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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민가기행> ㉒ 윈난성 모쒀족 목릉방지금도 모계사회를 이루고 사는 신비로운 여인국
  • 윤태옥
  • 승인 2017.12.0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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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물박地大物博이란 말 그대로 중국은 워낙 크고 넓어 다양한 것들이 무수하게 많다. 그 가운데 모계사회를 이루고 사는 소수민족도 있다. 그것도 과거가 아니라 현재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윈난과 쓰촨 경계에 걸쳐진 아름다운 루구호泸沽湖 인근에 사는 모쒀족摩梭族이다.

모쒀족은 산림이 울창한 지역에서 통나무를 다듬어 목릉방木楞房이라고 하는 전통주택을 짓고 산다. 이들의 살림집에는 모계사회의 독특한 습속과 특이한 문화가 그대로 새겨져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부계사회에서 살아온 탓에 모계사회의 일상적인 가족관계와 혼인습속이 어떤지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이들의 살림집을 찾아가 모계사회의 속내를 탐방해보자.

모쒀족은 인구가 고작 5만여 명에 지나지 않지만 모계사회를 이루고 사는 탓에 ‘여인국’과 같은 호기심 어린 별칭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독특한 전통문화를 유지하면서 살고 있지만, 중국의 공식적인 55개 소수민족 명단에는 없다. 모쒀족이 사는 루구호는 윈난성과 쓰촨성에 걸쳐져 있는데, 윈난성에서는 나시족의 한 갈래로 분류되어 있고 쓰촨성에서는 몽골족의 한 갈래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루구호는 수면이 해발 2685m나 되는 고원의 아름다운 호수지만, 교통이 매우 불편한 오지다. 윈난의 리장에서 200km 정도밖에 안 되지만, 험한 산길을 넘어가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도 여덟 시간이나 걸린다. 그만큼 외부와의 접촉이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다.

집은 나무로 만든 것이다. 원목의 양 끝을 다듬은 다음, 가로세로로 겹겹이 쌓아올려 ‘우물 정井’ 자 형태로 벽체를 만들고, 지붕은 목판이나 기와를 올린다. 이런 집을 목릉방이라고 하는데 대량식, 천두식 구조와 더불어 중국 목조건축의 대표적인 구조법 가운데 하나다. 목릉방의 세 칸짜리 2층 네 동이 ㅁ자를 이루면 정간식 합원井干式 合院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목조건축의 구조를 귀틀 또는 방틀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강원도 산간지방이나 울릉도 등지에서 볼 수 있었다.

대문에 들어서면 마당 맞은편의 정방, 정방 왼쪽의 경방經房, 오른쪽의 화루花樓, 대문이 있는 문루까지 네 동이 마당을 둘러싸는 구조다.

정방은 주택의 중심인데 할머니의 방과 주방, 식량창고 그리고 생사간生死間이라는 특이한 용도의 방들이 서로 붙어 있다. 정방 전체를 할머니 방이라고도 한다.

모계사회인 만큼 집안의 가장은 여자다.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고 제사를 지내는 등의 일은 할머니가 가장으로서 하는 일들이다. 모계사회를 한마디로 한다면 남녀 모두 평생 어머니 집에서 산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어머니의 집에서 살고, 나이가 들면 할머니의 남자형제로서 할머니를 보좌한다. 우리 관념으로는 그 속내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할머니의 방 가운데에는 솥을 올릴 수 있는 화당이 있는데 이곳에서 손님도 맞이하고, 가정 대소사도 의논하고, 성인식도 치르고, 조상도 모신다. 가정의 중심공간이다(위 사진).

화당 주위의 자리는 정해져 있다. 할머니 자리는 앞의 사진에서 왼쪽의 안쪽이고, 그 맞은편은 할머니의 남자 형제가 앉는다. 할머니의 바깥쪽은 할머니 다음 대를 잇는 어머니의 자리이고, 그 맞은편은 할머니의 아들이자 어머니의 남자 형제가 앉는다.

재미있는 것은 13세 미만의 아이들은 할머니 방에서 태어나고 자란다는 것이다. 할머니 방 안쪽에는 생사간生死間이라고 하는 방이 있는데, 사진에서 오른쪽 벽의 문으로 들어가는 방이다. 산모가 출산할 때에는 이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는 생사간에서 태어나고, 할머니 손에서 자라 13세가 되면 그해 설날 할머니 방에서 성정례成丁禮라는 성인식을 치른다.

