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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감형 폐지’ 해외 사례 살펴보니…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7.12.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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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감경 폐지 청원이 20만명을 넘겨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코리아뉴스타임즈술을 마셔 심신 미약이 인정될 경우 형을 줄여주는 주취 감형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다.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주취 감형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되면서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1월4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취감형(술을 먹으면 형벌 감형) 폐지를 건의(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범행 시 음주상태였음을 입증하기 힘들고 ▲형법을 무시하는 행위가 증가하며 ▲선진국은 음주 행위를 제재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주취감형의 폐지를 요구했다. 글쓴이는 “주취감형으로 나영이 사건의 조두순이 15년 형에서 12년 형으로 단축되었다”라며 “술을 먹고 범행을 한다고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봐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4일 21만6774명의 동의를 기록하며, 한 달간 20만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청와대 답변요건을 충족시켰다. 이에 따라 청와대도 지난 청소년보호법 폐지 청원, 낙태죄 폐지 청원과 마찬가지로 주취 감경에 대한 의견을 밝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취감형 폐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가장 큰 계기는 2008년 조두순 사건이다. 8세 여아를 강간 상해한 혐의로 구속된 조두순은 1심 당시 자신이 만성알콜중독자이며 범행 당시에도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이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반박을 제시하지 못하자 조두순 측의 심신미약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결국 12년이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량이 선고됐다.

조두순 감형 이후 주취를 면죄부로 삼을 수 없다는 여론이 거세가 반발하자 사법부와 입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법원은 2012년 주취 감경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양형기준을 개선했으며, 국회도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20조를 신설,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심신장애 감경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는 강행규정이 아니며 주취에 따른 감경 여부는 여전히 재판부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주취자의 범행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미약한 실정이다. 경찰청의 ‘2016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6년 검거된 살인·살인미수범 995명 중 390명(39.2%)이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행 범죄자 6427명 중 1858명(28.9%)도 술에 취한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주취감경 기준을 강화한 새 법안들이 사실상 방치돼있어 음주범행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주취감경은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제도는 아니다. 해외의 경우 일본이 한국과 비슷하게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범죄에 대해 감형해주는 법 조항을 가지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주취는 감형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이 확고하다. 법무법인 도담의 김익태 변호사는 지난 2015년 JT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어떤 범죄에서든지 본인의 자의적 음주는 감형 사유가 안 된다. 뇌에 이상이 있을 정도의 알콜 중독이나 정신이상자 수준의 진단을 받아야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입증은 힘들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주취감경을 애초에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 형법 18조 4항은 “주취자가 죄를 범한 경우라도 마땅히 형사책임을 져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주취 감경을 인정하지 않거나, 도리어 주취 정황이 가중처벌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국민의 법감정만을 고려한 주취감경 폐지는 오히려 사법체계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류화진 영산대학교 공직인재학부 교수는 2016년 발표한 ‘형법 제10조 감경규정에 관한 특례의 개정법률안 검토’ 논문에서 “주취감경 개정 법률안들의 제안 이유는 공통적으로 법관의 양형 재량권을 제한해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재판을 하자는 것”이라며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입법으로 원천 제한하는 것은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의 막연한 불신감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두순 등 극단적인 사례에 대한 여론 때문에 법관의 재량이 제한되고 일반적인 범죄 사례에도 처벌이 가중되는 현상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법무법인 바른의 김진숙 변호사는 지난 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조두순은 음주와 범죄를 반복해 범죄를 예견하면서 술을 마셨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형을 낮춰 논란이 됐다”며 “이 때문에 형사법의 대원칙에 손을 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형법 10조 3항에는 범죄 가능성을 예견하고도 자의로 본인을 심신미약에 빠뜨린 경우 감경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돼있다. 이처럼 무분별한 주취감경을 제한하기 위한 법 조항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여론에 따라 추가적인 입법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취감경에 대한 여론은 극히 부정적이다. 주취감경 폐지 청원은 21만명의 동의를 받았고, 주취감경 논쟁의 불씨를 지핀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야 한다는 청원은 61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이러한 여론을 반영해 국회에서도 주취감경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법안이 논의 중이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형법 10조 3항과는 달리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지 않았더라도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모든 경우 대한 감경 적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 4일 발의했다. 주취경감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와 여론의 목소리에 청와대가 어떻게 답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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