 제목이 틀린 거냐”고 물은 적이 있다.

 네이버 지식iN에도 이와 관련된 질문과 답변이 꽤 많이 올라와 있다. 지식iN에는 꽤 괜찮은 정보도 많지만 이 중 잘못된 정보들도 참 많다. 해서 취사선택을 잘해야 한다.

 정답부터 말하면 ‘얘들아’가 맞는 말이다. ‘애’는 ‘나이가 어린 사람’이나 ‘어른이 아닌 제삼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또 ‘애’는 ‘아이’의 준말이고 ‘얘’는 ‘이 아이’의 줄인 말이다. 그리고 ‘-들’은 복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여기까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이름을 부를 땐 ‘선경아’ ‘민지야’라고 한다. 그러나 이름 대신 보통명사로 부를 때는 부르는 대상을 다른 대상과 구별하기 위해 흔히 지시관형사를 넣어 “이 사람아, 그게 무슨 소린가” “이 녀석들, 혼 좀 나야겠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누군가를 부를 때 말하는 사람 가까이 있거나 말하는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관형사 ‘이’를 붙여 통상 ‘이 사람아’ ‘이 녀석들’로 표현한다. 아이들끼리 놀 때 “애들아, 놀자”가 아니라 “얘들아, 놀자”라고 말하는 이유다.

 헷갈린다면 특정 아이들을 부를 때 ‘애들아’라고만 하면 다른 아이들과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시관형사를 넣어 ‘얘들아(이 아이들아)’라고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필자약력

김선경, 현 경향신문 교열부 차장, 현 한국어문기자협회 부회장. 스포츠서울 스포츠칸 교열기자 ‘알고 쓰는 말글’ 연재(2012~2016년)

김선경 경향신문 차장  koreanewstimes@kntimes.co.kr

<저작권자 © 코리아뉴스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선경 경향신문 차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좋은말 2017-12-12 19:50:00

    아까 낮에 본 기사와 반대되는 입장에 있을법한 앞뒤 꽉 막힌 사람... 급식체를 보더라도 세종대왕께서도 좋아하실거라던 기사의 논조와는 완전 딴판인... 바뀌어 가는 세상이랑 같이 사는게 아니라, 그냥 남들이야 이렇게 저렇게 살든 말든 나는 그냥 정해진 규율대로만 딱 딱 맞춰 살다 죽어없어지면 그만이라는 사람...   삭제

    여백
    여백
    새로운 뉴스
    김무성의 부활, ‘MC 성태’ 내세워 돌격 채비
    김무성의 부활, ‘MC 성태’ 내세워 돌격 채비
    보이스피싱 뺨치는 가상화폐 투자 사기 ‘백태’
    보이스피싱 뺨치는 가상화폐 투자 사기 ‘백태’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