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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 중국 탈출 시작됐다.
  •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
  • 승인 2017.09.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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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에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서 중국내 반한 감정이 고조되자 롯데 마트가 '중국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취지의 광고물을 게재했다<사진제공=뉴시스>

지난 6일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가 경북 성주 기지에 배치되면서 사드 1개 포대 장비가 완비됐다. 이에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사드 보복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직격탄을 맞았다.

 

◆버티는 롯데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중국 내 112개 점포 중 87곳이 문을 닫았다. 여기에다 중국인들의 불매운동까지 더해지면서 그나마 영업 중인 점포 매출도 80%나 급감했다. 그러나 롯데마트는 7000억원에 달하는 긴급 운영자금을 투입하는 등 안간힘을 쓰며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현지 노동법상 매장 영업이 중단되더라도 현지인 종업원들의 임금을 정상 임금의 70~80% 안팎에서 계속 지급해야 하는데다 매장 임차료나 상품대금도 매달 줘야 한다. 이로 인해 롯데마트가 현지 종업원 임금과 임차료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은 월평균 9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롯데마트가 3~8월 동안 입은 피해액만 5000억원으로 연말까지 1조원 넘는 피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를 사실상 완료하면서 사정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된 모습이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가 중국 현지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사드 배치가 마무리되면서 중국의 보복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구조조정 계획은 계속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매각 대상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결사항전

 현대차그룹 역시 중국 시장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당장 중국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총 43만947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2.3%나 급감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 정부는 관영 언론을 동원해 ‘현대차 퇴출’ 위협까지 내놓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에 굴하지 않고 경쟁력 회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7일 현대차의 충칭 5공장에서 제 1회 당위원회 간부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리치허 충칭공장 당위원회 서기 겸 부공장장, 청징환 당위원회 부서기 겸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 간부급 이상의 인사가 회의에 참석했다. 충칭 5공장 간부들은 위기의식, 책임감을 강조하고 현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4일 현대차는 중국 합자회사인 베이징현대의 최고경영자(CEO)격인 총경리에 화교인 담도굉 중국지원사업부장(부사장)을 임명했다. ‘중국통’을 기용해 중국시장 위기 타개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중국에 동반 진출한 자동차 부품회사 130여곳(1차 협력사 기준)에 2500억원을 긴급 지원, 현지 부품사들의 유동성 확보를 지원키로 했다.

 

◆한국기업들 탈출 러시

반면 이들 기업과 달리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 배터리 공장을 대체할 후보지로 체코와 헝가리를 놓고 최종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서산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해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공장으로 보내 최종 조립해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한국 업체 생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베이징공장 가동이 1월부터 중단됐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신세계 역시 사업 정리를 서두르고 있다. 한때 26개에 달했던 이마트 중국 현지 매장이 현재 6곳 남아 있는데, 이 중 5곳을 태국 기업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1개 점포인 화차오점은 다른 방식으로 팔 방침이다. LG전자 또한 휴대폰의 오프라인 판매는 완전히 철수했고 온라인으로 중저가 제품만 판매하는 실정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한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피해 규모가 올해 말까지 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의 사드보복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다는 법리 검토를 마치고 WTO 제소 등의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들이 제소를 원하는지 등 여러 상황을 검토해 제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더불어 제소로 인한 북핵, 한중 관계 여파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WTO 제소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중국 사드 보복에 맞설 대응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출구 전략 모색할까

 이에 대해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사실 중국은 최근에 환경, 전기 자동차 쪽으로 많이 가고 있지만 현대는 지금 내연 기관 자동차만 열심히 생산하고 있어 아무래도 보조금 같은 것을 받기가 어렵다”며 “여기에다 중국 로컬 기업들이 상당한 기술적 수준을 가지고 올라와 있어 모든 것이 사드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교수는 “롯데마트는 1994년에 진출해서 이미 10조원 정도가 투자돼 있다. 따라서 중국 시장을 포기한다는 건 그룹 입장에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 달에 한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롯데 측 얘기로는 일단 올해까지는 버텨본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롯데의 경우가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중국 소비자들도 사드 보복이라는 걸 다 알고 있지만 가고 싶어도 안가고 있고, 또 유통업종의 특성상 롯데마트에서 안 사도 다른 데서 사면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게다가 중국이 땅이 넓고 지역마다 그 지역의 유통을 조절하는 시스템들이 있다. 해외 기업들이 중국 현지 유통 시스템을 장악하는 걸 중국이 받아들이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 교수는 일말의 희망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중국이 한국을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중국에게 유리한가를 이제 생각해 볼 때가 됐다”며 “‘지금까지 5년간 주변 국가들과 잘 못 지냈다, 압박을 너무 해서 복잡해진 문제가 매우 생겼으니 일대일로라는 걸 통해서 주변 국가들과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내부적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이 출구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  chosim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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