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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아트센터 ① 장애인예술운동
  • 임해원 기자
  • 승인 2017.11.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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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아동 및 청소년으로 구성된 헬로우셈 오케스트라가 연습하는 모습. <사진=에이블아트센터>

[코리아뉴스타임즈]

◇ 전문적 장애인 예술가 육성

“베토벤은 청각장애를 이겨낸 위대한 음악가다”라는 문장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하나는 음악가로서 치명적인 청각장애를 겪어야만 했던 그에 대한 연민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작품세계를 완성해낸 것에 대한 찬사다. 다른 한편, 이 문장은 ‘장애’는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 극복돼야만 하는 무엇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보여준다.

실제로 베토벤의 음악에서 사람들은 청각장애인 고유의 세계 인식과 표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는다. 베토벤의 교향곡들은 ‘장애인의 예술’이라기보다는 ‘장애를 극복한 예술’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장애를 예술 활동을 위해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새로운 예술적 감수성의 원천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장애인들은 각자가 가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해 비장애인과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하고 인식한다. 이는 비장애인이 잠시 다리를 다치거나 눈을 가린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인식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영구적으로 걷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의 무용과 비장애인이 다리를 묶은 채 추는 춤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애인 예술가의 작품은 장애를 이겨내고 얻은 전리품이 아닌, 장애에서 기인한 고유한 세계인식의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는 예술적 표현에 제약을 주는 것이 아닌 ‘다름’을 부여하는 요소가 된다. 이러한 ‘다름’을 예술적 가치로 인정하고 하나의 예술 장르로 확립하자는 것이 에이블아트 운동이다.

 

◇ 국내 장애예술의 중심, 에이블아트센터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에이블아트센터’는 이러한 에이블아트 운동을 국내에서 펼쳐나가고 있는 장애인문화예술활동 지원단체다. 2007년 시공을 시작해 2011년 개관한 에이블아트센터는 현재 시각예술팀과 공연예술팀으로 나눠 발달장애인들의 전문적인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시각예술팀을 담당하고 있는 이지혜 팀장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발달장애인들은 독특한 의사결정과 소통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수성이 고유한 예술작품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박길호 작가의 작품은 사람의 신체가 전부 분리되거나, 꽃나무의 가지가 꽃의 몇 배는 될 정도로 확대되어 있는 등 비장애인들의 인식과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에이블아트센터는 이처럼 발달장애인들의 고유한 표현방식을 살리는 동시에, 정교하게 형태를 표현하는 방법을 교육해 수준 높은 작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박길호 작가를 비롯해 이마로, 김소원 작가 등이 활동 중이며 정기적인 전시회와 작품 판매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민2, 김미라, 김소원, 이마로 작가 등 4명이 참여한 'Normal Abnormal' (정상, 비정상) 전시회를 열고 일반 대중들에게 국내 장애예술의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공연예술팀은 35명의 발달장애아동으로 구성된 ‘헬로우셈(hello! SEM) 오케스트라’로 운영되고 있다. 초기에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하는 오케스트라라며 관심을 모았지만 현재는 발달장애아동만으로 구성돼 있다. 이 팀장은 “비장애아동이 장애아동의 개성이 맞춰가거나 장애아동이 특수한 개성을 죽이는 등 문제가 있어 장애아동만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헬로우셈 오케스트라는 지난 3일 여의도 KBS홀에서 제4회 정기연주회를 마쳤으며, 각종 초청 및 기획공연 등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박길호 작가가 에이블아트센터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모습. <사진=에이블아트센터>

◇ 복지에서 창작으로

에이블아트센터의 취지는 명확하다. 예술적 재능과 흥미를 고루 갖춘 발달장애인을 교육해 작품성을 갖춘 전문 예술가로 성장시킨다는 것. 지금까지 장애인 문화예술 정책이 소외된 장애인들에게 문화 소비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미술·음악치료를 통해 재활 및 사회적응을 돕는 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팀장은 “민·관에서는 복지차원에서 접근하다보니 교육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만 주로 관심이 많다”며 “에이블아트센터가 ‘천재 장애인 화가 등장’,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 같은 표현으로 소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존 장애인문화예술정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에이블아트센터는 전문적인 장애인 예술가의 육성을 통해 ‘장애예술’이라는 장르를 확립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

사회학자 주윤정은 2007년 문화예술 326호에 기고한 글에서 장애 예술을 “장애가 근대 사회에서 어떻게 비정상적인 것으로 이미지화되었는지 반성하고 그러한 이미지에 속박되지 않은 장애의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에 대한 기존의 관습적 사고를 바꾸려면 장애인이 주체가 된 예술활동이 필수적이라는 것. 이 팀장 또한 “에이블아트센터의 장애예술활동을 통해 장애-비정상, 비장애-정상이라는 통념을 깨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임해원 기자  champ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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