이때 남자는 할머니 방의 좌측 기둥(사진에서는 오른쪽 기둥)에 서서, 여자는 우측 기둥(사진에서는 왼쪽 기둥-할머니 자리 쪽)에 서서 할머니로부터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받는다. 이 두 기둥은 반드시 한 그루의 나무를 베어 반으로 자른 다음 아래쪽은 여자 기둥으로, 위쪽은 남자 기둥으로 사용한다. 남녀가 한 뿌리에서 나왔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성인식을 하는 남자는 외삼촌이 입던 장삼을 물려받고, 여자는 어머니의 화려한 장삼을 물려받는다. 그리고 왼발은 돼지고기를, 오른발은 양식을 넣은 주머니를 밟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잘 먹고 행복하게 살라는 축원의 뜻이다. 생사간은 출산의 공간이지만 장례에서는 시신을 안치하는 곳이다. 사람이 죽으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할머니의 방을 중심으로 하는 정방은 모계사회의 가족관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건축공간이다.

정방의 오른쪽에는 여자들이 기거하는 화루가 있다. 1층은 창고로 사용하고, 2층에는 두 칸에서 네 칸의 방이 있는데 화방花房이라고 한다. 성인 여자들이 기거하는데, 큼지막한 창문과 화려한 침상이 특징이다. 화방의 창문은 채광과 통풍이라는 통상적인 기능 이외에 남자의 출입구가 되기도 한다. 주혼走婚이라고 하는 모계사회의 독특한 혼인습속 때문이다. 그래서 화루에 미성년 여자가 기거하는 경우에는 촘촘한 창살로 창문을 막아버린다(위 좌측 사진).

주혼이란 오고가는 것走去走來이 곧 결혼이라는 말이다. 모쒀족 말로는 주혼은 ‘써써’라고 하는데, 오고간다는 뜻이다. 교제 중인 여자는 아샤阿夏라고 부르고, 남자는 아주阿住라고 한다.

남녀가 여자의 방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는 교제만 있을 뿐, 부부를 중심으로 가정을 이루는 결혼은 없다. 남녀가 사랑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을 구속할 수는 없다. 아이는 여자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양육한다. 물론 남자도 양육의 의무는 있지만, 그것은 자신의 자녀가 아니라 어머니의 집에 살면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누이의 자녀 양육에 참여하는 것이다.

남녀관계로 인해 상대방 집안의 일원이 되는 것도 아니고, 두 집안 또는 두 남녀의 재산이나 경제활동도 전혀 섞이지 않는다. 남녀가 헤어지는 것도 간단하다. 남자라면 누군가를 보내 구두로 이별을 통보하거나, 여자에게 직접 오지 않겠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그저 오랫동안 여자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여자도 남자가 찾아왔을 때 난색을 표하거나, 자기 방에 들이지 않거나, 오지 말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혼인은 없고 연애만 있는 것이다.

이 정도 설명을 들으면 대개 남자들은 이들의 성관계가 문란하다든지, 부모·자식도 모른다든지, 남자들은 연애만 하고 가정을 부양할 의무가 없으니 마치 ‘남자들의 천국’이라도 되는 듯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들은 사랑의 상대를 각자의 의사에 따라 선택할 뿐이지 난잡한 것이 아니다. 모쒀족 젊은 남녀가 상대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도 나름대로 정형화되어 있다.

처음 마주치게 되는 것은 명절과 같은 공동의 연회나 축제다. 여러 청춘남녀가 함께 어울려 노래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가는 상대가 생기면 둘만의 약속을 한다. 처음에는 보통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깊은 밤에 간다. 남자가 여자의 방 밖에서 둘이 약속한 신호를 보낸다. 말고삐에 달린 종을 울린다든지, 담뱃대로 창문을 두드린다든지, 노래를 한다든지, 악기를 연주한다 든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때 여자가 화방의 창문을 열어주면 그리로 올라가 밤을 지낸다.

밤을 지낸 남자는 해뜨기 전에, 특히 여자의 손윗사람이 일어나기 전에 창문으로 나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예의다. 이렇게 남녀 교제가 시작되었다 해도 낮에는 남의 눈에 띄게 행동하지 않고 각자의 집에서 가사와 농사일에 종사한다. 남녀관계는 밤이 되면 남자가 여자 집을 찾는 것으로만 성립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며칠이나 몇 달, 몇 년 혹은 평생을 가기도 한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남녀가 그들의 교제관계를 공개하기도 한다. 공개한 다음에는 창문으로 출입하지 않고 문으로 들어와 여자의 방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이때에는 양쪽 집안에서 서로 예의를 갖춰 선물을 하기도 한다.

