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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시인, 세 번째 시집 ‘주름 펼치는’ 주목
  • 이미숙 기자
  • 승인 2017.09.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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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펼치는 / 2017 / 문학수첩

[코리아뉴스타임즈] 김재홍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주름 펼치는’(문학수첩)이 출간됐다.

김재홍 시인은 어느 용병 야구 선수의 타격 폼을 보고 쓴 시 「메히아」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36세라는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유머와 기지를 견지한 등단작 「메히아」는 “짐짓 아닌 척하면서 허술한 표정으로, 그러나 할 말은 다 하고 있는, 평범을 가장한 시”라는 평을 받았다.

첫 시집 『메히아』(2009년)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대상을 정밀하고도 사실적으로 응시하고 기록함으로써 그 대상들로 하여금 구체적인 물질성으로 살아 움직이게끔 하는 힘을 부여”했다. 그 대상은 유별나게도 야구, 방송국 경험 같은 것들이다.

두 번째 시집 『다큐멘터리의 눈』(2013)은 “범상치 않은 관찰력의 경지를 보여 준다”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일견 시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의학 지식과 용어가 등장함에도 “시인 스스로 주관적 견해를 최대한 억제하기 때문”에 건조하되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모두 44편이 수록된 이번 시집 『주름, 펼치는』은 이전 시집에 비해 인식의 깊이가 깊고 대상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시선도 더욱 예리하다. ‘움직이는 대상’의 의미를 성찰하고 내면화할 때뿐만 아니라 ‘대상의 움직임’ 자체를 관찰할 때조차 기민하고 날렵한 시적 상상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움직임’의 순간순간을 포착하는 시인의 눈은 시간의 분절, 시간의 주름을 이미지화하여 자아의 총체적 무늬로서의 ‘주름’의 시학을 완성해 냈다.

“고등학교 1학년 봄 난생처음 참가한 백일장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모두 낙방한 가운데 홀로 받은 입선(入選)상으로부터 거의 20년 동안 나는 이른바 등단을 위해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생활을 했다.”는 시인은 한동안 찾아가지 않고 기다려 받아 적는 것으로 시작 활동을 해왔다. 이 점 덕분에 일찍부터 “정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고, 이종섶 시인은 이를 두고 ‘다큐적 보도방식’이라고 이야기했다.

“주름, 펼치는”이라는 제목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시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흔적인 들뢰즈의 ‘주름’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날것으로 내뱉지 않고 사유의 행간에 잘 녹여 놓고 있다.

시집 초반에서 ‘속도’와 ‘순간’에 집중했다면,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시인 특유의 개성을 녹여 내며 파란만장한 다큐멘터리처럼 야구와 서번트 증후군과 사건과 죽음과 사회와 지구촌 뉴스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마치 순간 포착 카메라로 세상을 뒤지고 다닌 듯 우리가 어디선가 보고 듣고 겪은 듯한, 겪고 있는 듯한 세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시인에게 야구가 시고 다큐멘터리가 시듯이, 시인에게 삶은 다큐멘터리며 시다.

김재홍 시인은 “시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스포츠 이외에도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다 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래는 김재홍 시인의 시 ‘주름, 펼치는’ 전문이다.

주름을 펼쳐 지구를 감싼다

지구 위 가득한 주름을 덮고

지구 속 한없는 주름을 덮고

나를 펼쳐 끝없는 나를 끌어안는다

주름 아래 그늘진 주름 아래 다시

주름을 펴는 힘으로 주름을 덮는

나를 펼치는 힘으로 나를 덮는

꿈을 꾼다

꿈을 믿기 위하여 꿈을 꾸지

꿈을 믿지 않기 위하여 꿈을 꾸지

나를 부정하기 위하여

나를 인정하지

주름이 주름 앞에서 솔직해질 때

주름이 주름을 만나 진실해질 때

참다운 구원은 천상에 있고

참다운 운명은 여기에 있다고

고백하는 나의 주름을 모두 펼쳐

주름 이전의 주름을 덮고

주름 다음의 주름을 덮고

주름 속의 주름 속의 주름을 끌어안는다

■ 시인 소개 - 김재홍

1968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성장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이론을 전공했다. 2003년 『중앙일보』에 시 「메히아」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메히아』와 『다큐멘터리의 눈』이 있다.

이미숙 기자  kntimes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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