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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를수록 뭉치더라
  • 임자운 반올림 상임활동가, 변호사
  • 승인 2017.11.0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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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픽사베이>

2015년 12월 반올림에 익명의 메일이 왔다. 내용이 참 따뜻했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미선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며, 도움을 주고 싶다 했다. 본인도 같은 병을 앓고 있는데 치료받은 방법이 나름 효과가 있어 알려주고 싶다고. 그렇게 우리는 희진 씨, 미선 씨, 소정 씨에 이어, 삼성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하다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질환에 걸린 네 번째 피해자 은영 씨(가명)를 처음 알게 되었다.

희진 씨, 미선 씨, 소정 씨의 산재소송이 한창 진행 중일 때였다. 맨 처음 시작된 희진 씨 소송은 1,2심에서 모두 패소하고 대법원에 있었고, 소정 씨 소송은 1심 패소 후 고등법원에, 미선 씨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었다. 계속 패소만 하던 터라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았다.

세 사건의 대리인인 나는 어떻게든 은영 씨를 만나야 했다. 같은 사업장에 또 다른 발병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귀질환 사건에서 중요하니까. 은영 씨는 반올림을 직접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거듭 설득한 끝에 허락을 받았고, 바로 은영 씨 집으로 달려갔다. 2016년 8월, 엄청 더웠던 어느 날.

은영 씨는 자신이 그 공장에서 했던 일들을 담담하게 말했다.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 씨와 같은 라인에서 비슷한 일을 하셨더라. 실제 유미 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삼성 보상절차에서 겪은 일도 꽤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턱없이 낮은 보상액을 일방적으로 제시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태도도 매우 불쾌했다고 한다. 보상액이 왜 이 정도 밖에 안되는지, 약속한 향후 치료비는 어떻게 할건지, 거듭 설명을 구해도 답이 없었다고. "피해자들을 대하는 삼성의 태도가 언론기사에서 보았던 것과 너무 달라 놀라웠고,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은영 씨는 결국 삼성과의 보상합의를 거부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진술서를 만들어 인근 공증사무실에서 인증까지 받았다. 의무기록 사본도 받았다. 모두 희진 씨, 미선 씨, 소정 씨 소송에서 증거로 제출했다. 네 사람의 업무환경이 유사했다는 점도 서면으로 강조했다.

그 후 6개월이 지난 올해 2월, 미선 씨 소송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 반격의 시작이었다. 5월에는 소정 씨 소송도 항소심에서 뒤집어졌다. 7월, 미선 씨는 항소심에서도 이겼다. 소송 과정에서 공장 내부의 위험이 많이 드러났고, 전세를 뒤집으려는 삼성의 노력이 되려 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은영 씨의 진술도 큰 몫을 했다.

그리고 8월, 희진 씨 소송까지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내용면에서도 향후 업무상질병 판정 제도 전반을 개선시킬 수 있는 역사적인 판결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파기환송심이 시작되기 전에 희진 씨에 대한 재처분을 했다. 공단은 이번 대법 판결 취지를 향후 산재보험제도 운영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렇게 희진 씨, 미선 씨, 소정 씨는 모두 산재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어제, 은영 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다. 어렵지 않게 인정받을 것이다. 미리 축하드린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 미선 씨를 도우려 했던 그녀의 마음과 반올림을 직접 만나기로 결심한 그녀의 용기가 정말 큰 결실을 맺었다.

삼성은 오래전부터 직업병 피해자들이 서로 만나는 것을 두려워 했다. 노동조합을 틀어막는 이유와 비슷했다. 약자의 연대가 큰 힘이 된다는 걸 알았을테니. 삼성이 교섭 약속마저 파기한채 강행한 보상절차라는 것도 결국 피해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개별 합의를 종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피해자들을 가르고 갈라, 직업병 문제가 은폐되길 바랬다.

하지만 이 문제가 불거진지 10년이 지난 지금, 어떠한가. 삼성의 그러한 시도는 자주 실패했고, 피해자들은 더 단단하게 뭉쳤다.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불러 모았고, 그들은 서로 도왔다. 그렇게 삼성을 이겨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글은 임자운 반올림활동가 변호사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임자운 반올림 상임활동가, 변호사  koreanewstimes@kn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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