어머니의 혈연이 닿아 있는 상대는 근친혼이 되므로 주혼의 대상으로서는 엄격하게 금지된다. 공개된 연인인 경우 외도를 하는 것도 예의를 벗어난 일이다. 사람들 앞에서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내뱉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결코 일상생활이 문란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외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와 같은 법적·도덕적 구속을 전제로 한 동거결혼의 경우 외도가 심각한 문제가 되지만, 이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까지는 아니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부계사회의 관념으로 보면 여러 여자를 두루 섭렵하려는 남자에게 참 좋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렇지는 않다. 여자가 창문을 열어주고 말고는 전적으로 여자가 주도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 일부는 이들에게 아버지도 모른다, 모녀가 한 남자와 교제한다, 부모·자식도 없다는 식으로 폄하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편견이다. 모쒀족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좋아하는 상대와 교제를 하고, 자식을 낳고 키우는 것뿐이다. 남녀가 자유의지에 의해 좋은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거나, 가부장적 결혼제도를 둘러싼 수많은 부작용이 이들에게는 없다는 것 등등 부계사회와는 ‘다를’ 뿐이지, 결코 ‘틀리다’고 강변할 것은 아니다.

아이가 출생했을 때에도 우리와 크게 다르다. 아이는 당연히 여자가 키운다. 남자는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안다고 해도 크게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단지 아이를 낳을 때에도 교제관계가 단절되지 않았다면 예물을 가지고 방문할 수는 있다. 설날과 같은 명절이나 마을의 연회가 공개적으로 열릴 때에도 부자관계를 내색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남자는 아이에 대해 일체의 권리와 의무가 없다.

이와 같은 주혼을 남불취, 여불가男不娶, 女不嫁라고 한다. 남자는 여자를 가족으로 들이지 않고 여자는 시집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의 전통문화가 주혼이라고 하지만 동거결혼도 일부 있었다. 전통시대에도 토사土司라고 하는 토착 권력계층에서는 동거결혼이 있었고, 여자가 없는 가정이라면 남녀가 합의해서 여자가 남자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데릴사위와 유사하다. 문화혁명 당시에는 정부가 일부일처 동거결혼을 강요하기도 했고, 모쒀족이 외지인과 결혼하는 경우에는 자연스레 동거결혼을 했다. 그러나 같은 모쒀족인 경우에는 지금도 70% 이상이 주혼을 한다고 한다. 여행객이 많지 않았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지 여성에게 교제를 요구받아 당황한 경우도 드물게나마 있었다고 한다.

살림집은 건축만으로 보면 특별하지 않아 보이지만, 생활이 담기고 세월이 쌓여 민족문화로 형성되면 그 안에는 참 많은 것들이 스며들게 된다. 모쒀족의 집도 방마다 그들의 독특한 문화가 깊이 새겨져 있다.

모쒀족을 거론할 때면 항상 루구호라는 호수가 한 묶음으로 등장한다. 루구호가 고원의 명주明珠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루구호는 여의도의 다섯 배가 넘는 면적인데, 물이 맑고 투명하여 11m 깊이까지 훤히 들여다보인다. 인근의 구릉지대에 올라서서 보면 호수 속에 파란 하늘이 내려앉은 것처럼 아름답다. 푸른 물빛이 너무 아름다워 양해亮海라고도 한다. 50여 km나 되는 호숫가 도로를 일주하면서 모쒀족 마을을 지날 때 마다 그들의 전통적인 삶을 음미할 수 있다. 호수 안의 다섯 개의 섬과 세 개의 반도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도 있다.

나와 다른 것들을 보면서 세상이 넓고 크고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는 게 여행이라면 윈난의 루구호를 찾아 모쒀족의 신비한 토속문화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특히 윈난은 겨울에도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니만큼 방구석에 잠자고 있는 배낭을 한번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 Tip

루구호는 윈난의 리장에서 버스를 타고 여덟 시간 정도 가야 한다. 쿤밍에서 출발하여 토림土林을 구경하고는 판즈화시攀枝花市를 거쳐 루구호로 가기도 하는데 이것은 편도 1박2일이다. 그다음에는 리장으로 나가면 된다.

리장을 가는 것은 최근까지는 쿤밍을 거쳐야 했으나 2013년 인천-리장 직항이 신규 개설되어 편리해졌다. 상하이에서 국내선으로 환승하여 리장으로 가는 것도 좋다.

<필자 약력>

윤태옥

2009~현재 다큐멘터리 제작자 겸 작가

      (주)와이더스케이프(중국 인문다큐 전문 제작사) 대표이사

2007~8년 팍스인슈 대표이사

2001~5년 크림엔터테인먼트 총괄 부사장 (음반 영화 애니메이션)

2001년 팍스넷 팍스TV 총괄 부사장 

1993~2000년 m.net 편성국장, 기획부장

1984~1992년 방송위원회 비서실장, 홍보부장, 기획부

1978~1984년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2008년 한국어 교원 (문화관광부 국립국어원, 한국어 교사)

윤태옥  koreanewstimes@kn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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